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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시각]3월의 대학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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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시각]3월의 대학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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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28일까지만 해도 본과 학생이었는데, 3월1일부터 인턴이야. 아무것도 모르는데 하루 만에 인턴이고, 주치의인 거지.(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 중)"


새 학기가 시작되는 3월엔 최대한 대학병원 입원을 피해야 한다는 웃지 못할 불문율이 있었다. 이제 막 의과대학을 졸업한 새로운 인턴이 들어오고, 지난해 인턴이었던 이들이 전공의가 돼 환자를 보는 이때가 병원이 가장 어수선하고 크고 작은 사고가 발생하기 쉬운 시기인 탓이다. 환자 입장에선 '초짜 의사'에게 검사나 처치를 받게 될 가능성이 높다. 채혈이 익숙하지 않은 인턴에게 주삿바늘을 여러 번 찔렸다던가, 오른쪽 팔이 부러졌는데 왼쪽 팔 엑스레이 사진부터 찍었다는 해프닝은 애교에 속한다.


하지만 이런 이야기도 이제 옛말이 될지 모른다. 의정 갈등이 꼬박 일 년을 넘기면서 대학병원엔 더 이상 인턴도, 전공의도 남아있지 않기 때문이다. 사흘이 멀다고 당직을 서다 지쳐버린 교수와 전임의(펠로)가 심한 피로와 번아웃을 호소하며 현장을 지키고 있을 뿐이다. 수련을 마치지 못하고 병원을 떠난 전공의 상당수는 지난 일 년간 주로 다른 중소 병원에서 '일반의' 신분으로 일했다. 의사 입장에선 수련병원(대학병원)처럼 난도 있는 술기를 배우기는 어렵겠지만 의료 현장을 지키며 많은 환자를 진료할 수 있고, 병원 입장에선 전문의보다는 낮은 연봉에 의사를 고용할 수 있었으니 언뜻 문제는 없어 보인다. 사태가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 일반의(사직 전공의)들이 다시 고된 업무와 저임금에 시달려야 하는 대학병원으로 돌아오기란 만무하다.


그나마 남아있던 의사들도 지방에서 수도권으로, 수도권에서 다시 서울로 이동하면서 병원마다 의료진 공백이 발생하고 있다. 인력이 부족한 지역 병원에 남아 있다가는 더 많은 업무를 떠맡아야 할 처지니 아무래도 규모가 조금이라도 더 크고 이름 있는 종합병원, 상급병원으로 연쇄 이동하는 것이다. 한 지역 대학병원 교수는 "그나마 지난해까진 계약 기간이 남아 있어 자리를 지켰던 전임의들이 연말에 줄줄이 서울과 수도권으로 옮겨 갔다"며 "올해는 신규 전문의도 없는 실정이라 몇몇 진료과의 경우 외래마저 줄여야 할 처지"라고 토로했다.


상황이 이러니, 의과대학 수업 재개도 엄두를 내지 못한다. 대학병원 교수는 환자 진료를 하면서 강의도 병행하는데, 그나마 지난 일 년간 부족한 인력으로도 환자를 볼 수 있었던 건 아이러니하게도 의대 수업이 없었기에 가능했다. 하지만 상황이 곧 해결되리라는 기대가 있었던 작년 3월과 달리, 올해는 더 많은 학생이 휴학하거나 혹은 그 많은 휴학생과 신입생을 한꺼번에 교육해야 하는 더 큰 난관에 놓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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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보다 환자들의 고통이 크다. 상급종합병원 초진 예약은 수개월은 대기해야 하고, 간신히 교수를 만나더라도 제때 수술을 받을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다. 의정 갈등으로 적절한 치료를 못 받으면서 작년 2~7월 사이 3100명 이상이 초과사망했다는 분석도 나왔다. 이제 대한민국의 의료는 인턴·전공의들의 복귀와 처우 개선, 필수·지역의료 강화, 의료수가 현실화 등 그간 누누이 거론돼 왔던 문제들을 해결하지 않고서는 다시 이전 수준으로 되돌릴 수 없게 됐다. 현실적인 해결책의 첫 단계는 의대 정원 합의와 수업 정상화다. 내년도 입시 일정과 의대 개강 일정을 고려할 때, 그래서 이번 3월은 더 중요하다.




조인경 바이오중기벤처부 차장 ikjo@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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