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명계 "DJ·文도 '중도·보수' 발언"
비명계 "민주당, 70년 역사 부정"
친명계(친이재명계)의 좌장 격인 정성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이재명 대표의 '중도 보수' 발언에 팔을 걷어붙이고 지원에 나섰다. 19일 이 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를 마친 후 기자들과 만나 "우리는 원래 진보정당이 아니다. 민주당은 중도 보수정당 포지션이다"고 언급한 바 있다. 해당 발언으로 이 대표에 대한 비판이 확산하자 정 의원은 20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이재명 대표가 민주당 정체성을 얘기한 것이 아니라 민주당의 현재 위치, 정책과 노선이 어떤 것인지를 말한 것"이라고 옹호했다.
이어 그는 "민주당에는 김구 선생, 신익희 선생, 조병옥 박사, 김대중 전 대통령, 노무현 전 대통령, 문재인 전 대통령 사진이 쭉 붙어 있다"며 "김구 선생이나 조병옥, 신익희 선생이 진보 혁신운동 한 건 아니며 1950년대 진보 계열은 조봉암 선생의 혁신계열이 있었지만 다 궤멸했다. 그 뒤 김철 선생의 사회민주당, 민노당, 통진당, 진보당, 사민당까지 쭉 이어 왔다"며 진보 계열과 민주당은 그 뿌리가 다르다고 설명했다.
또 정 의원은 작고한 김대중 전 대통령이 1997년 대선에 출마하기 전 '우리 당은 중도우파정당이다'라고 말한 것을 언급했다. 특히 그는 "'왜 중도우파냐, 자유시장경제를 지지하고 옹호하기 때문에 우파이고, 서민의 이익을 대변하는 정당이기 때문에 중도정당이다'고 이야기한, 그 입장이 지금까지 오고 있다"며 이 대표 발언도 그 연장선상임을 강조했다. 정 의원은 "자칭 보수정당이라는 국민의힘이 지금 보수 핵심 가치인 법치주의, 헌정질서 존중과 정반대로 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당이 합리적인 보수까지 껴안고 국민 통합에 앞장서자는 그런 뜻에서 이 대표가 얘기한 것"이라는 해석을 내놨다.
이날 강유정 원내대변인 또한 국회에서 열린 정책 조정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김대중 전 대통령도 1997년 대선후보 당시 중도우파라고 인터뷰한 바 있고, 문재인 전 대통령도 후보 시절 2016년 동아일보 인터뷰에서 새누리당과 비교해 진보이긴 하지만 당 정체성으로 보수정당이라고 언급했다"고 덧붙였다.
"민주당 70년 역사를 부정하는 말" 비명계 즉각 반발
이재명 대표의 발언을 옹호한 친명계와 달리 비명계 의원들은 이재명 대표의 발언에 즉각 날을 세웠다.
김부겸 전 국무총리는 이날 YTN 라디오에 출연해 "민주당이 진보적 영역을 담당해 왔다는 건 역사적 사실로, 이 정체성이 단순한 선언으로 바뀔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고 비판했다. 이어 김 전 총리는 "특히 당의 정체성과 노선 변경은 당 대표가 이런 일방적인 선언을 했다고 되는 게 아니라 충분한 토론을 통해서 국민의 공감대를 얻어야 한다"며 "이렇게 금방 변경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김대중 전 대통령은 복지사회 실현을 이념으로 한다고 했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참여 정부는 진보를 지향하는 정부'라고 했다"며 "문재인 전 대통령도 진보적 가치를 갖고 국정을 운영해왔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런 흐름이) 어떻게 하루아침에 바뀌나"라며 "(이 대표) 본인이 실용적 정치 지도자가 되겠다는 것과 당의 정체성을 하루아침에 규정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라고 꼬집었다.
김부겸 전 국무총리는 이날 YTN 라디오에 출연해 "민주당이 진보적 영역을 담당해 왔다는 건 역사적 사실로, 이 정체성이 단순한 선언으로 바뀔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고 비판했다. 허영한 기자
김두관 전 의원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흑묘백묘 실용에는 동의하지만, 대한민국의 발전과 민주화를 위해 민주당이 걸어온 투쟁의 역사를 부정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고 했다. 김 전 의원은 "물론 내란 세력을 심판하고 민주정권을 세우기 위해서는 중도 보수의 표도 얻어야 한다"면서도 "대통령이 되고 싶은 욕심에 자신의 근본 뿌리마저 망각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는 (자신의 발언이) 실언이라고 인정하고, 그동안 독재와 독점에 맞서 싸워온 민주당 지지자와 국민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경수 전 경남지사도 전날 페이스북을 통해 "민주당의 정체성을 하루아침에 바꿀 수는 없다"고 밝혔다. 김 전 지사는 "진보, 보수의 구분은 시기와 장소에 따라 상대적이고, 이제는 이념 논쟁에서 벗어나야 한다"면서도 "우리 당의 정체성을 지키면서 중도 보수층 국민의 지지까지 끌어안을 수 있는 그런 유능한 민주당이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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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가운데, 김대중 전 대통령의 최측근이었던 박지원 의원은 이재명 대표의 '보수 중도 정당' 선언에 대해 "이 대표가 잘하고 있다, 그것이 DJ의 길"이라고 평가했다. 박 의원은 이날 KBS 라디오 전격시사에서 "엄격하게 보면 김대중 전 대통령은 중도 보수고, 민주당과 김 전 대통령은 항상 중도 개혁을 표방해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지 세력만 가지고는 대통령이 될 수 없고 김대중 후보도 우클릭해서 집권했다"며 "김 전 대통령이 보수의 아이콘인 김종필, 박태준 두 분과 통합해 집권의 길을 갔지만, 김대중 정책이 보수로 간 것은 없다"고 말했다. 끝으로 박 의원은 "이 대표의 경우 약간의 우클릭이 필요하고, 국민의힘에서 대통령 후보가 나오면 마찬가지로 좌클릭을 해주는 것이 국론 통합을 위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방제일 기자 zeilis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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