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4억 투자한 주식, 돌연 거래정지…"미안해 형" 그들이 내 동생을 죽였다 [소액주주의 눈물]①

시계아이콘03분 35초 소요
언어변환 숏뉴스
숏 뉴스 AI 요약 기술은 핵심만 전달합니다. 전체 내용의 이해를 위해 기사 본문을 확인해주세요.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 정부의 밸류업 프로젝트가 진행됐던 지난해 29개 상장사가 공시한 횡령 및 배임 액수다.

지씨는 동생의 계속되는 추천에 못 이겨 이아이디 주식 5000만원치를 매수했다.

한국거래소가 2023년 9월1일 이화그룹 계열사의 상장폐지를 결정하자 동생은 지씨에게 사과를 건넸다.

닫기
뉴스듣기

임원 횡령으로 거래정지...자본시장에 무너진 한 가정 이야기

편집자주4025억원.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 정부의 밸류업 프로젝트가 진행됐던 지난해 29개 상장사가 공시한 횡령 및 배임 액수다. 기업 내부에서 벌어지고 있는 범죄에 소액주주는 보호받지 못하고 소외돼 있다. 경영진이 횡령과 배임을 저질러 주식 거래가 정지되고 상장폐지 되더라도 소액주주는 사전에 이를 감시할 수 없고, 책임을 물릴 수도 없다. 피해를 떠안은 채 기다리는 것 외에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상장기업들의 3월 정기 주주총회 시즌을 앞두고 기업가치 제고를 연일 외치고 있는 국내 주식시장에서 배제된 소액주주의 눈물을 중점적으로 조명해본다.

지모씨(50·남)를 처음 본 건 지난해 8월, 무더운 날이었다. 수원 영통구에 위치한 카페에서 만난 지씨의 모습은 단정한 복장과 오랜 사회생활로 장착한 엷은 미소, 영락없는 직장인이었다.


"아이고 제가 커피를 샀어야 했는데."


미리 준비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건네자 지씨는 연신 고개를 숙이며 감사를 표했다. 자리에 앉아 서로의 나이, 사는 곳, 직장 생활 등을 묻고 답하다가 잠깐의 공백이 생겼다. 지씨는 커피잔에서 흐르는 물을 닦아내며 담담한 표정으로 말을 꺼냈다.


"1년 전이었다면, 우느라고 대화를 이어가지 못했을 겁니다."


4억 투자한 주식, 돌연 거래정지…"미안해 형" 그들이 내 동생을 죽였다 [소액주주의 눈물]① 지모씨의 45세 남동생은 2023년 9월 경기 화성시에 있는 건달산에서 자살했다. 그는 4억원가량 투자한 코스피 상장사 이아이디가 거래정지되자 심적 고통을 겪었다. 생전 등산하고 있는 지씨의 모습. /제공=지씨 유가족
AD

지씨는 2023년 9월5일을 떠올렸다. 당시 지씨는 수원에 위치한 회사 근처에서 점심을 먹다가 시끄럽게 울리는 전화를 받았다. "지OO씨 맞으신가요?" 처음에는 보이스피싱인 줄 알고 끊었다.


하지만 곧바로 다시 전화벨이 울렸다. 불길함이 엄습했다. 두 번째로 받은 전화에서는 저 너머에 무전기 소리가 들렸다. 심상치 않은 일이 벌어졌다는 것을 직감했다. 지씨에게 전화를 건 사람은 경찰이었다. 경찰은 믿기 어려운 소식을 전했다. 지씨의 남동생 A씨(45·남)가 경기 화성시에 있는 건달산에서 자살한 것이다.


지씨의 동생은 경남 창원에 위치한 자동차 회사의 연구소에서 근무했다. 주말마다 수원에 올라와 형과 놀러 갈 정도로 우애가 깊었다. 동생은 수원에 온 김에 건달산으로 자주 캠핑을 하러 갔다. "그렇게 좋아하던 산이 동생의 마지막 장소가 될 줄이야." 지씨는 한숨만 내쉬었다.


지씨의 기억 속 동생은 언제나 밝고 친절한 사람이었다. 하지만 동생은 2023년 5월, 한 사건을 겪고 깊은 어둠 속으로 빠져들기 시작했다. "세상에 뻔뻔한 사람도 있지만, 착한 사람도 있잖아요. 그리고 착한 사람은 도저히 못 버틸 일이 있어요. 제 동생이 그 일을 당했습니다."

언제나 밝았던 동생, 주식 거래정지에 어둠 속으로

이화그룹 계열사 이화전기·이아이디·이트론은 2023년 5월10일 한국거래소로부터 거래정지를 당했다. 전·현직 임원 등이 횡령·배임 혐의를 받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거래정지되고 다음날, 이화전기는 횡령액이 약 8억3000만원이라고 공시했다.


한국거래소는 이화전기의 공시 이후, 같은해 5월12일 이화그룹 계열사에 대한 거래정지를 풀었다. 하지만 한국거래소는 같은날 오후 2시22분께 다시 거래를 정지시켰다. 알고 보니 김영준 전 이화그룹 회장 등 임원진의 횡령액은 100억원이 넘었다. 2거래일 동안 이화그룹에 투자한 소액주주들의 상황은 천당에서 지옥으로 떨어졌다.


그 주주 중 한 명이 지씨의 동생이었다. 동생은 2023년 초 이아이디와 이화전기에 총 4억원을 투자했다. 회사에 다니면서 힘들게 번 월급과 주식 투자로 모은 돈이었다. 동생은 빠르게 오르는 주가를 보면서 올라타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럴 만했다. 이화그룹 계열사 종목이 2차전지 관련주로 묶이면서 2023년 1월2일 기준 834원이던 이아이디의 종가가 같은해 4월20일 최고가 3860원까지 올랐다. 3개월 만에 주가가 4배 이상 뛴 셈이다.


지씨의 동생은 홀린 듯 주변에 이화그룹 관련주를 추천하기 시작했다. 동생은 형인 지씨에게도 주식을 추천했다. 지씨는 동생의 계속되는 추천에 못 이겨 이아이디 주식 5000만원치를 매수했다.


"미안해 형."


한국거래소가 2023년 9월1일 이화그룹 계열사의 상장폐지를 결정하자 동생은 지씨에게 사과를 건넸다. 지씨는 괜찮다고 다독였다. 하지만 동생은 거래정지 이후 좀처럼 집에서 나가질 않았다. 지씨는 동생이 워낙 밝았기에 툭툭 털어내고 일어날 것이라고 생각했다. 동생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건 알지 못했다.


"5000만원은 필요 없고 생각도 안 합니다. 지금도 동생의 죽음에 대한 죄책감에 시달리고 있어요. 주식투자 하지 말라고 더 세게 얘기할 걸…."

수렁에 빠지는 현실…소액주주만 발 '동동'
4억 투자한 주식, 돌연 거래정지…"미안해 형" 그들이 내 동생을 죽였다 [소액주주의 눈물]① 김현 이화그룹 주주연대 대표가 10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앞에서 열린 상장폐지 간소화 정책에 반대하는 소액 주주들 집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김 대표는 상장폐지 심사 기준 명확화, 횡령·배임에 따른 차등적 상장폐지 절차 도입, 기업 및 유관기관 투명성 강화, 주주 권리 보호 위한 사회적 공론화 등을 촉구했다. 2025.02.10 윤동주 기자

거래정지된 이아이디는 어떻게 됐을까. 어느 기업들처럼 한국거래소의 상장폐지 결정에 이의를 제기했다. 한국거래소는 이아이디에 대한 상장폐지 결정을 미뤘다. 스스로 개선할 수 있는 시간과 기회를 준 셈이다.


하지만 이아이디는 소액주주의 기대를 벗어나는 행보를 이어갔다. 이아이디는 지난해 3월21일 감사의견 거절을 공시했다. 의견 거절은 감사인이 감사 업무를 수행할 수 없거나 기업의 경영을 이어가기 어려운 중대한 사항이 있다고 판단할 때 주어진다. 이에 한국거래소는 상장폐지를 결정하지만 이아이디가 또다시 이의를 신청하면서 판단 시점이 밀린다. 지난해 8월28일에는 공시를 번복해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4억 투자한 주식, 돌연 거래정지…"미안해 형" 그들이 내 동생을 죽였다 [소액주주의 눈물]①

이화그룹 계열사의 거래정지가 길어지는 만큼 소액주주의 고통은 커지고 있다. 거래정지된 종목의 소액주주들은 다급한 마음에 지난 2월10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앞에 집결했다. 이들은 자신의 자산이 거래정지로 묶여있는 현실에 분노를 호소했다. 김현 이화그룹소액주주연대 대표는 집회에서 "부도덕한 이사와 대주주의 횡령 및 배임, 주식시장 관리 및 감독 시스템의 부재로 내 소중한 자산이 하루아침에 휴지 조각이 되게 생겼다"고 하소연했다. 이아이디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1일 기준 거래정지된 104개 기업의 평균 거래정지 일수는 약 473일이다. 거래정지 일수가 1000일이 넘어가는 기업은 15개에 달한다.


이화그룹 계열사의 시간은 얼마 남지 않았다. 지난달 14일 한국거래소는 이화전기·이아이디·이트론에 대한 상장폐지를 결정했다. 1월에 3개사는 한국거래소에 개선계획 이행내역서를 제출하고 심의를 요청했지만 결국 퇴출 대상이 되고 만 것이다. 다만 곧바로 상장폐지가 되지는 않았다. 이화전기·이아이디·이트론은 한국거래소 결정에 상장폐지결정 효력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만약 법원이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이화그룹 계열사 주식은 정리매매 등 상장폐지 수순에 들어가게 된다. 이화전기·이아이디·이트론은 지난달 17일 각사의 홈페이지를 통해 "당사를 믿고 기다려준 주주 및 임직원에게 송구하다"며 "상장폐지 결정에 깊은 유감을 표하며 명확한 해명을 한국거래소에 요구한다"고 밝혔다.

동생 이어 어머니까지…자본시장에 무너진 한 가정
4억 투자한 주식, 돌연 거래정지…"미안해 형" 그들이 내 동생을 죽였다 [소액주주의 눈물]① 소액 주주 피해자 지모 씨(50·남)가 10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앞에서 열린 상장폐지 간소화 정책에 반대하는 소액 주주들 집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5.02.10 윤동주 기자

지난달 서울 중구에서 다시 만난 지씨는 안 좋은 소식을 하나 더 알렸다. 그의 어머니마저 돌아가신 것. 딸처럼 살가웠던 동생이 자살한 후 어머니의 건강은 급속히 나빠졌다. 병원을 자주 드나들던 어머니는 결국 지난해 8월13일 심근경색으로 사망했다. 8월13일은 동생의 생일이기도 하다. "하늘도 무심하시지." 지씨는 고개를 숙였다.


현재 지씨의 집은 적막만 돈다. 아버지는 1주일에 4번 이상 술을 마시면서 지낸다. 이번 설 명절, 아버지는 방에 틀어박혀서 입맛이 없다는 말만 반복했다. 원래는 고봉밥을 먹든 아버지였다. 지씨는 동생의 자살 이후 먹기 시작한 우울증 약을 점점 술로 대체하고 있다. 어머니의 죽음이 계기였다. 동생의 죽음을 잊고자 시작한 운동도 점차 안 나가기 시작했다. 한국의 자본시장에 한 가정이 무너지고 말았다.


AD

연이어 가족을 보낸 지씨는 이화그룹에 대해 체념하면서도 분노를 숨길 수 없었다. 굳어진 얼굴에서 입술만 파르르 떨리고 있었다. "한국 자본시장이 제 동생을 죽였습니다. 칼로 찔러야만 살인인가요?"

'소액주주의 눈물' 글 싣는 순서
▶"한국 자본시장이 내 동생을 죽였다"
①임원 횡령으로 거래정지...자본시장에 무너진 한 가정 이야기

3년간 1조원 넘는 상장사 횡령 범죄 발생…작년만 4025억원
②거래정지·상장폐지 이어지는데...횡령·배임 처벌 '솜방망이'

5억 이상 횡령 78건 중 가중처벌은 7건뿐…주주들 엄벌 탄원에도 '솜방망이' 처벌
③특경법상 횡령 1심 판결 전수조사…고액 횡령 범죄 단죄 어려워

소액주주 배제된 주주총회…'일방통행'에 시름
④주식회사의 '꽃' 주주총회 현장서 외면받은 주주들 목소리

횡령죄 처벌 강화 제자리걸음..."정보 비대칭 문제라도 해결 시급"
⑤소액주주·전문가들이 말하는 소액주주 보호받는 법



공병선 기자 mydillon@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놓칠 수 없는 이슈 픽

  • 25.12.2506:30
    "일주일 100시간 일하면 2억 드립니다"…'시간제한' 없이 개발 가능한 미·영·일
    "일주일 100시간 일하면 2억 드립니다"…'시간제한' 없이 개발 가능한 미·영·일

    편집자주인공지능(AI) 3대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해 전쟁터에 뛰어든 한국. 정부가 강도 높은 정책을 내놓으며 비전을 제시했지만 정작 현장에선 주 52시간 근무제 때문에 개발자들의 AI 연구가 차질을 빚고 있다는 원성이 높다. AI 업계는 국가 전략만으로는 시장 선두에 설 수 없다고 지적한다. 혁신을 만들기 위해서는 획일적인 규제가 아닌 유연성을 갖춘 산업 생태계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입 모은다. 시행 중인 주 52시간 근무

  • 25.12.2206:30
    "한국, 주 52시간 고집하다간 경쟁력 잃고 뒤처진다"…경고 날린 AI업계
    "한국, 주 52시간 고집하다간 경쟁력 잃고 뒤처진다"…경고 날린 AI업계

    편집자주인공지능(AI) 3대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해 전쟁터에 뛰어든 한국. 정부가 강도 높은 정책을 내놓으며 비전을 제시했지만 정작 현장에선 주 52시간 근무제 때문에 개발자들의 AI 연구가 차질을 빚고 있다는 원성이 높다. AI 업계는 국가 전략만으로는 시장 선두에 설 수 없다고 지적한다. 혁신을 만들기 위해서는 획일적인 규제가 아닌 유연성을 갖춘 산업 생태계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입 모은다. 시행 중인 주 52시간 근무

  • 25.12.2107:00
     "이 업종은 연장근로 못 씁니다"…전쟁터의 시간, 52시간에 갇히다
    "이 업종은 연장근로 못 씁니다"…전쟁터의 시간, 52시간에 갇히다

    편집자주인공지능(AI) 3대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해 전쟁터에 뛰어든 한국. 정부가 강도 높은 정책을 내놓으며 비전을 제시했지만, 정작 현장에선 주52시간 근무제 때문에 개발자들의 AI 연구가 차질을 빚고 있다는 원성이 높다. AI 업계는 국가 전략만으로는 시장 선두에 설 수 없다고 지적한다. 혁신을 만들기 위해서는 획일적인 규제가 아닌 유연성을 갖춘 산업 생태계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입 모은다. 시행중인 주52시간 근무제

  • 25.12.2006:30
    AI 기업 80% "칼퇴 하면서 AI 개발 못해"…실리콘밸리 가는 이유 있어
    AI 기업 80% "칼퇴 하면서 AI 개발 못해"…실리콘밸리 가는 이유 있어

    편집자주인공지능(AI) 3대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해 전쟁터에 뛰어든 한국. 정부가 강도 높은 정책을 내놓으며 비전을 제시했지만, 정작 현장에선 주52시간 근무제 때문에 개발자들의 AI 연구가 차질을 빚고 있다는 원성이 높다. AI 업계는 국가 전략만으로는 시장 선두에 설 수 없다고 지적한다. 혁신을 만들기 위해서는 획일적인 규제가 아닌 유연성을 갖춘 산업 생태계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입 모은다. 시행 중인 주52시간 근무제

  • 25.12.1119:11
    김소희 의원 "AI 3대 강국 위해 주 52시간제 풀어야"…근로기준법 개정안 발의
    김소희 의원 "AI 3대 강국 위해 주 52시간제 풀어야"…근로기준법 개정안 발의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소속 김소희 국민의힘 의원이 인공지능(AI) 개발자에게도 적용됐던 주 52시간 규제를 풀 수 있는 내용의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11일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은 근로기준법 제63조 2항을 신설해 근로시간 적용 예외 대상으로 AI 등 연구개발 업무 종사자를 추가하되 해당 근로자의 건강권 보장을 위한 조치를 의무화하는 내용이 담겼다. 개정안은 근로시간, 휴게와 휴일에 관한 규정을 신기술 등 연구개

  • 25.12.2411:00
    부산·서울 무연고사 전국 최다…고령자 많은 구도심 집중
    부산·서울 무연고사 전국 최다…고령자 많은 구도심 집중

    대한민국 국민 10만명당 무연고 사망자 수는 평균 10.19명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2021년의 4.15명보다 두 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특히 부산과 서울 등에서 무연고 사망자 수가 많았다. 24일 아시아경제가 전수조사를 통해 집계한 무연고 지수에 따르면, 전국 평균 무연고 지수는 2021년(4.15)보다 크게 높아진 10.19로 나타났다. 무연고 지수는 10만명당 무연고 사망자 수를 계산한 수치다. 이렇게 산출된 무연고 지수가 10을

  • 25.12.2411:00
    "그래도 장례는 나라서"…고독이 당연한 곳 '부산'
    "그래도 장례는 나라서"…고독이 당연한 곳 '부산'

    지난달 27일 부산 중구 영주동의 한 버스정류장에서 만난 정재남씨(86). 이웃 주민과 함께 담소를 나누던 정씨는 근처에 연고 없이 혼자 사는 사람이 있냐는 질문에 "여기 계단 내려가면 아흔 넘은 할머니 한 명이 있는데, 아플 때마다 죽겠다고 전화가 와서 거절하기도 뭐하고 가끔 들여다보고 있다"며 "그래도 평일엔 요양보호사란 사람이 와서 밥도 챙겨주는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 할머니 아들은 어릴 때 죽었고, 일본

  • 25.12.2411:00
    홀로 남은 아버지는 장례지도사를 택했다
    홀로 남은 아버지는 장례지도사를 택했다

    "고시원 총무로 일하면서 홀로 외롭게 떠나가는 이들을 너무 많이 봤습니다." 지난달 27일 부산 동구 범일동에서 만난 박상문씨(57)는 사전 장례주관자 지정 사업에 참여한 사연을 담담하게 설명했다. 사전 장례주관자 지정 사업은 무연고자 등이 생전에 자신의 장례를 맡길 사람이나 단체를 미리 지정하는 제도다. 사후에 발생할 수 있는 행정적 혼란을 막고 고인이 존엄하게 생을 마감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서다. 박씨는 올해 6

  • 25.12.2311:00
    아무도 오지않는 5호실의 적막…'가족도 거부' 세상에 없던 듯 외롭게 갔다
    아무도 오지않는 5호실의 적막…'가족도 거부' 세상에 없던 듯 외롭게 갔다

    지난달 5일 오전 강원도 원주의료원 장례식장은 상주와 조문객들로 분주한 모습이었다. 그런데 가장 작은 빈소인 5호실은 사뭇 다른 분위기를 풍겼다. 이곳에는 고(故) 권모씨의 빈소가 영정사진도 없이 차려져 있었다. 조문객은 아무도 찾아오지 않았다. 빈소 옆 식당에도 불은 꺼져 있었다. 기자는 비어있던 제사용 향로에 첫 번째 향을 피운 뒤 권씨를 조문했다. 빈소 앞 의자에 앉아 기다리기를 30분, 지역 봉사단체 회원 3명이

  • 25.12.2311:00
    연고자 있어도 무용지물…34%가 시신 인수 거부·무응답
    연고자 있어도 무용지물…34%가 시신 인수 거부·무응답

    최근 약 5년간 발생한 무연고 사망자 10명 중 3명은 연고자가 있음에도 시신 인수를 거부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23일 아시아경제가 2021년부터 올해 5월까지 전국 지방자치단체 무연고 사망자를 전수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경찰이나 지자체에서 연고자에게 연락했으나 무응답 또는 시신 인수 거부·기피로 무연고자가 된 사망자는 시신 위임자가 확인되는 2만1896명 중 7336명(33.5%)이었다. 무연고 사망자는 가족 등 연고자가 아예

  • 25.12.1606:40
     ⑥ 생존과 직결되는 복지 문제로 챙겨야…"진단체계 만들고 부처 간 연계 필요"
    ⑥ 생존과 직결되는 복지 문제로 챙겨야…"진단체계 만들고 부처 간 연계 필요"

    편집자주'장보기'를 어렵다고 느낀 적 있나요? 필요한 식품은 언제든 온·오프라인으로 살 수 있는 시대에 상상조차 불가능한 일이지만 대한민국에는 걸어서 갈 슈퍼도 없고, 배달조차 오지 않아 먹거리를 구하기 어려운 지역이 있습니다. 사막에서 오아시스 찾기처럼 음식을 살 수 없는 이곳을 '식품사막'이라 부릅니다. 식품사막은 고령화, 지방소멸, 정보격차 등으로 점점 넓어지고 있습니다. 장보기라는 일상의 불편함이 어떤

  • 25.12.1606:30
    "케첩은 알아도 토마토는 본 적 없다"는 美…일본은 달걀 아닌 "회·초밥이 왔어요"⑤
    "케첩은 알아도 토마토는 본 적 없다"는 美…일본은 달걀 아닌 "회·초밥이 왔어요"⑤

    편집자주'장보기'를 어렵다고 느낀 적 있나요? 필요한 식품은 언제든 온·오프라인으로 살 수 있는 시대에 상상조차 불가능한 일이지만 대한민국에는 걸어서 갈 슈퍼도 없고, 배달조차 오지 않아 먹거리를 구하기 어려운 지역이 있습니다. 사막에서 오아시스 찾기처럼 음식을 살 수 없는 이곳을 '식품사막'이라 부릅니다. 식품사막은 고령화, 지방소멸, 정보격차 등으로 점점 넓어지고 있습니다. 장보기라는 일상의 불편함이 어떤

  • 25.12.1406:30
     ④ 이동식 마트는 적자…지원 조례는 전국 4곳 뿐
    ④ 이동식 마트는 적자…지원 조례는 전국 4곳 뿐

    편집자주'장보기'를 어렵다고 느낀 적 있나요? 필요한 식품은 언제든 온·오프라인으로 살 수 있는 시대에 상상조차 불가능한 일이지만 대한민국에는 걸어서 갈 슈퍼도 없고, 배달조차 오지 않아 먹거리를 구하기 어려운 지역이 있습니다. 사막에서 오아시스 찾기처럼 음식을 살 수 없는 이곳을 '식품사막'이라 부릅니다. 식품사막은 고령화, 지방소멸, 정보격차 등으로 점점 넓어지고 있습니다. 장보기라는 일상의 불편함이 어떤

  • 25.12.1306:30
    "창고에 쟁여놔야 마음이 편해요"…목숨 건 장보기 해결하는 이동식 마트 ③
    "창고에 쟁여놔야 마음이 편해요"…목숨 건 장보기 해결하는 이동식 마트 ③

    편집자주'장보기'를 어렵다고 느낀 적 있나요? 필요한 식품은 언제든 온·오프라인으로 살 수 있는 시대에 상상조차 불가능한 일이지만 대한민국에는 걸어서 갈 슈퍼도 없고, 배달조차 오지 않아 먹거리를 구하기 어려운 지역이 있습니다. 사막에서 오아시스 찾기처럼 음식을 살 수 없는 이곳을 '식품사막'이라 부릅니다. 식품사막은 고령화, 지방소멸, 정보격차 등으로 점점 넓어지고 있습니다. 장보기라는 일상의 불편함이 어떤

  • 25.12.1206:40
    "새벽배송은 사치, 배달이라도 됐으면"…젊은 사람 떠나자 냉장고가 '텅' 비었다 ②
    "새벽배송은 사치, 배달이라도 됐으면"…젊은 사람 떠나자 냉장고가 '텅' 비었다 ②

    편집자주'장보기'를 어렵다고 느낀 적 있나요? 필요한 식품은 언제든 온·오프라인으로 살 수 있는 시대에 상상조차 불가능한 일이지만 대한민국에는 걸어서 갈 슈퍼도 없고, 배달조차 오지 않아 먹거리를 구하기 어려운 지역이 있습니다. 사막에서 오아시스 찾기처럼 음식을 살 수 없는 이곳을 '식품사막'이라 부릅니다. 식품사막은 고령화, 지방소멸, 정보격차 등으로 점점 넓어지고 있습니다. 장보기라는 일상의 불편함이 어떤

  • 25.12.2309:51
    박원석 "대통령이 지방선거 판 중심에 떠오르고 있다"
    박원석 "대통령이 지방선거 판 중심에 떠오르고 있다"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미리 PD■ 출연 : 박원석 전 정의당 의원(12월 19일) 소종섭 : '통일교 금품 수수 의혹 수사'가 빠르게 진행됩니다. 한학자 총재의 전 비서실장도 조사했고, 전재수 전 장관도 소환 조사했습니다. 전체적인 수사 흐름, 또 향후의 전개 상황 어떻게 봅니까? 박원석 : 일단 공소시효 논란도 좀 의식하는 것 같고 일각에서

  • 25.12.1810:59
    이재명 대통령 업무 스타일은…"똑부" "구축함" "밤잠 없어"
    이재명 대통령 업무 스타일은…"똑부" "구축함" "밤잠 없어"

    정부 부처 업무 보고가 계속되고 있다. 오늘은 국방부 보훈부 방사청 등의 업무 보고가 진행된다. 업무 보고가 생중계되는 것에 대해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감시의 대상이 되겠다는 의미, 정책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업무 보고가 이루어지면서 이재명 대통령의 업무 스타일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대통령실 참모들과 대통령과 같이 일했던 이들이 말하는 '이재명 업무 스타일'은 어떤 것인

  • 25.12.0607:30
    한국인 참전자 사망 확인된 '국제의용군'…어떤 조직일까
    한국인 참전자 사망 확인된 '국제의용군'…어떤 조직일까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연출 : 이미리 PD■ 출연 : 이현우 기자 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전했다가 사망한 한국인의 장례식이 최근 우크라이나 키이우에서 열린 가운데, 우리 정부도 해당 사실을 공식 확인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매체 등에서 우크라이나 측 국제의용군에 참여한 한국인이 존재하고 사망자도 발생했다는 보도가 그간 이어져 왔지만, 정부가 이를 공식적으로 확

  • 25.12.0513:09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박수민 PD■ 출연 : 김용태 국민의힘 의원(12월 4일) "계엄 1년, 거대 두 정당 적대적 공생하고 있어""장동혁 변화 임계점은 1월 중순. 출마자들 가만있지 않을 것""당원 게시판 논란 조사, 장동혁 대표가 철회해야""100% 국민경선으로 지방선거 후보 뽑자" 소종섭 : 김 의원님, 바쁘신데 나와주셔서 고맙습니다. 김용태 :

  • 25.12.0415:35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2월 3일) 소종섭 : 국민의힘에서 계엄 1년 맞이해서 메시지들이 나왔는데 국민이 보기에는 좀 헷갈릴 것 같아요. 장동혁 대표는 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것이었다고 계엄을 옹호하는 듯한 메시지를 냈습니다. 반면 송원석 원내대표는 진심으로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