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권플랜 반영한 성장 위주 경제 전략 발표
이재명 대표, 감세 정책도 만지작거리는 중
이인영 "윤석열 정책과 같아서야" 비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중도 실용노선을 전면에 내세우며 우클릭 행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반도체 산업 고임금 노동자의 주 52시간 근무제 예외 적용 검토, 중산층·직장인 대상 감세 정책 준비, 기업 친화 정책 등을 잇달아 발표하며 중도·보수층 공략에 나섰다. 하지만 당내 반발 목소리도 거세지고 있다.
민주당 집권플랜본부(총괄본부장 김민석)는 6일 인공지능과 문화, 안보를 축으로 한 성장 전략을 발표했다. 5년 내 3% 성장률, 10년 내 4% 성장률 달성이라는 구체적 목표가 담겼다. 7일에는 사실상의 대선 공약기구인 '모두의 질문 Q'를 출범시킨다.
민주당은 5일 삼성, 현대차, SK, LG 등 4대 그룹 관계자들을 초청해 '트럼프 2.0 시대 핵심 수출기업의 고민'이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이재명 대표는 "새로운 국제 질서를 헤쳐나가는데 있어 기업과 경제인들의 의견이 가장 중요하다"며 "과거 정부 주도의 산업 발전과 달리 이제는 정치권과 행정 관료의 역량만으로는 해결책을 찾아내기 쉽지 않다"고 강조했다. 특히 글로벌 경제 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기업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감세 정책도 속도를 내고 있다. 상속세 일괄공제금액을 현행 5억원에서 8억원으로, 배우자 상속공제액은 5억원에서 10억원으로 상향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와 함께 자녀 2명 이상 가구나 부모 부양 가구의 소득세율을 3% 인하하고, 우리사주조합 주식 양도 시 발생하는 양도소득세와 법인세 면제도 추진하기로 했다.
그러나 이같은 이재명 대표의 급격한 노선 변화에 당내 반발이 확산하고 있다. 5선 중진인 이인영 의원은 "민주당의 노동 정책이 윤석열 정책과 같아서야 되겠느냐"며 "단순한 우클릭과 기계적 중도 확장은 오답"이라고 날 선 비판을 제기했다. 김동연 경기도지사 역시 "진보의 가치를 실현하는 방법에서 실용적 방법을 쓰는 것은 좋으나, 실용 자체가 목표이자 가치가 될 수는 없다"며 우려를 표명했다. 이는 민주당의 정체성과 관련된 근본적인 문제 제기로 해석된다.
특히 반도체 산업 노동자의 주 52시간 근무제 예외 적용을 둘러싼 논란이 뜨겁다. 산업통상자원위원회와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일제히 반대 입장을 표명했으며, 노동계의 반발도 거세다. 이용우 의원은 "연구개발 노동자를 쥐어짠다고 경쟁력이 생기겠느냐"며 "그런 후진적 사고를 벗어나는 것부터가 경쟁력을 확보하는 시작"이라고 비판했다. 노동계에서는 이를 노동기본권 후퇴로 규정하고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이재명 대표 자신도 입장 변화를 보인다. 지난 3일 "52시간 한도 내에서 몰아서 일하겠다는데 안 된다고 하기 어렵다"고 했는데, 5일 "주 52시간 예외가 꼭 필요하냐"는 물음을 던진 것이 상징적이다. 당내 반발을 의식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 대표의 중도 실용노선 성패를 가르는 것은 다음 몇 가지로 보인다. 우선 당내 소통이다. 기존 정책에서 큰 폭의 변화를 시도하는 만큼 당내 논의 과정이 충분히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일방적인 정책 추진은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 있다. 또한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관련 항소심 결과도 주요 변수로 꼽힌다. 1심과 유사한 결과가 나올 경우 당내 반발이 더욱 거세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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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실질적인 성과를 도출하는 것이 관건이다. 단순한 정책 발표나 법안 발의를 넘어 실제 법안 통과 등 구체적 성과로 이어져야 신뢰를 얻을 수 있다. 이는 곧 이 대표의 중도 실용 노선이 '실용'이냐 '퇴행'이냐를 가르는 핵심 척도가 될 전망이다. 당내 일각에서는 "성장과 분배의 선순환이라는 민주당의 기본 가치가 흔들리고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어, 향후 당내 논란은 더욱 가열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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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이재명 대표의 우클릭 행보가 실제 국민들의 지지로 이어질 수 있을지도 관건이다. 일각에서는 중도층 확장이라는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 못할 경우 정치적 리스크만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결국 '우클릭'과 관련해 이 대표가 풀어야 할 과제는 당내 소통과 합의를 바탕으로 한 정책 추진, 그리고 이를 통한 실질적 성과 도출이라고 볼 수 있다.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kumkang21@asiae.co.kr
이미리 PD eemillll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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