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렌스 서머스 미국 전 재무장관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부과 조치에 대해 미국에 실익이 전혀 없고 오히려 인플레이션만 유발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공개적으로 비난했다.

로렌스 서머스 전 재무장관은 2일(현지시간) 엑스(X.옛 트위터)에 "트럼프 관세(부과)는 괴롭힘 전략이다. 괴롭힘은 놀이터나 국제무대에서 이길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관세 부과에 우리 동맹국들도 대응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그들은 우리의 경제적 고통을 극대화하는 방식으로 대응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일 이웃 국가인 캐나다, 멕시코, 최대 무역 적자국인 중국을 상대로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한 직후 나온 발언이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조치를 강행하면서 이민과 마약 문제가 더 심각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서머스 전 장관은 "관세(조치)로 인해 멕시코 경제가 불안정해지면서 이주민들이 남부 국경으로 몰릴 수도 있다"고 적었다.
그는 또 미 경제학자들이 우려하듯 관세 인상이 미국인들의 물가 부담을 가중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관세는 수입국의 법인·개인 등이 내기 때문에 소비자물가를 끌어올린다. 서머스 전 장관은 "오늘 캐나다와 멕시코를 상대로 취한 조치는 납득하기 어렵고 위험하다"며 "이는 자동차, 휘발유 및 미국인들이 구매하는 모든 종류의 상품 가격 상승을 초래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인의 물가 부담을 덜어주겠다고 공약해 선거에서 승리한 트럼프 대통령이 되레 인플레이션을 유발하는 정책을 밀어붙인 셈이다. 결국 이러한 관세 인상 조치가 미국인의 장바구니 물가를 올리는 결과를 낳고 기업도 제품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는 수순을 밟게 된다면, 이는 곧 기업 경쟁력 약화로 이어져 미국 내 일자리 창출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서머스 전 장관이 트럼프식 관세정책을 두고 "경제성장을 촉진하기 위한 친기업 전략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다"며 "기업 리더들이 그렇게 말할 용기가 있기를 바란다"고 촉구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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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머스 전 장관은 미국의 관세 압력이 중국을 압박하기보다 중국과 다른 나라의 결속이 강화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했다. 서머스 전 장관은 2일(현지시간) CNN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가까운 동맹국들을 중국의 지도자 시진핑 (국가주석) 품으로 밀어내고 있다"며 "우리가 설정한 모든 국제 규범을 위반하면 그의 행위가 정당화될 수 있다. 궁극적으로 시 주석이 승자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김민영 기자 argu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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