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치 집계 후 첫 3개분기 연속 두 자릿수
브릿지론·토지담보대출 비중 은행 10배
리스크 큰 PF중심 영업구조…체질개선 쉽지않아
저축은행 고정이하여신(NPL) 비율이 처음으로 3개 분기 연속 10%대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강원 레고랜드 채무 불이행 사태 발생 직후인 2022년 4분기부터 급등했다. 브리지론·토지담보대출 등 리스크가 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 매물을 소화하는 저축은행 영업 구조상 NPL 비율을 낮추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4분기에도 두 자릿수를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저축은행 79곳의 NPL 비율은 11.17%다. NPL 비율은 저축은행 자산건전성 지표다. 낮을수록 안정적이라는 뜻이다. 통상 저축은행과 상호금융 등 2금융권에서는 NPL 비율이 5% 이하면 양호, 3% 이하면 우수하다고 평가한다.
금감원이 분기별 저축은행 NPL 평균치를 발표하기 시작한 2015년 4분기(10.24%) 이후 수치를 보면 지난해 2분기에 11.53%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1~3분기 3개 분기 연속 10%대였다. 2개 분기 연속 10%를 기록한 것은 통계 발표 이후 처음이다. 10%를 넘은 것도 2015년 4분기 이후 33개 분기 만이었다. 저축은행들은 2011년 대규모 부실 사태(저축은행 사태) 이후 두 자릿수로 치솟은 NPL 비율을 9년 만에 5% 미만으로 낮췄다. 2019년 4분기에 4.71%로 낮췄고 2022년 3분기에는 3.55%까지 떨어뜨렸다. 우수한 수준으로 낮아지던 NPL 비율은 레고랜드 사태 이후 7개 분기 연속으로 올랐고 지난해 사상 최고로 치솟았다.
금융권은 저축은행 NPL 비율이 5% 미만으로 떨어지는 데 몇 년은 걸릴 것으로 본다. 4분기에도 두 자릿수를 기록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투자 건물 미준공 등 리스크가 큰 PF 대출 매물을 소화하는 저축은행 영업 구조를 단기간에 개선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고금리, 원자재값 인상 등 부동산 시황이 위축된 것도 악영향을 미친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에 따르면 저축은행 브리지론·토지담보대출 비중은 평균 61%로 보험(6%), 은행(7%)의 약 10배다. 건전성이 높지 않은 중소 건설사 사업 참여 비중도 크다. 저축은행 PF 사업 중 신용등급 BB 이하 시공사 사업 비중은 68%로 중소형 증권사(32%)의 약 2배다.
최희재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저축은행 사태 땐 건물은 준공됐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미분양 물량이 속출하면서 본PF가 팔리지 않았지만 최근에는 사업비 급증 등으로 사업 초 브리지론의 본PF 전환부터 막히는 것이 문제"라며 "본PF 미준공 리스크가 확대돼 (금융당국이) 부실 사업장 물량 경·공매를 통한 회수를 권고하지만 매각 가격 때문에 회수가 지연되면서 저축은행 손실 부담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졌다"고 진단했다.
당국이 저축은행 충당금 점검, PF 경·공매 플랫폼 개선 및 매매 독려 등을 하고 있지만 저축은행 영업 위축에 대한 우려는 여전히 크다. 저축은행 입장에서는 NPL 비율, 연체율 등 건전성 지표를 안정적으로 관리하지 않으면 대출 영업을 늘리는 데 지장을 받는다. 저축은행 경영이 부실해질수록 시중은행 등 1금융권 대출이 어려워 저축은행 문을 두드리는 서민 대출도 위축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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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해 금감원은 연말 결산 점검을 지난달 진행했다. 저축은행 4곳은 현장점검, 16곳은 경영진 면담을 했다. 충당금을 더 쌓으라고 저축은행에 요청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고정 자산의 20%를 충당금으로 쌓도록 하는 감독규정을 준수할 수 있도록 관리하라고 했다"며 "PF 부실 사업장 경·공매 지원 및 독려 활동은 결산 점검과 별개로 계속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채석 기자 chaes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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