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즉각적인 금리 인하 요구…파월 만날 것"
우크라戰 종식 위해 대러 압박 수위 높여
"사우디·OPEC에 유가 인하 요구…中과 협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다음 주 기준금리 결정을 앞둔 미 연방준비제도(Fed)에 공개적으로 금리 인하를 압박하고 나섰다.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위해 중동 산유국에 유가 인하를 요구해 러시아의 '돈줄'을 죄겠다는 뜻도 밝혔다. 멕시코·캐나다·중국 등 교역 상대국에 대한 관세 기조도 재확인했다.
트럼프 "금리 즉시 인하해야…파월에 요구할 것"
트럼프 대통령은 23일(현지시간)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 화상 연설에서 "즉각적인 금리 하락을 요구할 것"이라며 "전 세계적으로 금리가 내려야 한다. 우리 금리를 따라야 한다"고 밝혔다. 다보스포럼 연설 당시에는 Fed를 명시적으로 언급하지 않았지만 이후 백악관 집무실에서 취재진과 만나 제롬 파월 Fed 의장과 만나 "적절한 시기에 그렇게 (대화를)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Fed가 이 같은 요구에 응할 것으로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그렇다"며 "강력한 입장을 낼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금리가 "많이(a lot)" 낮아지길 바란다고 했다.
이번 발언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0일 취임한 지 사흘 만에 발신한 첫 금리 관련 메시지다. 후보 시절부터 Fed의 고금리 정책과 파월 의장을 비판해 온 만큼 우려했던 대로 집권하자마자 통화당국을 상대로 금리 인하 압박에 착수한 셈이다. Fed는 오는 29일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첫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결정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압박은 통화완화 속도조절을 시사한 Fed에 상당한 부담을 줄 전망이다. Fed는 최근 견조한 경제와 인플레이션 반등 우려로 금리 인하 속도를 늦추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인상, 불법이민 제한, 감세 정책 등이 물가를 끌어 올릴 우려가 커서다. 미국 기준금리는 Fed가 지난해 9월 30개월간의 통화긴축을 끝내고 금리 인하에 착수, 최고 5.25~5.5%에서 현재 4.25~4.5%로 1%포인트 낮아졌다. 트럼프 대통령의 통화정책 개입 시도로 Fed의 정치적 독립성 훼손 논란도 가열될 전망이다.
"우크라戰 종식 위해 사우디·OPEC에 유가 인하 요구…관세 인상 기조 재확인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다보스포럼 연설에서 중동 산유국에 유가 인하를 요청해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내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그는 "유가가 하락한다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은 즉시 끝날 것"이라며 "지금은 (석유) 가격이 충분히 높아 전쟁이 지속될 것이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석유수출국기구(OPEC)에 유가 인하를 요구하겠다"고 말했다. 중동 산유국에 석유 생산량 확대를 주문, 유가 하락을 유도해 에너지 수출에 재정 수입의 절반을 의존하는 러시아를 압박하겠다는 취지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에도 러시아가 종전 합의에 응하지 않으면 러시아의 모든 수출품에 "높은 수준의 세금, 관세, 제재를 부과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중국의 역할도 주문했다. 그는 "중국은 (우크라이나) 전쟁 상황에 막대한 영향력이 있고 우리는 중국과 협력할 것"이라며 "중국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을 끝내는 것을 도와줄 수 있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 인상 기조 또한 재확인했다. 그는 "미국에서 제품을 만들지 않겠다면 그건 여러분의 특권"이라며 "그렇다면 아주 간단히 말해 여러분은 관세를 내야 한다. 금액은 다르지만 수천억 달러 심지어 수조 달러가 (관세 세입으로) 우리 재정으로 들어올 것"이라고 위협했다. 그는 이날 백악관에서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도 중국, 멕시코, 캐나다에 예고한 대로 2월1일부터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거듭 밝혔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법원이 이날 자신이 서명한 '출생 시민권 제한' 행정명령이 "위헌"이라며 시행 금지 명령을 내린 데 대해 항소 방침을 밝혔다. 자신이 발표한 인공지능(AI) 투자 계획에 대한 최측근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비판에는 크게 개의치 않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머스크 CEO가 그들(투자자) 중 한 명을 싫어할 뿐"이라고 말해 투자사 중 한 곳인 오픈AI의 샘 올트먼 CEO와 머스크 CEO의 구원 관계가 돌발 행동으로 이어졌음을 시사했다.
뉴욕(미국)=권해영 특파원 roguehy@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