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등을 운영하는 메타플랫폼의 마크 저커버그 최고경영자(CEO)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을 앞두고 미국 내 자사 플랫폼에서 가짜뉴스를 판별하고 사실관계를 규명하는 제삼자의 '팩트체킹(fact-checking)'을 폐지한다고 발표했다.
메타에 따르면 저커버그 CEO는 7일(현지시간) 홈페이지 등에 공개한 5분 분량의 영상 메시지를 통해 "우리의 뿌리로 돌아가 실수를 줄이고, 정책을 단순화하고, 플랫폼에서 표현의 자유를 회복하는 데 집중하려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구체적으로 그는 "미국에서 팩트체커(사실관계를 규명하는 담당자 또는 기능)를 없앨 것"이라며 "엑스(X·옛 트위터)의 '커뮤니티 노트'와 유사한 것으로 대체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엑스가 가짜뉴스 대응 차원에서 만든 커뮤니티 노트는 사용자들이 의견을 달도록 함으로써 해당 콘텐츠에 대한 경고 및 맥락을 추가한 것이 특징이다.
저커버그 CEO는 "(페이스북 등의) 팩트체커들이 정치적으로 너무 편향됐고, 신뢰를 창출하기보다는 망가뜨렸다"고도 주장했다. 아울러 메타의 콘텐츠 검토팀이 기존 캘리포니아에서 텍사스로 이전될 것이라며 "팀의 편향에 대한 우려가 덜한 곳"이라고 평가했다.
이민, 성 정체성 등 일부 주제에 대한 제한을 해제하는 한편, 불법적이고 심각도가 높은 부분에 대해 집중할 것이라고도 했다. 저커버그 CEO는 "이는 나쁜 콘텐츠를 덜 적발한다는 의미기도 하지만, 실수로 삭제하는 무고한 사람들의 게시물과 계정 수를 줄인다는 의미기도 하다"고 부연했다. 메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삭제된 콘텐츠는 매일 수백만 개로 전체의 1% 미만이다. 하지만 메타 측은 삭제된 콘텐츠 10개 중 1~2개는 실제 정책 위반에 해당하지 않는 케이스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와 함께 저커버그 CEO는 "미국 기업을 겨냥하고 더 많은 검열을 추진하는 전 세계 정부에 맞서기 위해 트럼프 당선인과 협력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표현의 자유를 강조한 2019년 조지타운대 연설을 언급하면서 "지난해 11월 미국 대선이 다시 한번 이를 중시하는 문화적 전환점처럼 느껴졌다"고도 말했다. 이번 기조 변화 역시 당시와 마찬가지로 표현의 자유에 대한 헌신으로 돌아가고자 하는 시도라는 주장이다.
메타의 이러한 기조 변화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플랫폼들의 자체 콘텐츠 검열 기능을 없애고자 하는 트럼프 당선인 진영의 요구를 받아들인 것으로 분석된다.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연방통신위원회(FCC)와 연방거래위원회(FTC)를 이끌게 되는 브렌던 카, 앤드루 퍼거슨 지명자는 SNS 플랫폼들이 특정 콘텐츠가 유해하다고 판단해 삭제하는 것이 표현의 자유를 막고 있다는 입장이다.
트럼프 당선인과 그의 지지자들 또한 메타가 운영하는 페이스북을 두고 정치 편향성이 심각하고 과도한 검열을 하고 있다고 거세게 비판해 왔다. 특히 페이스북의 경우 앞서 트럼프 당선인 지지자들이 일으킨 2021년 1월6일 의사당 폭동 사태를 계기로 트럼프 당선인의 계정을 차단해 이들의 공격 대상이 된 바 있다. 당시 저커버그 CEO는 "트럼프의 발언이 평화로운 권력 이양을 방해하고 민주주의에 위협이 되고 있다"고 차단 이유를 설명했었다. 이후 페이스북은 2024년 대선을 앞두고서야 트럼프 당선인의 계정을 복구했다.
저커버그 CEO는 오는 20일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트럼프 당선인과의 관계 개선에 힘을 기울이는 모습이다. 대선 직후 플로리다 마러라고 자택을 찾아가는가 하면, 이번 취임식을 위해 100만달러(약 14억원)를 기부하기도 했다. 메타는 최근 트럼프 행정부와 가까운 공화당 인사인 조엘 카플란을 메타의 글로벌 정책담당자로 승진시킨 상태다. 이날 메타 홈페이지에 게시된 저커버그 CEO의 영상 및 글도 카플란 정책담당자의 이름으로 올라왔다. 전날에는 트럼프 당선인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데이나 화이트 이종격투기(UFC) 최고경영자(CEO)를 메타의 이사로 임명했다.
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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