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첫 시행…이달 중 농가에 감축면적 통지
감축 이행 농가에 공공비축미 물량 우선 배정
초과 감축 시 기본직불금 추가 지원 검토
정부가 매년 반복되는 쌀 과잉생산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벼 재배면적 조정제'를 올해부터 시행한다. 벼 재배면적 8만㏊를 줄이는 것을 목표로 감축에 동참한 농가에는 시중보다 매입 단가가 높은 공공비축미 물량을 우선 배정하기로 했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8일 "최근 벼 재배면적 감소율보다 소비량 감소율이 더 큰 구조적 공급과잉 상황"이라며 "사전 재배면적 감축을 위한 전략직불제 확대 등의 감축 노력에도 다시 벼농사를 짓는 회귀 농가가 늘어나고 있어 쌀 산업의 구조적 공급과잉 해소와 수급안정을 위해 사전 면적감축 제도인 벼 재배면적 조정제를 추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1인당 쌀 소비량은 2018년 61㎏에서 2023년 56.4㎏으로 7.5% 줄었는데 벼 재배면적은 같은 기간 73만8000㏊에서 70만8000㏊로 4.1% 줄어드는 데 그쳤다.
정부는 공급을 줄이기 위해 2005년 이후 12차례 쌀을 시장에서 격리하는 등의 사후적 시장개입에 나서고 있지만, 역부족인 상황이다. 쌀 공급과잉에 따른 수확기 쌀값 하락은 농가소득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 이 탓에 쌀 농가 소득률이 2005년 60% 수준에서 정체돼 있어 농식품부는 수급 안정을 위해선 사전 면적감축제도 시행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벼 재배면적 감축은 정부가 총 감축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시·도에 배분하는 식으로 진행된다. 농식품부는 예상 쌀 수요량과 시장격리 물량 등을 감안해 올해 8만㏊ 감축을 목표로 벼 재배면적 조정제를 추진한다. 면적 조정은 형평성과 이행 가능성 등 고려해 전체 벼 농가 대상으로 시행한다. 친환경 벼와 가루쌀은 재배면적 조정제 대상에서 제외하고 일반벼 재배면적을 대상으로 감축에 나선다.
앞서 정부는 지난해 말 지방자치단체별 2024년 쌀 생산량을 바탕으로 감축 면적을 배분해 지자체에 통보했다. 쌀 생산량의 19.8% 차지하는 전남은 1만5831㏊의 재배면적을 줄여야 한다. 이어 충북은 1만5763㏊, 전북은 1만2163㏊, 경북 1만710㏊, 경기 8108㏊ 등의 감축 면적이 배분됐다.
정부는 감축 취지 및 이행 편의성을 고려해 '농가 간 감축면적 거래' 등 다양한 이행방식을 발굴했다. 예를 들어 10개 농가에 각각 면적 감축 0.1㏊씩 부과된 경우 1개 농가가 1㏊를 감축하면 10개 농가 모두 감축을 이행한 것으로 간주하는 식이다. 또 일반벼 농가가 친환경·가루쌀로 전환할 때도 감축 이행으로 인정한다. 농식품부는 조정 부과 통지 시 이행 간주 사례도 함께 공지하고, 이후에도 농가 애로사항 지속 발굴해 이행점검 기간 전까지 이행방식을 보완할 방침이다.
이행 여부 확인은 증빙자료를 바탕으로 위성사진과 현장점검을 통해 이뤄진다. 벼 재배면적 감축을 이행한 농가가 이행 증빙자료를 농지 소재지 읍·면·동에 9월 1일까지 제출하면 모니터링 시스템을 가동해 위성사진으로 이행 여부 확인·점검하고, 모니터링 결과 의심 농가에 대해선 현장점검을 진행한다.
정부는 조정제 이행에 참여 농가에는 인센티브를 제공해 참여를 독려하기로 했다. 감축을 이행한 농가에 시중보다 매입 단가가 7~10% 높은 공공비축미 물량을 우선 배정하고 초과 감축 시 기본직불금을 추가로 지원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지난해 공공비축미 매입 규모(9만 ㏊)를 고려할 때 벼 재배면적을 줄이지 않은 농가는 공공비축미 대상에서 대부분 제외되는 셈이다.
감축 초과 달성 시·도는 일반농산어촌개발(국비 5700억원 규모)과 농촌공간정비(680억원), 농기계임대(310억원) 등 각종 농촌개발사업과 식량 관련 정책사업 선정 시 우대하고, 공공비축 물량을 추가 배정한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벼 재배면적 조정으로 쌀값이 안정화되면 농가의 적정한 수익 확보가 가능하고, 정부는 쌀 과잉 생산으로 발생하는 쌀 비축 등 관리 비용을 줄여 정부 재정 부담이 경감될 것"이라며 "재배면적 조정으로 쌀 수급 균형을 맞추면 생산·소비 간 불균형 문제 완화해 쌀 소비 감소에도 대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세종=주상돈 기자 d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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