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동구 광산동 5·18 최후 항전지
복원공사 진행 중 불…시설·물품은 없어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한강의 소설 '소년이 온다' 배경이 된 옛 전남도청 복원 공사 현장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4일 연합뉴스는 이날 오전 광주 동구 광산동에 있는 옛 전남도청 복원 공사 현장에서 불이 났다고 보도했다. 불은 원형 복원 공사가 이뤄지고 있는 옛 전남도청 부속 건물인 옛 전남도경찰국 본관 3층에서 시작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곳에서는 철골 구조물 철거 작업이 이뤄지고 있었는데, 산소 절단을 하던 중 불티가 단열재에 옮겨붙으면서 불이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옛 전남도청과 경찰국 건물은 5·18 당시 시민군이 항쟁의 거점으로 삼은 곳이다. 당시 이곳을 지키기 위해 시민군들이 최후 항전을 벌이다 14명이 숨졌다. 불이 난 경찰국 본관 3층 중앙 로비는 고등학생 시민군인 문재학·안종필군이 숨진 채 발견된 곳으로, 문재학 열사는 '소년이 온다'의 주인공 '동호'의 실제 인물이기도 하다.
화재 현장에서는 수년 째 복원 공사가 진행 중이라 역사적 시설이나 물품은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5·18 역사 현장인 도청 본관·별관·회의실, 옛 전남도경찰국 본관·민원실·상무관 등 6개 건물은 과거 국립아시아문화전당 민주평화교류원으로 리모델링하는 과정에서 원형 훼손 논란에 휩싸였다. 건물 내·외벽에 있었던 항쟁 당시 총탄 자국이 사라졌고, 시민군의 상황실 및 방송실 내부는 전시 공간과 승강기 통로로 바뀌었다.
이에 불만을 가진 5·18 단체와 시민사회단체들은 2016년 6월 도청 별관에서 농성하며 기나긴 투쟁을 벌였다. 결국 당국은 이들의 요구를 받아들여 1980년 당시 모습으로 복원하겠다는 계획으로 2023년부터 복원 공사를 시작했다. 공사는 오는 9월쯤 마무리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이번 화재로 복원 공사는 당분간 중단될 것으로 보인다. 불은 30여분 만에 진화됐으나 공사 현장 내부는 시커멓게 그을렸다. 공사는 불에 탄 잔해물을 치우고 안전에 문제가 없는지 확인한 뒤 재개할 예정이다.
한편 한강 작가의 2014년 작 장편소설인 '소년이 온다'는 5·18민주화운동을 주제로 비극적 현실과 내면적 고통, 인간의 존엄성을 다룬 작품이다. 작중 인물인 '동호'는 중학교 3학년 학생으로 친구 정대의 죽음을 목격한 뒤 도청 상무관에서 시신을 관리하다 결국 죽음을 맞는다. 한강 작가는 맨부커상 수상 후 수상작 '채식주의자'보다 '소년이 온다'를 더 많이 읽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말하기도 했다. '소년이 온다'는 2024년 12월 마지막 주 교보문고 베스트셀러 순위에서 9주 연속 1위 자리를 지켰다.
김현정 기자 khj2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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