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자 179명을 낸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와 관련해 사고 장소인 전남 무안국제공항에 설치된 콘크리트 둔덕 형태의 로컬라이저가 사고 피해를 키웠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로컬라이저(Localizer·방위각 시설)는 공항 활주로 끝부분에 설치하는 안테나 모양의 시설이다. 항공기가 활주로 중심선과 정렬하도록 전파 신호를 보내면 항공기는 좌우 방향으로 정확히 활주로를 따라 접근할 수 있다. 특히 악천후나 시야가 제한된 조건에서 항공기가 안전하게 착륙하도록 돕는 중요한 장비로, 공항의 계기 착륙 시스템(ILS)의 핵심 요소로 간주된다.
일반적으로 로컬라이저는 철골 구조물로 설치한다. 항공기가 활주로를 통과해 로컬라이저까지 닿더라도, 쉽게 부러지는 재질로 제작해야 충돌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규정에 따르면 '활주로 접근 구역 근처에 있는 모든 구조물은 부러지기 쉽게 설계해야 한다'는 내용이 있다. 국토교통부예규 항공장애물 관리 세부지침 제25조에도 로컬라이저 안테나 등 장애물이 될 수 있는 공항장비와 설치물 등 지원시설은 항공기가 충돌했을 때 항공기에 최소한의 손상만 입히도록 돼 있다. 정해진 최대 하중이 실릴 때까지는 구조적 통합성과 견고성을 유지하다가, 그 이상의 충격이 가해지면 항공기에 최소한의 위험만 가하면서 파손, 변형, 또는 부러지기 쉽게 설계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무안공항의 로컬라이저는 활주로 끝에서 300m가량 떨어진 위치에 2m 높이의 콘크리트 둔덕 위에 설치됐다. 로컬라이저를 지지하는 받침대 역할을 한 무안공항의 둔덕은 겉모습은 흙더미이지만, 안에는 널찍한 판자 모양의 콘크리트 기둥 19개가 촘촘히 박혀 있었다. 비행기가 충돌했을 때 무너지면서 충격을 최소화해야 하는데, 심지어 이 기둥 위로 가로 42m, 세로 4.2m, 두께 30cm의 대형 콘크리트 상판까지 얹어있어 구조물은 철옹성처럼 단단해졌다. 흙으로 만들어져 충격을 흡수해 줄 것이라고 여겼던 둔덕이 오히려 충격을 극대화시켜 참사로 이어졌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국토교통부는 사고 항공기가 콘크리트 위에 세어진 로컬라이저와 부딪치며 사고를 키웠다는 논란에 대해 지난달 30일 "관련 규정에 맞게 설치됐다"고 해명했다. 공항시설법에 따르면 '공항부지에 있고 장애물로 간주되는 모든 장비나 설치물은 부러지기 쉬운 받침대에 장착해야 한다'라고 규정돼 있는데, 국토부 설명은 이 규정이 활주로 종단안전구역 내 위치하는 경우에만 적용되기 때문에 '종단안전구역 외'에 설치된 무안공항의 로컬라이저는 규정 위반이 아니라는 것이다.
하지만 국토부의 '공항·비행장시설 및 이착륙장 설치기준'에는 '정밀접근 활주로'의 경우에는 종단안전구역을 로컬라이저 설치 지점까지 연장해야 한다고 돼 있는데, 무안공항 활주로는 정밀접근 활주로로 설계됐다. 이에 따라 무안공항의 종단안전구역은 로컬라이저가 있는 곳까지라는 분석이 나온다. 국토부는 규정을 다시 들여다보겠다고 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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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이번 참사 원인 규명을 위해 전남경찰청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 수사본부는 무안국제공항 담당부서 사무실과 관제탑, 부산지방항공청 무안출장소, 제주항공 서울사무소 등을 2일 압수수색했다. 경찰은 사고 항공기와 충돌한 활주로 주변 구조물(로컬라이저)의 적절성, 사고 직전 관제탑과 조종사가 주고받았던 교신 내용, 사고기 정비 이력 등의 자료를 확보하고 있다.
오주연 기자 moon17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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