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참사 원인 지목된 '콘크리트 둔덕' 규정 위반 논란에
"해외 기준 살펴봐야" 명확한 답변 안 해
미국 조사관 총10명 와 합동조사 중
콘크리트 둔덕, 엔진 등 잔해 상태 및 조류흔적 조사
여수,포항경주,제주공항도 활주로에 콘크리트 시설 있어
국토부 "다른 공항시설도 기준에 맞게 운영"
국토교통부는 전남 무안국제공항의 여객기 참사 피해 원인을 밝혀줄 블랙박스 조사와 관련해 "(블랙박스 내 장치 두 개 중 하나인) 음성기록장치(CVR)는 바로 자료를 추출하는 작업을 시작했고, 1차 작업이 완료됐다"며 "이 자료를 음성으로 전환하는 작업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항공 안전을 총괄하는 주무 부처인 국토부는 이날 오전 11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주종완 항공정책실장 주재로 진행한 브리핑을 통해 이같이 발표했다.
그는 나머지 또 하나의 블랙박스인 비행자료기록장치(FDR)에 관해 "커넥터가 분실된 상태로 발견됐기에 어떻게 데이터를 추출할지 최종 점검하고 있다"면서 "(커넥터) 접합부가 탈락하면 다시 접할 할 때 정교한 기술력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참사 규모 키운 콘크리트 둔덕, 규정 위반 논란 여전
둔덕 형태의 콘크리트 구조물 시설(로컬라이저)이 지침이나 규정에 맞게 설치됐는지는 명확하게 '그렇다'고 답하지 못했다. 주 실장은 "국제기준과 우리나라 기준의 정합성 문제를 살펴보고 있다"며 "해외사례도 검토하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국토부는 로컬라이저가 인명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이 일자 맨 처음에는 "무안공항의 로컬라이저는 관련 규정에 맞게 설치됐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국토부 해명과 다른 지침 위반 의혹이 불거지자 "재검토해보겠다"고 입장을 바꿨다.
로컬라이저는 항공기에 전파를 쏴 활주로에 안전하게 착륙하도록 돕는 공항 내 필수시설이다. 그러나 이번 참사에서는 많은 인명피해를 낸 요인으로 언급되고 있다. 참사 당시 사고기는 랜딩기어(바퀴)를 못 내린 체 동체 착륙을 하면서 활주로 위를 미끄러지다가 활주로 끝에서 약 264m 떨어진 로컬라이저와 정면충돌한 뒤 반파돼 화염에 뒤덮였다.
국토부 "콘크리트로 로컬라이즈 설치한 다른 공항도 시설 기준에 맞게 운영"
국토부는 "전날 저녁 미국의 조사 인원 2명이 추가 입국했으며 현재 한미 합동조사팀을 구성해 공항 내 임시본부를 마련하고 현장조사 진행 중"이라고도 밝혔다. 현재 미국 조사팀은 총 10명으로 연방항공청 1명, 교통안전위원회 3명, 항공기 제작사인 보잉 직원 6명으로 구성됐다. 전날 첫 현장 조사에 나선 합동조사단은 사고 기체와 더불어 항공기가 충돌한 공항 내 로컬라이저를 면밀히 살폈다. 1일부터는 기체와 엔진 등 잔해 상태 및 조류흔적에 대한 육안 조사 등을 시작할 계획이다.
여수, 포항경주, 제주공항에도 안테나 높이를 올리기 위해 로컬라이즈 지지대로 콘크리트를 썼다. 이 공항들의 안전성 여부에 관해 주 실장은 "한국 공항에 시설 기준이 촘촘하게 마련돼 있고 공항들의 시설은 기준에 맞게 운영되고 있다"며 "다만 항공 안전 전반에 걸쳐서 특별 안전 점검하고 있듯이 문제 제기가 있다면 필요한 조치를 하겠다"고 말했다.
1차 착륙 시도 당시 사고기 랜딩기어(바퀴)가 작동했다는 주장과 관련해서는 "여러 증언을 종합해 조사 과정에서 살펴볼 계획"이라고 답했다.
이후 사고기가 무안공항의 19활주로 방향(원래 착륙 시도했던 방향과 반대 방향)으로 착륙한 경위에 관해서는 "조종사가 복행을 시도하면서 우측으로 선회했고 그 과정에서 관제사가 가장 가까운 방향으로 안내했다"며 "조종사가 그렇게 하겠다고 해서 상호합의해 착륙을 시도하는 과정이 있었다"고 전했다.
심나영 기자 sn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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