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거·유흥 밀집지역…가정폭력 등 현장 출동 일상
높은 업무 강도…역량 강화 위해 스스로 배치 희망
지난 21일 오후 9시께 서울 강남구 먹자골목. 주말을 맞은 번화가는 취객으로 불야성이었다. 순찰차에서 내린 신호용 순경(32)은 인파로 붐비는 골목 곳곳을 응시했다. 술집과 음식점이 몰려있는 이곳은 주취자 간 시비나 무전취식 사건이 집중적으로 발생하는 구역이다. 혹시 모를 교통사고를 대비해 일방통행을 역행하는 오토바이를 확인하는 것도 신 순경 업무다.
순찰 도중 20대 대학생들이 다가와 길을 묻자 굳어있던 신 순경 입가가 잠시 풀어졌다. 신논현역으로 향하는 방향을 알려주던 신 순경은 "학업에 열심히 임하고 좋은 사람이 돼라"며 친근한 인사를 건넸다. 신중하게 현장을 살피지만 때로는 동네 형처럼 푸근한 경찰, 올해로 입직 4년 차에 접어든 신 순경이 그리는 참된 경찰의 모습이다.
주거·유흥 구역 밀집…높은 업무 강도로 역량 강화
신 순경이 속한 서울 서초경찰서 산하 서초2파출소는 서울 내에서도 업무 강도가 높은 곳으로 유명하다. 유흥거리와 주거지역이 맞닿아있어 사건·사고가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기 때문이다. 통상적으로 주간에는 20~30건, 야간에는 50건의 신고가 접수된다. 특히 신논현역부터 강남역까지 이어지는 구간은 유흥주점과 술집이 밀집한 탓에 주취자 신고가 다량 접수된다. 강남역부터 양재역 일대는 오피스텔 등 주거시설이 몰려있어 층간소음과 데이트폭력, 가정폭력 사건이 몰리는 구역이다.
신 순경은 이 같은 특성을 알고도 서초2파출소 배치를 지원했다. 사건·사고가 발생할 경우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역량을 기르고 싶어서다. 임용 직후 서초파출소에서 8개월간 근무할 당시 선배로부터 배운 교훈이 뇌리에 남은 영향도 컸다. 당시 서초파출소 경찰들은 1년 차 막내 순경에게 유연함의 미덕을 가르쳤다.
신 순경은 "입직 초기에는 원리원칙대로 사건을 접수해 피혐의자를 입건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면서 "결국 경찰의 역량은 사람을 상대하는 경험의 차이에서 온다는 것을 깨달았고, 2년간 경찰기동대에서 근무를 마친 뒤 바쁘기로 유명한 서초2파출소로 지원했다"고 말했다.
서초2파출소는 관할 구역을 크게 주거지와 유흥거리로 나눠 4개 팀이 교대로 순찰을 맡고 있다. 중심지역관서제 시행으로 서초파출소와 서초2파출소 업무가 통합되면서 110여명의 경찰관으로 이뤄진 8개 팀이 꾸려졌지만, 나머지 4개 팀은 남부터미널역과 교대역 일대를 순찰한다.
지난 2월 이곳에 배치된 이래 신 순경도 숨 가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2교대 체재인 탓에 출근 후 30분간은 주간 또는 야간 조에서 인수인계를 받는 데 집중한다. 무엇보다도 경찰 조끼에 담긴 장비를 꼼꼼히 확인하는 데 집중한다. 업무가 시작되면 야간 근무에는 평균 10건, 주간에는 3건가량 신고 현장에 출동한다. 송년회가 몰리는 연말의 경우 강남 먹자골목 일대에 인파가 몰려 더욱 분주해진다. 신 순경은 "수갑과 전자 호루라기, 무전기, 업무용 휴대전화가 조끼에 담긴 것이 확인되면 지정된 순찰차를 타고 관할 구역을 돌기 시작한다"며 "별도로 신고가 접수되지 않아도 구역 내에서 대기를 한다"고 설명했다.
"친화력·융통성이 노하우"…현장에 강한 경찰
유흥주점이 밀집된 관할 구역 특성상 사건·사고 출동은 녹록지 않다. 특히 주취자 간 다툼을 중재하는 것이 가장 큰 애로사항이다. 신 순경은 "최근 남녀가 술에 취해 다툰다는 신고가 접수돼 4명의 경찰이 출동한 적이 있다"며 "두 사람을 즉시 분리해야 하는 상황이었으나 양측 모두 감정이 격해져 조치가 힘들었다. 최대한 이들을 설득해 집으로 돌려보냈다"고 회상했다.
주취자 한명을 깨우고자 여러 차례 현장에 출동한 적도 부지기수다. 신 순경은 "길가에서 시민이 잠들어있다는 신고가 들어와 잠에서 깨도록 도왔다"며 "이후 해당 시민이 거리를 이동하면서 계속 잠이 들어 총 세 차례 현장에 출동했고, 마지막엔 결국 숙박업소로 인계해드렸다"고 말했다.
이처럼 난관에 직면할 때면 신 순경은 비장의 무기를 꺼낸다. 융통성과 친화력이다. 경찰의 제지에도 난동을 부리던 시민들은 신 순경의 말 한마디에 화를 누그러뜨린다. 그는 "시민들의 성격과 특성에 맞춰 대처 방식을 다르게 적용한다"며 "현장에서 연장자를 만나면 어깨를 친근감 있게 주물러드리는 등 상대를 존중해주며 화를 누그러뜨리고, 나이가 어린 시민이 경찰 지시에 강하게 저항하면 예의를 지킬 것을 요구한다"고 했다.
"빵 봉지에 담긴 진심"…시민 감사 인사에 힘 얻어
신 순경이 이처럼 열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비결은 시민 덕분이다. 현장이 고되고 힘들 때면 한 시민이 건넸던 빵 한봉지를 떠올리며 마음을 다잡는다는 신 순경. 그는 "최근 한 시민이 자택에 절도 사건이 발생한 것 같다며 파출소를 찾아온 적이 있었다"며 "분실 가능성이 있으니 CCTV 먼저 확인하고 침착히 해결하라고 안내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튿날 사태가 잘 해결됐다며 파출소로 빵을 가져오셨다"면서 "공직자이기에 선물을 받을 수 없다고 거절했지만, 굉장히 뿌듯했던 순간이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마지막으로 경찰의 업무를 한마디로 정의해달라는 질문에 잠시 침묵을 지키던 신 순경은 '신속 대응'이라는 답을 내놨다. 신 순경은"시민들이 전화를 주면 우리는 어떤 범죄 현장든지 출동한다"며 "시민들의 곁에 항상 안전과 평온을 가져다드리고 싶다"며 미소 지었다.
이지은 기자 jelee042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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