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상화폐 각광에 데이터센터 폭증
전력 수요, 원전·화력 발전으로 감당 안돼
인공지능(AI)과 가상화폐 산업에 대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투자 열의가 역설적으로 그가 비난해왔던 청정에너지 산업의 호황에 힘을 실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5일(현지시간) "AI와 가상화폐에 대한 트럼프의 열정이 의도치 않은 결과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며 "그가 수년간 비난해온 청정에너지 산업이 활성화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청정에너지 산업이 반사이익을 누릴 것으로 전망되는 이유는 AI와 가상화폐 사업이 '전기 먹는 하마'이기 때문이다. 거대언어모델(LLM)을 훈련하거나 가상화폐를 채굴하기 위해 필요한 데이터센터의 전력 소비량은 기존 화석 연료만으로는 충당이 불가능하다. 이에 빅테크(대형 정보기술 기업)들이 부랴부랴 원전 사업을 추진하고 있지만, 완공까지 최소 10년 이상을 바라봐야 한다.
2016년 미국 대선 당시 트럼프 당선인의 에너지 정책 고문을 맡았던 케빈 크레이머 상원의원은 "우리는 이미 AI든 가상화폐든 데이터센터 농장의 수요를 맞출 만큼 충분한 전기가 없다"며 미국은 재생 에너지와 화석 연료를 포함한 가능한 한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시장에서도 데이터센터 확대로 인한 미국의 에너지 부족 상황을 선반영하는 분위기다. 최근 청정에너지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장하고 있는 전력 업체 비스트라의 주가는 올해 들어 270% 넘게 상승했으며, 미국의 전력, 가스, 수도 등 유틸리티 기업에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 'XLU' 가격 역시 20% 올랐다.
셸던 킴버 인터섹트파워 최고경영자(CEO)는 "재생 에너지는 다른 누구도 할 수 없는 것을 즉시 공급할 준비가 돼 있다"며 "그 성장은 폭발적일 것"이라고 평가했다. 인터섹트는 최근 구글과 함께 10년간 200억달러를 투자하는 데이터센터용 재생에너지 발전 및 배터리 저장 프로젝트에 참여한 기업이다.
시장에서 가장 주목하는 변수는 트럼프 당선인이다. 그는 대선 기간 청정에너지 전환 및 온실가스 감축안을 담고 있는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취임 후 폐지하겠다고 여러 차례 공언해왔기 때문이다. 기후 위기 회의론자인 트럼프 당선인은 1기 재임 시절처럼 취임 후 파리기후협정 재탈퇴도 예고한 상태다.
다만 WSJ는 "바이든의 기후법은 양당의 지지를 받고 있고, 트럼프는 풍력 발전과 전기차도 비판했지만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자기를 지지하자 전기차에 대한 입장도 완화했다"며 청정에너지 산업에 대한 트럼프 당선인의 비판적인 입장도 언제든 변화할 수 있음을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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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트럼프 당선인은 이달 초 백악관 인공지능(AI) 및 가상화폐 담당 차르에 데이비드 색스 전 페이팔 최고운영책임자(COO)를 지명하며 에너지 생산을 늘리는 것이 중국 등과의 AI 군비 경쟁에서 승리하는 데 중요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또 미국에 10억달러 이상을 투자하는 개인이나 기업에 대해선 환경 허가를 포함한 모든 인허가 절차를 신속하게 처리하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청정에너지는 송전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해 막대한 비용이 드는 만큼 이 같은 행정 개편의 최대 수혜 산업이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김진영 기자 camp@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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