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령도 작전’ 윗선 보고 여부 등 집중 수사
12·3 비상계엄 사태 수사를 놓고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의 수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노 전 사령관의 수첩에 ‘백령도 작전’이란 단어가 발견되면서 윗선 보고 여부, 실행계획 등에 수사가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노상원 수첩'에 담긴 계엄 진실 밝혀지나[양낙규의 Defence Club]](https://cphoto.asiae.co.kr/listimglink/1/2024122407462363777_1734993983.jpg)
26일 수사당국에 따르면 60~70쪽 분량의 손바닥 크기 수첩에는 ‘롯데리아 회동’ 당시 노 전 사령관이 메모한 것으로 추정되는 각종 단어가 산발적으로 적혀 있다. 또 ‘백령도 작전’ 내용이 언급됐다. 수사 당국은 수거 대상을 체포한 뒤 배를 통해 백령도로 보내는 과정에서 사살한다는 취지의 내용 등에 대해 파악 중이다.
정치인 등 수거 대상 표현
‘백령도 작전’ 내용은 정치인 등 이른바 ‘수거 대상’을 겨냥한 실행 계획이라는 의혹을 받는다. 실제 경찰 국가수사본부 특별수사단이 확보한 노 전 사령관 수첩에는 비상계엄과 관련해 ‘국회 봉쇄’라는 표현이 적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수첩에는 정치인 등이 ‘수거 대상’으로 표현됐고, 이성윤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일부 대상자의 실명이 기재돼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 작전은 정치인 등을 체포해 제거하는 동시에 서해 북방한계선(NLL) 근처에서 북한 공격을 유도하는 포석이라는 분석이다. 이를 실행에 옮기려면 야전부대도 동원돼야 한다. 수사당국은 계엄 계획 단계에서 백령도를 지키는 해병대 6여단이나 서해 NLL을 맡은 평택 해군 2함대와의 협조 요청 문건 등을 집중 들여다볼 것으로 보인다.
NLL 등 북 도발 유도 의혹
한반도 화약고로 불리는 서해 NLL에서 북한 도발 상황을 연출해 계엄 실행 및 유지 동력을 키우려 했던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NLL에서 북의 공격을 유도’라는 표현이 적혀 있는데, 군 당국이 계엄 요건을 만들기 위해 북한에 무인기를 보내거나 오물 풍선 원점 타격을 지시하는 등 국지전을 유도하려 했을 가능성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정치권에서 ‘북풍 공작’이 언급되고 있는 시점이어서 NLL에서 이뤄진 사격 훈련이 대남 도발을 유도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군 당국은 지난 6월 백령도와 연평도에서 K-9 자주포, 다연장로켓 천무, 스파이크 미사일 등 최첨단 무기 290여발을 쏘는 훈련을 했다. 2018년 9·19 군사합의 체결로 중단된 이후 6년여 만이다. 군은 지난 9월 서북 도서 해상 사격훈련을 진행했고, 지난달 27일에도 약 30분 동안 K-9 자주포 200여발을 쏘는 훈련을 진행했다.
서해 훈련 의혹에 군 “정례 훈련”
군은 이런 주장에 대해 일축하고 있다. 이성준 합동참모본부 공보실장은 정례 브리핑에서 "서해상의 대규모 훈련은 9·19 합의 효력 정지 이후 계획된 정례적 훈련을 실시한 것"이라며 "앞으로도 정상적으로 실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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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전 사령관이 12·3 비상계엄 사태 기획자로 지목되면서 실제로 작전 계획이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등 ‘윗선’으로 보고됐는지도 주목된다. 수사 당국은 노 전 사령관이 수첩에 주요 인사 체포부터 구금, 수거 및 사살까지의 밑그림을 적어 놨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 국회 관계자는 "계엄 선포도 중요하지만, 지속을 위한 명분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며 "암암리에 점조직들을 동원하면 충분히 실현 가능한 시나리오"라고 했다.
양낙규 군사전문기자 if@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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