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간 3천만원 수강료 내면 ‘학사 학위’ 취득
‘교수 채용’ 명목 창립금 수천만원 예치 요구
예치금 반환 요구엔 “다른 사람 대체시 주겠다”
대학측 “사실 확인하고 곧바로 업무협약 해지”
광주지역에서 운영되고 있는 한 골프아카데미가 한양대학교에서 직접 학생을 모집하는 것처럼 광주·전남지역 고등학교를 순회하며 홍보하고 있어 논란이다. 특히 해당 아카데미의 수업이 학점으로 인정돼 한양대 학사학위를 받을 수 있고, 교수 채용을 빌미로 예치금까지 요구하면서 말썽을 빚고 있어 자칫 사회문제로 비화할 우려마저 제기되고 있다.
23일 한양대학교와 A골프아카데미(이하 A아카데미) 등에 따르면 A아카데미 측은 IPGA(사)국제골프협회 광산지회를 운영하면서 올해 한양대학교 미래인재교육원과 학생 모집 관련 업무협약을 맺었다. 협약은 양 기관이 상호 협력해 학점은행제 교육기관인 한양대 미래인재교육원 체육 계열 학생 모집에 협력하자는 내용이다.
그러나 A아카데미 측은 한양대 학사 일정과는 무관한 업무협약임에도 불구하고, 자사 교육프로그램과 대학 수업이 연계된 것처럼 홍보하며 광주·전남지역 고등학교 진학실장들을 만나 학생 모집에 나선 것으로 확인됐다. 또 고교 진학실장들에게 접근해 ‘한양대학교에서 입시 설명을 하려고 한다’고 소개한 뒤, 일부 고교는 입시생을 대상으로 실제 아카데미 설명회를 개최한 것으로도 전해졌다.
A아카데미 측은 수강료가 월 250만원인데, 서울지역 대학교 한 학기 등록금이 400만원대에 이르고, 서울 왕복비용, 생활비, 골프 레슨비 등을 고려하면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실용적인 교육이라고 홍보하고 있다.
광주에 있는 B고등학교 진학실장은 “한양대에서 지방까지 학생 모집을 한다고 해 의구심을 갖고 설명을 들었는데, 이상한 것 같아 학생들에게 소개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전남에 있는 C고등학교 진학실장은 “한양대 사이버대학이라는 소개를 받고 혹시 필요한 학생이 있을까 해서 소개를 했다”면서 “아카데미 수강료가 한 학기 250만원이고, 한양대 교수가 직접 광주에 내려와 수업하는 것으로 이해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수업료가 적어 운영될까 자문했는데 자세히 알고 보니 1개월 수강료가 250만원이었다”며 “1년이면 3,000만원에 달하는데, 이 같은 거액을 주고 아카데미에 갈 인원은 없었다”고 덧붙였다.
아카데미 측은 설명회를 빙자해 일부 학교를 방문할 당시 한양대학교 글자가 새겨진 모자를 들고 다니면서 학교 관계자에게 입시 홍보물이라고 전달하기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A아카데미에 근무했던 D씨는 “아카데미 관계자들의 단체 대화방이나 외부에 홍보할 때 수업이 한양대 미래인재교육원 수업 과목에 포함된 것처럼 설명하고 다녔고, 아카데미 이사장인 본인에게 ‘교수 임명 권한도 있다’고 언급했다”고 확인했다.
A아카데미 측은 더욱이 ‘교수 채용’을 명목으로 일부 프로들에게 창립금을 요구하고 있으며, 이미 예치된 금액에 대한 반환 요구는 묵살한 것으로 드러났다.
실제 D씨는 지난 9월부터 A아카데미에서 골프 프로로 활동하며 IPGA 광산지회 창립금 1,000만원과 아카데미 창립금 1,000만원 등 2,000만원 예치금 요구에 IPGA 창립금 1,000만원만 예치하고, 4년 계약 약정서는 두 개를 모두 작성했다.
D씨는 “제가 A아카데미 부원장 겸 특임교수 명함을 들고 학생 모집을 다녔는데, 최저임금이라도 달라는 요구에 ‘노가다라도 해서 돈을 벌어라’는 답을 들었다”며 “현재는 아카데미에서 나와 실제 막노동으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D씨는 이어 “학생 모집을 하러 다니다가 아카데미 운영에 사실과 다른 부분이 많아 그만두기로 마음을 먹고 예치금 반환을 요구했다”며 “그러나 아카데미 측에서는 ‘다른 사람을 대체해서 들어오면 반환하겠다’는 답변만 돌아왔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한양대학교 측은 공식 절차를 통해 “미래인재교육원은 한양대 부속기관인 것은 맞고, 대학도 피해자다. 대학이 이번 사태에 연루되지 않았으면 한다”며 “대학에서 해당 내용을 파악한 후 곧바로 A아카데미에 업무협약 해지를 통보하고, 한양대 명칭을 이용한 영리 행위를 못 하도록 강력히 항의해놓은 상황이다”고 회신했다.
A아카데미와 협약을 맺었던 한양대학교 미래인재교육원 관계자는 “다수의 기관과 업무협약을 맺다 보니 지역에 있는 기관에서 발생한 비위에 대한 인지가 늦었다”면서 “학생 모집을 아카데미 수업과 연관 짓고 있어 이를 중지하라고 경고했음에도 시정되지 않아 업무협약을 해지했다”고 밝혔다.
한편, A아카데미 이사장 김모 씨는 “의욕이 앞섰다. MOU 체결하면 분교 또는 미니캠퍼스 아니냐”고 전제한 뒤, “D씨의 예치금은 아카데미가 아니라 IPGA 예치금이다. IPGA 수익 분담금을 나눌 사람들만 예치금을 넣는 것으로, D씨가 먼저 요구해 받은 것이고, 계약서 내용대로 돈을 반환할 것이다”고 설명했다.
김 씨는 “아카데미 계약서에는 한양대학교의 ‘한’자도 없다. 지역 언론에 보도된 사진은 기사 내용에 미래인재교육원이 표기돼 있고, 미래인재교육원이 한양대학교 부속기관이기 때문에 사진에 한양대학교만 표출돼도 무방하다는 변호사 자문을 받았다”고 해명했다.
김 씨는 또 “업무협약 해지 등의 문제에 대해서는 손해배상소송을 검토하고 있으며, 나름대로 법적인 준비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호남취재본부 박창원 기자 capta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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