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노동 반전 어려워…경제성장, 기술혁신뿐"
세제·노동·정책지원 절실…"반도체특별법 조속처리"
"'中 메모리'는 확실히 제쳐야…파운드리는 장기전"
TSMC를 중심으로 한 반도체 산업 호황에 힘입어 대만의 올해 경제성장률이 4%를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인공지능(AI) 관련 산업의 급성장으로 TSMC의 실적이 크게 개선되면서 국가 경제 성장률까지 끌어올린 것이다. 반면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은 2%대 초반에 그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글로벌 반도체 열풍 속에서도 한국이 '무풍지대'로 남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반도체지원특별법 처리가 탄핵정국으로 막히면서 내년 상반기까지 정부 지원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17일 외신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대만 싱크탱크인 대만종합연구원은 최근 자국의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전망치를 4.21%로 상향 조정했다. 이는 당초 전망치인 3%대 중반(3.57%)에서 크게 오른 수치로, AI 반도체 시장 호황과 함께 대만 시가총액 1위 기업인 TSMC의 실적 호조가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대만종합연구원은 또 TSMC를 비롯한 반도체 기업들의 실적 증가가 민간 소비와 투자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했다. 민간 소비 성장률을 2.69%, 민간 투자 증가율을 4.5%로 각각 추정하며, 반도체 산업이 대만 경제 전반에 걸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대만과 한국의 경제성장률(GDP 증가율) 격차가 벌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자본기여도(투자), 노동투입기여도(인력), 총요소생산성(기술) 등 GDP 증가율 관련 요소 중 뚜렷한 성장 동력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저출생·고령화, 의대 선호 현상 등이 겹치며 노동투입기여도가 낮아진 만큼 총요소생산성에서 '기술 혁신'을 통해 획기적으로 도약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다. 강인수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는 "내년에 투자를 늘린다는 기업(자본기여도)이 적고 경제활동인구(노동투입기여도) 감소 폭이 큰 만큼 생산·기술에서 성과를 내지 못하면 경제성장률 격차가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국내에서는 반도체특별법안 처리가 절실하다고 말한다. 지원법안에는 '대기업 15%' 세액공제를 5%포인트 인상하는 내용을 비롯해 일몰기한 연장기간을 5년으로 확대하는 내용이 담겼지만 법안 통과가 무산되면서 세액공제 인상과 일몰 연장 모두 이루지 못했다. 또 반도체 기업에 예외적으로 주52시간 이상의 근로시간을 적용(화이트칼라 이그젬션)하는 내용의 법안 처리도 이루지 못했다. 대만은 주40시간제에서 노사 합의 시 하루 근무를 8시간에서 12시간까지 늘릴 수 있도록 한다.
국내와 마찬가지로 대만 역시 반도체산업에 대한 보조금 등 직접적인 지원책은 미미하다. 하지만 산업 실적은 차이를 보이고 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결국 승부를 가르는 건 보조금 규모보다는 기술력의 차이 아니겠냐"고 말했다.
중장기적으로 대만처럼 '파운드리-팹리스(설계)-디자인하우스-패키징' 생태계를 강화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김용석 가천대 반도체대학 석좌교수는 "첫째로 정부가 미국 정부와의 통상 교섭에 적극 참여해 보조금 수령 문제를 확실히 해야 하고 둘째로 주52시간 근로시간 예외 적용 포함 반도체 특별법을 국회에서 조속히 처리해야 한다"며 "마지막으로 대기업은 HBM4(6세대) 제품 경쟁에 사활을 걸고, 중소 업체들이 세트(휴대폰)용 소형 온디바이스AI 제품 관련 대기업 납품을 늘릴 수 있도록 생태계를 만들어 대기업과 중소기업 모두 성장하는 선순환 생태계를 만들어나가야 한다"고 했다.
삼성 시스템반도체의 기틀을 닦은 임형규 전 삼성전자 사장은 가장 시급한 과제에 대해 "내부 기술 역량 강화가 급선무고 그것이 중국 추격을 따돌리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반도체공학회 회장 내정자인 신현철 광운대 반도체시스템공학부 교수는 "제조업이 아니라 서비스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파운드리 분야는 지금 어떤 회의를 해도 단기적으로 따라잡기 어려운 분야"라며 "메모리는 파운드리와 달리 1~2년 안에 기술, 산업적으로 성과를 낼 수 있는 분야인 만큼 여기서 재무 실적, 시장 점유율, 조직 내 자신감 등 확실한 성과를 내고 시장에서 나오는 '노이즈(불안 요소)'를 줄이는 것이 급선무"라고 강조했다.
문채석 기자 chaes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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