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석유수출국기구(OPEC) 국가와 러시아 등 비OPEC 산유국의 협의체인 OPEC플러스(OPEC+)는 내년 중으로 계획하던 원유 감산 해제 조치를 1년 늦추기로 했다. 내년 원유 수요가 줄어들며 원유 가격이 하락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 영향이다.
블룸버그통신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OPEC+는 5일(현지시간) 온라인 회의를 열고 원유 증산 재개 시점을 미룬다고 밝혔다. 기존 감산 기조는 당초 OPEC+가 계획하던 내년이 아니라 2026년까지 유지된다.
OPEC+는 2022년 8월 증산 이후 원유 가격 방어를 위해 감산을 지속해오고 있다. 총 23개국이 참여하는 OPEC+는 3가지 감산 프로그램을 가동 중이다. OPEC+ 참가국 전체가 따르는 하루 200만 배럴씩의 공식 감산, 사우디아라비아 등 OPEC+ 주도국 8개 나라가 시행 중인 자발적 감산이 2가지다. 자발적 감산은 하루 165만 배럴씩의 1단계와 하루 220만 배럴씩의 2단계로 나뉜다.
이날 OPEC+는 공식 감산과 1단계 자발적 감산의 완료 시점을 내년 말에서 2026년 말까지 연장하기로 결정했다. 2단계 자발적 감산의 경우, 당초 내년 1월부터 감산량을 줄어나가기로 했지만 이 계획도 3개월 미뤘다. 내년 4월부터 감산을 완화하기 시작해 평균 하루 13만8000배럴씩 18개월간 점진적으로 감산량을 줄여나간다는 데 OPEC+는 합의했다.
이처럼 OPEC+가 감산 기조를 더 끌고 가려는 것은 원유 가격 하락을 막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당초 OPEC+는 지난 10월부터 점진적 증산에 나서려 했으나 유가가 계속 하방 압력을 받자 좀처럼 실행하지 못했다. 최근 석유시장 보고서에서는 중국의 경기침체 등을 이유로 내년 원유 수요 증가량을 하루 185만배럴에서 154만배럴로 줄였다. 여기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미국산 원유 증산 정책을 채택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며 가격 하락 우려는 더욱 커진 상태다.
이날 감산 연장이 합의되지 않았다면 내년 1월부터 공개적으로 증산에 나서는 산유국들이 나올 수 있었다. 카자흐스탄 등 유전 개발을 계기로 증산을 원하는 곳이 나오면서 생산량 약속을 깨는 사례가 나올 가능성이 지적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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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EC+의 결정에도 불구하고 이날 국제유가는 소폭 하락했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근월물인 1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전장 대비 0.24달러(0.35%) 떨어진 배럴당 68.3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글로벌 벤치마크인 브렌트유 역시 0.22달러(0.30%) 하락한 배럴당 72.09달러에 마감했다. 시장에서는 이미 예상돼온 조치인데다 오히려 이번 결정으로 인해 글로벌 원유 수요가 약하다는 점이 확인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변선진 기자 s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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