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 계엄령 선포로 군인들이 단체 식사 예약을 취소해 착잡한 심경을 토로했던 식당 사장이 "해피엔딩"이라며 훈훈한 후일담을 전했다.
앞서 4일 온라인 커뮤니티 '에펨코리아'에는 '하, 자영업 여러 가지로 힘드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식당을 운영하고 있다는 글쓴이 A씨는 모 공군부대 B 대위와 문자메시지 내용을 올리며 "교육받는 군인들이 한 달에 한 번 단체예약으로 식사 40명 오는데 계엄령 때문에 부대 복귀 하달 와서 밤에 취소할 수 있냐고 문자를 받았다"고 전했다.
A씨가 공개한 문자메시지를 보면 B 대위는 계엄 선포 2시간여 만인 4일 밤 12시35분께 "사장님 밤늦게 죄송하다"며 "현재 계엄령 관련해서 저희에게 부대 긴급 복귀 지시가 하달돼 정말 죄송하지만 내일 식사하기 힘들 것 같다"고 연락했다. 그러면서 "휴일임에도 불구하고 미리 준비해 주셨을 텐데 너무 죄송하다"며 "다음에 다시 교육 올 때 꼭 들를 수 있도록 연락드리겠다"고 거듭 사과했다.
이에 A씨는 "군필자라면 당연히 이해하는 부분이다"며 취소를 받아들였다. 이어 "개인 때문에 단체가 욕보는 모습이 씁쓸할 뿐이다. 밤늦게 고생 많으시다"고 격려했다. B 대위도 "이해해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답했다.
A씨는 해당 사연을 전하며 "준비 다 해놨는데 상황 알고 있으니 돈 물어달라 하기도 그렇고 얘네가 무슨 죄냐"며 착잡한 심경을 토로했다. 그러면서도 "준비해 놓은 재료 절반은 다 버려야 한다"며 허탈감을 감추지 못했다.
안타까운 사연에 누리꾼들의 위로가 이어진 가운데, A씨는 "오전 11시께 취소하셨던 B 대위가 다시 전화줬다"며 후일담을 전했다.
그는 "(B 대위가)부대 복귀를 하든 안 하든 와서 식사를 꼭 해서 약속을 지키겠다고 하시더라"며 "사실 어제 새벽에 연락해주신 것도 계엄령 떨어진 바쁜 와중에 생각해서 연락을 준 것 아니냐. 너무 감사했다"고 말했다. 이어 "부랴부랴 낙담해있던 아내 깨웠더니 눈물을 글썽이더라"며 "요즘 하루 매출 10만원도 안 될 때가 있어 낙담했는데 기분이 너무 좋아졌다"고 했다.
A씨는 군인들이 음식을 넉넉히 드실 수 있게끔 준비했다며 "잔반도 안 남고 두세공기씩 드시는 분들도 있어서 너무 뿌듯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세상이 아직 따뜻한 것을 느꼈다. B 대위께 진심으로 감사하다"고 거듭 고마움을 표했다.
사연을 접한 누리꾼들은 "오늘부터 이 가게 상호는 '계엄 식당'이다" "안타까웠는데 너무 잘됐다" "훈훈하다" "계엄령도 못 막은 맛집이다" 등 A씨와 B 대위를 응원하는 반응을 보였다.
현재 A씨가 올린 두 개의 게시물 원문은 삭제된 상태다. 그는 별도의 글을 통해 "혹시나 군인 분들 피해드릴까 봐 앞서 작성했던 글을 삭제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오늘 하루 아들딸들 낳았을 때만큼 기쁜 하루다. 근처로 여행하러 오시는 분 쪽지 주시면 보답하겠다"며 누리꾼들에게도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김현정 기자 kimhj202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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