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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의 전시]이헌정 '달을 닮은 항아리에게 아름다움을 묻다'·방앤리 '카나리아 배포' 外

시계아이콘02분 33초 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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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이주의 전시는 전국 각지의 전시 중 한 주간 만나볼 수 있는 다양하고 매력적인 전시를 정리해 소개합니다.

▲이헌정 개인전 '달을 닮은 항아리에게 아름다움을 묻다' = 리모델링 후 최근 새롭게 문을 연 박여숙화랑은 첫 전시로 이헌정 개인전 '달을 닮은 항아리에게 아름다움을 묻다'를 개최한다.

[이주의 전시]이헌정 '달을 닮은 항아리에게 아름다움을 묻다'·방앤리 '카나리아 배포' 外 이헌정 작가 '항아리' [사진제공 = 박여숙 화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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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는 한국적 아름다움의 표상 ‘달 항아리’를 중심으로 관습적 경계를 넘어서고, 또 건너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작가의 달항아리 16점을 포함 100여점의 백색작품을 선보인다.


도예에서 출발해 도조, 도자가구, 도자 벽화, 도자 건축, 영상, 설치 등 다양한 작업과 체험을 통해 도예의 본질, 예술의 근본을 스스로 물어 온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오롯이 흙과 불로 돌아와 ‘아름다움’에 관해 묻는다.


작가는 달항아리를 통해 우리의 '기억 문화'로 상징되는 것의 사회구조, 즉 공동체가 집단으로 보유한 기억으로 가치 있게 여기고 만들어진 절대적 신념에 이의를 제기한다. 동시에, 이렇게 형성된 강요된 아름다움, 혹은 이미 아름답다고 규정된 아름다움을 분석하고, 종합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아름다움을 형성하는 근본에 대해 묻는다.


[이주의 전시]이헌정 '달을 닮은 항아리에게 아름다움을 묻다'·방앤리 '카나리아 배포' 外 이헌정 개인전 전시 전경. [사진제공 = 박여숙 화랑]

그는 민족주의적 성향이 강한 국가 또는 사람이 자신의 공동체를 견고하게 유지하고 결속하는 도구로서 ‘전통’을 활용하는 것을 지적하고, 자신의 문화적 우월성과 독창성을 설명하면서 자신의 문화가 지닌 ‘아름다움’만을 강조하는 오만을 꼬집는다.


"'완벽하게 둥근 달항아리'를 만들어 내는 것은 그 형태 자체를 외워버린 것일 뿐"이라고 규정한 작가는, "굽다가 일그러지면 일그러진 대로 받아들인다. 예술은 이미 만들어진 가치를 재생산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질문을 던지는 것, 새로운 가능성에 대한 상상력을 부여해주는 것이 예술가의 일이다"라고 말했다.


아름다움에 대한 정의가 이미 고착화돼 있음을 '폭력'이라 정의하는 작가의 시선은 깨지고 일그러진 형태의 달항아리들 속에 살아있는 시대정신으로 오롯이 숨 쉬고 있다. 전시는 12월 20일까지, 서울시 용산구 소월로38길 박여숙화랑.


[이주의 전시]이헌정 '달을 닮은 항아리에게 아름다움을 묻다'·방앤리 '카나리아 배포' 外 한나 허 개인전 전경. [사진제공 = 두산갤러리]

▲한나 허 개인전 '한나 허: 8' = 미국 로스앤젤레스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한나 허(Hanna Hur)의 개인전 '한나 허: 8'이 서울 종로구 두산갤러리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에서 대형 회화 연작을 공개하는 작가는 작품을 전시장 네 개의 벽 안팎에 등을 맞대어 걸어 하나의 설치 작업처럼 공개한다. 이를 통해 마치 설계한 공간이 회화와 연동해 관객에게 ‘보는 행위’와 ‘신체적 경험’을 동시에 제공하게 한다.


안과 밖이 공존하는 벽에 명확한 순서 없이 걸린 작품을 통해 관람객을 자발적 행위자로 변모시키는 것. 작가는 이러한 ‘상황(situation)’을 연출하면서 관객이 자신의 움직임만으로 외부와 내부를 정의하도록 유도한다. 검은 바탕의 바깥에 걸린 그림들은 보이지 않는 반대편 기둥에 걸린 그림과 맞닿아 있다.


반면, 안에 걸린 그림들은 빨간색 그림이다. 네 개의 그림을 중앙으로 가로지르는 하얀색 막대는 점점 넓어진다. 바깥의 그림들이 암흑 속 바다와 같다면, 안쪽의 그림들은 혈류같이 따뜻한 분위기를 품고 있다.

[이주의 전시]이헌정 '달을 닮은 항아리에게 아름다움을 묻다'·방앤리 '카나리아 배포' 外 전시장 외벽 윈도우갤러리에 한나 허가 초청한 동료 작가 나미라(Na Mira)의 신작 'Chord'(2024)가 설치된 모습. 이번 전시를 위해 나미라는 한나 허 작업의 주재료가 되는 시각적 효과와 색상 모티프를 참조하여 새로운 설치 작업을 제작했다. [사진제공 = 두산갤러리]

그림은 ‘Threshold(문턱, 한곗값)’라는 제목을 공유하고, 일종의 ‘사이 상태(In-betweenness)’. 즉 변화 가능성을 암시한다. 끊임없이 인식 경계가 흐트러지는 전시공간에서 관람객이 작품을 온전히 경험하기 위해서는 인식의 한계에 도전해야 한다. 이 과정은 새로운 신체적 경험의 ‘문턱’(threshold)에 서는 수순과 같다.


비워지고 채워짐이 반복되는 현상학적 공간에서 작가는 인식의 경계를 끊임없이 흐트러뜨리고 여닫으며, 관람객은 이를 초월한 순간 비로소 자신만의 자유로운 정신적 세계에 다다르게 된다. 전시는 12월 21일까지, 서울시 종로구 종로33길, 두산갤러리.


[이주의 전시]이헌정 '달을 닮은 항아리에게 아름다움을 묻다'·방앤리 '카나리아 배포' 外 방앤리 '카나리아 배포: 모든 거짓말에 대한 증명' 설치 전경. [사진제공 = 노화랑]

▲방앤리(Bang & Lee) 개인전 '카나리아 배포: 모든 거짓말에 대한 증명(Canary Release: Proof Against All Lies)' = 노화랑은 뉴미디어그룹 방앤리 전시 '카나리아 배포: 모든 거짓말에 대한 증명(Canary Release: Proof Against All Lies)'을 진행한다. ‘방앤리(Bang & Lee)’는 방자영과 이윤준이 2006년 결성한 2인 작가 그룹으로, 뉴미디어·리서치·디자인 등을 기반으로 다양한 작업을 소화하고 있다.


정식 출시 전, 소프트웨어를 일부 사용자에게 미리 공개해 정상 작동되는지 확인하는 절차를 뜻하는 '카나리아 배포'를 제목으로 한 이번 전시는 ‘워킹 시뮬레이터(Walking Simulator)’ 형식을 빌려 기획됐다. 플레이어의 '걷기와 보기'를 중심으로 그 주변의 이야기를 탐색하는 게임 장르인 워킹 시뮬레이터에 미술 전시를 결합하고 싶었다는 이들은 진실과 거짓의 경계를 탐구하고, 사회 전반에 만연한 위기와 재난을 게임 형식으로 풀어낸다.

[이주의 전시]이헌정 '달을 닮은 항아리에게 아름다움을 묻다'·방앤리 '카나리아 배포' 外 방앤리, '브로드웨이 애비뉴'(2024) [사진제공 = 노화랑]

작품 중 직접적으로 플레이할 수 있는 물리적 장치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설치, 회화, 영상 작품 곳곳에 게임 요소가 드러나면서 전시공간 전체가 '카나리아 배포: 모든 거짓말에 대한 증명(Canary Release: Proof Against All Lies)'을 타이틀로 하나의 줄거리를 갖춘 게임처럼 평면 회화, 텍스트, 입체, 영상을 통한 가상현실 등을 아우르며 다차원적 작업을 구현해낸다.


전시는 방앤리가 지난 2008년 캐나다 여행 중 실제 겪었던 사건으로 관객을 초대한다. 당시 협업하던 한 미국인 작가가 방자영 작가의 컴퓨터를 몰래 훔쳐 도망치자, 이를 되찾기 위해 이윤준 작가가 캐나다 위니펙의 말버러 호텔, 브로드웨이 애비뉴, 대평원, 사막 지대 등을 여행하며 남긴 기록을 고스란히 화폭에 옮겨 작품이 완성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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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게 믿었던 동료 작가의 배신, 그리고 선진국이라 믿었던 캐나다 곳곳에서 직접 목격한 환경문제. 아마도 두 사람이 느꼈을 거짓말은 이 단순한 이반(離叛) 너머의 허무와 혼란, 분노가 아니었을까. 전시는 12월 2일까지. 서울시 종로구 관훈동 노화랑.




김희윤 기자 film4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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