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곡관리법 개정안 논란에 또 불이 붙었다. 야당 단독으로 처리하고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했던 사례가 22대 국회에서도 반복될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올해 5월 21대 마지막 국회 본회의 때 상정이 불발된 사례까지 포함하면 비슷한 상황이 이번 정부 들어 세 차례 반복되고 있는 셈이다.
양곡법 개정안은 골자는 '남는 쌀을 정부가 의무적으로 매입'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번 개정안에는 양곡의 시장 가격이 평년 가격 미만으로 하락할 경우 차액을 정부가 지급하도록 '양곡가격안정제도' 도입까지 추가됐다. 정부는 개정안이 현재도 구조적인 쌀 공급 과잉이 고착화해 쌀값을 계속 하락시키고, 막대한 재정부담이 유발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또 벼 대신 다른 작물 재배로의 전환을 가로막아 근본적인 쌀 공급 과잉을 해결할 수 없다고 우려하고 있다.
정부는 이번 양곡법 논란이 앞선 사례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지난 21일 야당은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서 양곡법과 농안법, 재해보험·재해대책법 등 4개 개정안을 단독으로 의결했다. 정부는 오는 27일 열리는 법제사법위원회에 이어 본회의 상정·통과가 이뤄질 것으로 걱정하고 있다. 개정안의 본회의 통과를 저지하기 위한 시간이 많지 않은 상황이다.
촉박한 시간을 반영하듯 송미령 농림식품부 장관은 양곡법 개정안을 두고 전보다 강경한 발언을 쏟아냈다. 25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들 앞에 선 송 장관은 4개 법안에 대해 농업의 미래를 망치는 '농망4법', 특히 재해보험·재해대책 개정안을 두고는 '재난수준'이라고 비난했다. 앞서 송 장관은 올해 7월 열린 농해수위 전체회의에서 '농망법' 표현에 대해 야당의 거센 질타를 받은 바 있는데 이번엔 이 표현에 더해 '재난수준'이라고 개정안을 평가한 것이다.
송 장관의 다소 과격한 표현은 현재로선 '사실상 야당을 설득할 시간이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당장 27일 법사위, 28일 본회의를 앞둔 촉박한 상황에 양곡법을 강행 처리한 야당 설득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라며 "대신 양곡법 개정안의 문제점을 체감할 수 있는 표현을 장관이 사용한 것 같다"고 전했다. 앞서 21대 국회에서 야당은 양곡법 개정안을 본회의에 직회부했다. 국회법상 법사위에서 60일 안에 심사가 되지 않으면 소관위원회 재적 5분의 3 이상 찬성으로 본회의 직회부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엔 법사위원장을 야당이 차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신속한 심사가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송 장관은 양곡법 개정안이 본회의를 또다시 통과할 경우 거부권 행사를 건의할 방침이다. 여당과 정부로서는 대통령 거부권 행사라는, 야당은 여야 합의 없는 무리한 법안 추진에 대한 흠집만 남게 된다. 이제는 소모적인 정쟁을 멈춰야 한다. 정쟁을 되풀이하는 방식이 아닌 공청회 등 야당과 여당·정부, 학계, 농가 등 모든 이해관계자가 참여하는 의견수렴이 필요하다.
세종=주상돈 기자 d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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