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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비비]올겨울 누군가에게 따뜻한 사람이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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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화시대 겨울철 온기 상징
연탄을 모른다는 2000년대생
시대 급변했지만 추억은 공존

[시시비비]올겨울 누군가에게 따뜻한 사람이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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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탄이 뭐예요?" "연탄 고기구이 음식점 연료예요?"

서울의 한 40대 대학 강사가 수업 중 겨울이면 대표적으로 생각나는 ‘연탄시인’ 안도현의 시 ‘너에게 묻는다’를 소개한 적이 있다며 일화를 들려줬다. 그는 평소에도 시를 활용한 교과 콘텐츠 수업으로 대학생들의 이해를 도우며 소통해 왔는데 이날은 연탄을 모른다는 반응에 당황했다고 말했다.


안도현은 ‘너에게 묻는다’에서 얘기한다. ‘연탄재 함부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1994년에 쓴 이 시는 세상에 안도현 이름 석 자를 알리며 ‘국민 애송시’로 사랑을 받았다. 1연 3행 30자에 불과하지만 자신을 태워서 누군가를 따뜻하게 해주는 연탄을 통해 현재의 삶에 관해 강렬하게 성찰하는 태도를 갖게 한다. 그런데 이른바 ‘Z세대’로 불리는 2000년대생인 대학생들 다수는 이 시의 의미를 알 수 없을 것이다. 2000년대생은 사회환경의 변화로 생전 연탄을 본 적이 없기 때문에 불붙은 연탄이 붉게 타오르다 재가 되는 과정을 알 수가 없는 세대다.


연탄은 산업화 시대 우리 사회의 국민연료였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1960년대 경제개발 과정에서 석탄을 주 연료로 하고 수입 석유를 보조로 사용하는 주탄종유(主炭從油) 정책을 택했다. 연탄을 만드는 주원료인 석탄은 국내에서 생산할 수 있는 유일한 에너지 자원이었기 때문이다.

연탄은 천천히 오래 타기 때문에 온돌을 쓰는 우리 난방과 궁합이 잘 맞았다. 고단했던 현대화 과정에서 추운 겨울 온 가족이 온기를 나누는 아랫목을 데워주는 따뜻함의 상징이었다. 그래서 겨울나기를 준비하는 가정의 가장 큰 걱정거리가 김장과 연탄이었다. 나무 장작에 비해 편리하고 경제적이었던 연탄이 국민연료가 되면서 민둥산이던 국토가 푸르게 됐다는 긍정적 효과도 있었다. 그러나 치명적인 연탄가스 중독으로 해마다 수백 명이 목숨을 잃으며 ‘검은 사신(死神)’으로도 불렸다.


밥상공동체연탄은행에 따르면 올해 전국 연탄 사용 가구는 7만4000곳에 달한다. 2006년 27만여 가구를 정점으로 매년 크게 줄고 있다. 서울은 1800여 가구가 연탄 난방에 의존해 겨울을 나고 있다. 지난 9월에는 서울의 마지막 연탄공장인 이문동 삼천리연탄공장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이처럼 많은 효용과 슬픔을 가지고 있는 연탄이 사라진 지는 불과 20년도 안 된다. 시대는 급변했고 연탄은 박물관의 유물이 되고 있다. 석탄은 고농도 탄소를 배출하는 대표적 화석연료다. 기후위기가 커지면서 세계는 탈탄소 사회로 전환을 서두르고 있다. 사회적 재난으로 기록될 지난여름의 폭염은 우리가 맞이할 기후위기의 현실을 경고하고 있다. 미래 세대를 위해 새로운 에너지 전환은 불가피하다.


시대는 변화하는 생물이다. ‘2000년생이 온다’ 작가 임홍택은 ‘세대’와 ‘시대’는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다고 말했다. 새로운 세대는 당시의 시대상을 반영하는 동시에 새로운 시대를 형성한다. 그리고 기존 세대와 공존을 꾀하는 과정에서 다시 변화한다. 비록 연탄이 사라지는 시대이지만 그 추억을 간직한 세대가 공존해 있는 것처럼.


연탄 한 장의 무게가 3.65㎏이라고 한다. 사람의 온기인 36.5도를 연상케 한다. 올겨울 누군가에게 따뜻한 ‘연탄 한 장’이 되자. 어려운 시대 따뜻한 온기를 줬던 연탄에 감사하며 추억도 간직하자. 그리고 아직 경제적 이유로 연탄을 겨울 난방으로 때고 있는 가정이 있다는 것도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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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철 오피니언팀장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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