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비비]'트럼피즘'이라는 안개](https://cphoto.asiae.co.kr/listimglink/1/2024011013095124936_1704859791.jpg)
허상과 실상이 뒤엉킨 ‘트럼프 공포’가 여전히 자욱하다. 요사이 나도는 해석과 전망을 읽고 듣노라면 3~4년쯤 뒤에 우리 경제가 끝장나기라도 할 것 같다. 대한민국 경제 체력이 정말로 그토록 저급하다면 이건 트럼프가 되고 안 되고만의 문제가 아니다. 외교·통상에서 마찰이 일어날 가능성을 유력하게 전제하되 리스크의 우선순위와 경중을 차분하게 헤아려보는 건 그래서 중요하다.
공포의 허와 실을 가늠할 첫 번째 전장(戰場)은 멕시코가 될 가능성이 높다. 멕시코의 지난해 대미 무역수지 흑자는 1300억달러로 중국(3800억달러) 바로 다음인데, 이민이나 마약 같은 정치사회 의제까지 계산에 넣을 경우 국내 정치상의 민감성은 중국보다 더 높아질 수 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EIU)’이 경상수지, 자유무역 관계 같은 요소를 바탕으로 트럼프 리스크에 취약한 국가들을 줄 세운 순위표의 맨 꼭대기에는 멕시코가 자리하고 있다.
트럼프의 관세 위협에 멕시코 경제장관은 얼마 전 자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맞불 관세를 단언하며 긴장을 끌어올렸다. 오가는 말의 수위만 보면 일촉즉발 같지만 돌이켜보면 8년 전 트럼프 1기 초 힘겨루기의 재판이다. 당시의 분쟁은 불과 수개월 만에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양자 협상 타결로 상당 부분 일단락됐다. 상호 의존성과 다자주의의 뿌리는 좋든 싫든 이처럼 질기다.
EIU의 순위표에서 우리나라는 아일랜드보다 한 단계 낮은 열 번째다. 차기가 없는 트럼프가 이번에는 독기를 품고 멕시코에서 어느 정도 전과를 올릴 수도 있겠으나 중국·캐나다·독일·일본·대만 같은 고비를 넘어 우리나라에까지 이르는 그림은 개연성이 떨어지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중동 전쟁의 와중에 이들 국가와 동시다발적으로 분쟁의 테이블을 여는 그림은 아득하다. 보편관세의 경우 교역 상대국이 제품 가격을 올리도록 유도해 그 반작용으로 자국 내 물가 인상을 야기하는 만큼 실현 가능성이나 수위는 미지수라고 보는 게 타당하다.
뉴욕타임스·월스트리트저널·파이낸셜타임스·워싱턴포스트 등 미국 주요 언론은 법무부 장관 지명자의 미성년자 성매매 의혹을 포함해 트럼프 측근 그룹의 각종 사법 리스크와 구설, 정치적 역학관계 등을 주요 뉴스로 다루고 있다. 여느 나라의 지도자와 마찬가지로 트럼프 또한 첩첩산중처럼 도사리고 있는 국내 정치의 고비를 넘어서는 게 급선무임을 보여준다. 트럼프의 대외 이미지와 그의 호언을 액면 그대로 흡수해 소위 ‘트럼피즘’이라는 것에 스스로를 과도하게 옭아맬 필요는 없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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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중요한 건 실체적으로 우리의 이해득실 영역을 구분하고 트럼프 체제가 일선에서 어떻게 작동하며 요소요소에서 누가 영향력을 행사하는지 등을 식별하는 일이다. 트럼프가 당선 직후 대놓고 프러포즈한 조선업을 포함해 방산에 이르기까지 새로운 비즈니스의 영토가 가시권이고 삼성전자·현대차 등이 이미 투자했거나 투자를 약속한 수백억달러는 트럼프조차 걷어차기 어려운 우리의 통상자산이자 비즈니스의 지렛대이다.
김효진 전략기획팀장 hjn252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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