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펜, 과거 유럽의회 자금 유용 혐의 기소
검찰, 징역 5년·벌금 30만 유로 구형
프랑스 극우 국민연합(RN)의 실질적 리더인 마린 르펜 의원의 대선 가도에 적신호가 켜졌다. 유럽연합(EU) 자금을 유용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가운데 검찰이 피선거권 박탈로 이어질 수 있는 징역형을 구형한 탓이다.
13일(현지시간) AP통신 등에 따르면 프랑스 검찰은 이날 열린 재판에서 르펜 의원에게 징역 5년 형(집행유예 3년)과 벌금 30만유로(약 4억5000만원)를 구형하고, 향후 5년간 피선거권을 박탈해달라고 요청했다. 다만 징역 5년 가운데 최소 2년은 '전환 가능한' 구금형으로, 이는 부분적으로 석방 가능성이 있음을 의미한다고 르몽드는 설명했다.
앞서 르펜 의원은 지난 2004년부터 2016년 사이 유럽의회 활동을 위해 배정된 자금을 당 보좌진 급여 등으로 유용한 혐의로 당 관계자들과 함께 지난해 기소됐다. 유럽의회 측은 추산한 피해 규모는 300만유로(약 44억6000만원)에 이른다. 국민연합은 이 가운데 100만유로(약 14억9000만원)를 상환했으나 혐의는 인정하지 않은 상태다.
니콜라스 바렛 검사는 법정에서 "법은 모두에게 적용된다"며 르펜 의원이 항소하더라도 판결 직후부터 즉시 피선거권을 박탈할 것과 함께 기소된 국민연합 소속 피고인 24명의 피선거권도 5년간 박탈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르펜 의원에 대한 재판은 오는 27일 종결되고, 판결은 추후 내려질 예정이다.
국민연합은 지난 6월 유럽의회 선거에서 압승을 거둔 뒤 이어진 조기 총선에서도 의석수를 늘리며 세력을 확장했다. 르펜 의원도 극우 정치인으로는 처음으로 2017년과 지난해 대선에서 결선에 두 번 연속 진출하며 인지도를 쌓았다. 그는 오는 2027년 대권에도 도전할 예정이었으나 이번 검찰 측의 구형으로 적신호가 켜진 상황이다.
다만, 르펜 의원이 무죄를 선고받으면, 지난 10년간 자신을 괴롭혔던 혐의에서 벗어나면서 2027년 대권 도전에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르펜 의원은 검찰이 자신의 대선 출마를 막는 데만 급급하고 프랑스 국민들의 투표권을 빼앗으려 한다고 반발했다. 조르당 바르델라 국민연합 대표도 검찰이 르펜 의원에 대해 복수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프랑스는 지난 9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우파 공화당 소속인 미셸 바르니에 전 장관을 총리로 지명하며 프랑스 5공화국 역사상 네 번째 동거 정부를 탄생시켰다. 마크롱 대통령이 물색한 여러 후보 중 의회의 불신임 및 2027년 대선 출마 가능성이 가장 작은 인물이 선택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6월30일과 7월7일(결선) 치러진 프랑스 조기 총선에서 마크롱 대통령이 이끄는 르네상스 범여권은 하원 577석 중 168석을 얻었다. 182석을 얻은 좌파 연합 신민중전선(NFP)에 이어 2위로, 단독으로 정부 운영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김진영 기자 camp@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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