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도들, 크리슈나신 성수로 여겨 마셔
사실은 곰팡이 천지 에어컨 응축수
힌두교 성수(聖水)로 알려져 수많은 신도가 줄을 서가며 마시고 발랐던 물이 알고 보니 에어컨에서 나온 응축수였다는 황당한 일이 인도에서 벌어졌다.
최근 인도 더이코노믹타임스, 온라인 미디어 오디티센트럴 등 복수 매체는 인도 북부 브린다의 힌두교 사원인 슈리 반케 비하리 사원 '성수'의 정체가 밝혀졌다고 보도했다. 이 사원에는 매일 많은 신도가 몰려와 줄을 서가며 벽에 있는 코끼리 조각상에서 떨어지는 물을 받아 마셨다.
물을 마신 사람들은 그 액체를 '차란 암릿'이라고 믿었다. 차란 암릿은 힌두교의 주신 비슈누의 8번째 화신인 크리슈나의 발에서 나오는 성수를 말한다. 신자들은 성수의 축복을 받기 위해 이 물을 마시고 머리에 뿌렸다. 하지만 이 물은 성수가 아니라 사원의 에어컨에서 나온 응축수였다. 에어컨을 가동하면 열교환기에 냉기가 공급돼 찬바람을 내보내면서 실내의 더운 공기와 습기 등은 차가워진 실내 열교환기에서 액체인 응축수 상태로 바뀌는데 이 물은 배수관을 통해 외부로 흘러나간다.
결국 사원은 사람들이 에어컨 응축수를 마시지 못하게 하기 위해 해명문까지 냈다. 에어컨 응축수에는 박테리아와 곰팡이가 들어 있어 마실 경우 건강에 해롭기 때문이다.
사원 자원봉사자인 디네쉬 고스와미는 "우리는 사람들의 신에 대한 믿음을 존중하지만, 이 사실을 알리는 것은 꼭 필요했다"면서 "신도들이 차란 암릿이라고 믿는 물은 실제로는 에어컨에서 나오는 물일 뿐이다. 진짜 차란 암릿에는 툴시(힌두교의 성초)나 장미 꽃잎 같은 성분이 들어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도에서는 과거에도 이와 유사한 해프닝이 있었다. 2012년 뭄바이에 있는 한 십자가의 발 부분에서 정체불명의 물이 흘러내려 많은 이들이 이것을 신비로운 기적이라고 믿었다. 당시에도 사람들은 이 물을 맛보며 '달다'고 말하기도 했는데, 이후 조사 결과 이 물은 하수 시스템 누출에서 유래한 것으로 확인됐다.
김현정 기자 khj27@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