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2일 디딤돌 대출한도 축소 시행
"한도 축소 시행 전까지 거래 몰릴 것"
"이미 거래량은 둔화, 거래량 증가 어려워"
다음 달 2일부터 디딤돌 대출의 한도가 축소됨에 따라 수도권 아파트 거래 확대 여부가 관심사로 떠올랐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의 의견은 둘로 갈렸다. 추가 규제를 앞두고 거래가 늘어날 수 있다고 전망하는 쪽이 있는 반면, 기존 대출 규제로 거래가 줄어든 상황에서 다시 거래가 늘어나기 힘들다는 관측도 나왔다.
"대출 한도 줄기 전 '막차 효과'로 거래 몰릴 것"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11일 "디딤돌 대출 한도가 줄기 전 '막차 효과'로 6억원 이하 수도권 아파트로 수요가 몰려 거래량이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디딤돌 대출은 청년, 신혼부부 등을 대상으로 하는 주택 구입자 정책대출이다. 최대 6억원 이하 아파트를 사들일 때 이용할 수 있다.
고 원장은 "다음 달 2일부터 대출 한도가 4800만~5500만원 줄어든다"며 "자산은 없고 소득만 있는 청년에게 이 정도 규모의 한도 축소는 부담이 크다"고 설명했다. 또 그는 "청년들은 이미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2단계 등 대출 한도가 전반적으로 감소하는 상황에서 이달이 디딤돌대출을 통해 내집 마련을 할 마지막 기회로 여길 수 있다"며 "지난 9월 스트레스 DSR 2단계 도입을 앞두고 7~8월 거래량이 급증한 것과 비슷한 상황으로 보면 된다"고 전했다.
수도권 아파트 전세 수요가 매매 수요로 전환하면서 아파트 거래가 증가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권영선 신한은행 부동산 투자자문센터 팀장은 "다음 달 2일 전까지 디딤돌대출 한도가 기존 수준으로 유지되면서 전세 수요자들이 아파트 매수에 나설 수도 있다"며 "특히 요즘처럼 전세가가 오르는 상황에서는 한도 축소 전에 차라리 매매를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권 팀장은 "이번 유예로 6억원 이하 아파트 비중이 높은 경기도, 인천에 거래량이 꽤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부동산 정보업체 부동산 R114에 따르면 지난 1일 기준 경기도 아파트 158만3691가구 중 6억원 이하 가구 비중은 60%다. 인천은 42만2605가구 중 84%, 서울은 110만2505가구 중 13%다
"대출 수요 있어도 이달 내 실행 어려워"
반면 조정 국면에 들어선 시장 분위기를 볼 때 거래량이 늘어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이미 수도권 아파트 시장은 조정 국면"이라며 "전반적인 시장 분위기로 인해 거래가 늘어나기 어렵다"고 말했다.
수도권에서 6억원 이하 아파트 거래량은 지난 7월 정점을 찍고 꾸준히 하락하는 추세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서울의 6억원 이하 아파트 거래량(이달 7일 기준)은 7월 1541건을 기록한 뒤 지난달 647건까지 떨어졌다. 경기도(9816건→5694건)와 인천(2696건→1610건)도 같은 기간 동일한 모습을 보인다.
박 위원은 "이미 스트레스 DSR 2단계 도입이 시장에 큰 영향을 끼쳐 거래가 꺾였다"며 "디딤돌대출 한도 축소는 이와 비교하면 부차적인 효과라 거래량을 끌어올리는 반전은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기존 대출 규제 강화로 대출받기가 어려워졌고 기간도 오래 걸린다는 점에서 이달 급작스러운 대출 증가가 일어나기 힘든 환경이기도 하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 리서치랩장은 "금융당국이 대출 규제에 나서면서 금융권이 여신 심사 시 더 많은 서류를 보는 중"이라며 "이 같은 상황에서 디딤돌대출 수요자가 늘어나도 현실적으로 거래량 증가로 이어지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박승욱 기자 ty161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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