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운동 막판에 이례적 행보
부동층 표심 돌리려는 전략인 듯
"트럼프가 못하는 일 할 수 있어"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NBC 간판 코미디 프로그램 '새터데이 나이트 라이브'(Saturday Night Live·SNL)에 이례적으로 깜짝 등장했다.
2일(현지시간) 노스캐롤라이나 샬럿에서 선거 유세 일정을 마친 해리스 부통령은 당초 미시간주로 이동할 예정이었으나 뉴욕시로 목적지를 바꿔 이날 오후 11시 30분부터 방영되는 SNL에 카메오로 깜짝 출연했다. 해리스는 이날 거울 맞은편에서 자신과 똑같은 검은 정장을 입고 동일한 머리 스타일을 한 배우 겸 코미디언 마야 루돌프를 응원(pep talk)하는 역할을 했다.
SNL은 1975년 시작한 이래 매주 일어난 정치·문화계 이슈를 패러디로 풀어내는 미국의 대표적 풍자 코미디 프로그램이다. 해리스가 미 대중들에게 고루 인기가 많은 SNL에 깜짝 출연한 건 선거 막바지에 부동층 표심을 공략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뉴욕타임스(NYT)는 "선거 운동 막판에 SNL에 출연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라고 짚었다.
이날 루돌프가 거울을 들여다보면서 "내 입장이 돼 본 사람, 대통령 후보로 출마한 흑인이자 아시아 여성과 이야기하고 싶다. 되도록 베이 지역 출신이면 좋겠다"라고 하자 해리스가 거울 맞은편에서 등장했다. 해리스는 "당신은 당신의 상대자(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가 할 수 없는 일을 할 수 있다"며 거울 속 자신인 루돌프를 안심시켰다.
루돌프가 해리스를 흉내 내면서 소리 내 웃자 해리스가 "내가 그렇게 웃는 건 아니죠?"라고 물었고 루돌프는 "조금"이라고 대답해 둘이 함께 웃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해리스는 루돌프에게 "혹시라도 펜실베이니아주에 유권자로 등록이 돼 있느냐"라고도 물었다. 펜실베이니아주는 선거인단이 가장 많은 19명이 달린 이번 대선 최대 격전지다.
그동안 SNL에선 루돌프가 해리스 부통령을 연기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지난달 ABC 토크쇼 '더 뷰'에 출연해 "루돌프의 연기는 정말 훌륭하다"라고 칭찬하기도 했다.
이를 본 트럼프 캠프는 즉각 반발했다. 스티븐 청 트럼프 캠프 대변인은 폭스뉴스에 "해리스는 미 국민에게 제공할 수 있는 실질적인 것이 없기에 '토요일 밤의 좌파들'(Saturday Night Leftists)에 출연해 뒤틀린 환상의 쇼를 하고 있다"라고 비난했다.
한편 1976년 4월 제럴드 포드 전 대통령은 SNL이 시작한 지 1년이 안 된 시점 현직 대통령으로서 프로그램에 처음 나섰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정치 입문 전인 2004년에 출연했다. 2008년 대선을 앞두고 양당 후보인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과 존 매케인 전 상원의원(사망)을 각각 따로 출연시킨 적이 있었다. 또 2015년엔 각 당 대선 후보 경선을 앞두고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출연했다.
구나리 기자 forsythia2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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