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츠 배터리총괄 "韓화재에 유감…공급사 엄격히 선정"

벤츠 배터리 총괄 및 구매·품질 총괄 인터뷰
화재 관련해선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말 아껴
"공급사 선정 기준 엄격…中파라시스도 예외X"

21일(현지시간) 독일 슈투트가르트 운터튀르크하임의 메르세데스벤츠 본사에서 우버 켈러 배터리 개발 총괄(오른쪽)과 카르스텐 브레크너 파워트레인 구매 및 공급사 품질 총괄이 한국 기자단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사진제공=메르세데스벤츠) 우베 켈러 배터리 개발 총괄 카르스텐 브레크너 파워트레인 구매 및 공급사 품질 총괄

독일 슈투트가르트 메르세데스벤츠 본사에서 만난 배터리 개발 및 구매 총괄 임원들의 입은 무거웠다. 한국에서 발생한 벤츠 전기차 화재에 대해서는 깊은 유감을 표시했지만 세부 내용에 대해서는 언급을 피했다. 다만 벤츠의 배터리셀 공급사 선정 과정은 엄격하며, 끊임없이 검증 과정을 거쳤다고 해명했다. 우리나라에서 도입되는 배터리 인증제도 적극 지지하며 참여하겠다는 입장이다.

21일(현지시간) 독일 슈투트가르트 운터튀르크하임 메르세데스벤츠 본사에서 우베 켈러 배터리 개발 총괄과 카르스텐 브레크너 파워트레인 구매 및 공급사 품질 총괄은 한국 기자단과 만나 이같이 밝혔다. 우베 켈러 총괄은 "한국의 인천 청라 전기차 화재 피해자들에게 정말 유감스럽고 메르세데스벤츠는 해당 건을 진지하게 신경 쓰고 있다"라며 "해당 차종에 대한 여러 검사나 점검에서 얻은 모든 지식 등을 실제 조사에 활용할 수 있도록 최대한 협조하고 있지만, 아직 조사가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이라 최종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전기차 배터리 시스템의 안전성에 대해서는 최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켈러 총괄은 "배터리 공급사들과는 엄격한 품질 관리 프로세스에 따라 협업을 하고 있다"라며 "이번 사고도 배터리 설계 자체의 이슈라고 생각하진 않으며, 열폭주나 이런 것들을 방지하기 위한 대책들도 다른 배터리 시스템과 같이 취한 바 있다"라고 했다.

우리나라 정부가 세계 최초로 도입 예고한 배터리 인증제에 대해서도 자신감을 드러냈다. 배터리 인증제는 정부가 차량에 탑재하는 배터리의 안전성을 사전에 직접 시험·인증하는 제도다. 1년의 유예 기간을 거친 뒤 내년 2월부터 의무 시행된다. 국내에서는 현대차그룹이 가장 먼저 참여의사를 밝힌 바 있다. 켈러 총괄은 "한국의 새로운 배터리 인증제는 결국 전기차 안전에 있어 더 높은 표준을 실현할 수 있다는 점에서 특히 지지한다"라며 "메르세데스벤츠는 안전 기준과 관련해서는 어떤 국가나 시장의 규정, 기준과 상관없이 자체적으로도 최고의 안전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인천 청라에서 화재가 발생한 벤츠 EQE 차량이 다소 규모가 작은 중국 파라시스사(社)의 배터리셀을 사용했다는 비판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배터리 공급사 선정을 엄격한 기준 아래 진행하고 있기 때문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브레크너 총괄은 "독일 자동차산업협회(VDA) 기준만 따르는 것이 아니라 TS16949 등 국제 기준도 기반해 모든 배터리 공급사들에 대해 동일한 품질검사와 분석을 진행한다"라며 "제품 검사와 공장 정기 방문 등의 공급사 선정 절차에서 예외는 없고, 이는 파라시스도 마찬가지였다"라고 설명했다.

때문에 아직 우리나라 당국의 조사가 마무리되지 않은 만큼 EQE 차량에 장착되는 배터리 공급사를 파라시스로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연내 출시 예정인 EQS 연식변경모델에는 예전처럼 중국 CATL사의 제품을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향후 배터리 전략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여전히 안전성을 최우선시하는 한편 종국에는 배터리 내재화까지 꿈꾸겠다는 구상이다. 켈러 총괄은 "벤츠 자체적으로도, 공급사와도 현존 규제와 상관없이 배터리 열확산을 중단시키는 기술 개발에 많은 힘을 쏟고 있다"라며 "전해액이 들어있어 가연성이 낮은 전고체 배터리뿐만 아니라 리튬이온 배터리에서도 열확산을 중단 또는 차단할 수 있는 기술이 도입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벤츠의 DNA를 가진, 벤츠만의 고유한 자체 개발 셀 DNA를 만들고 이를 파트너들과 양산하고 산업화하는 것이 목표"라며 "우리의 지식과 기술을 배터리셀 공급사에 전수해 생산을 맡길 수도 있고, 합작사나 기존 회사 지분 투자 등의 방식도 열려있다"라며 "개발은 본사에서 하더라도 생산은 유럽과 미국, 아시아에서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지역 내 다른 회사와의 협력이 무척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슈투트가르트=이민우 기자 letzwin@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