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고 시달리는 청년들, 조직 범죄 유혹 받아
강도·살인 등 흉악 범죄를 의뢰받고 고액의 돈을 버는 일명 '어둠의 알바(闇バイト·야미바이토)'가 기승을 부리면서 일본 사회에 충격을 주고 있다. 특히 생활고에 시달리는 청년들이 해당 조직범죄의 유혹에 빠지는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 어둠의 알바 가담 혐의로 체포된 22세 용의자도 빚 압박을 받고 있었으며, 어둠의 알바엔 처음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24일(현지시간) 일본 아사히 신문은 최근 요코하마시 강도 살인 범죄 가담 혐의로 체포된 다카다 마츠키씨(22)를 조명했다. 다카다씨는 엑스(X·옛 트위터)의 한 익명 계정으로부터 '어둠의 알바'를 의뢰받고, 여러 가담자와 함께 70대 남성을 구타해 죽음에 이르게 한 뒤 현금 20만엔(약 181만원)을 훔친 혐의를 받는다.
경찰 조사에서 그는 "어둠의 알바는 이번에 처음 응모"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응모 당시 의뢰인은 그에게 "이번 일(흉악범죄)은 '화이트 프로젝트'이므로 리스크는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며 안심시켰다고도 전했다.
어둠의 알바는 최근 일본 수도권을 중심으로 활성화한 신종 조직범죄 수법이다. 익명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을 통해 가담자들에게 금품 절도를 의뢰하고, 대가로 고액의 돈을 전송하는 방식이다. 범죄 가담자는 철저히 역할을 분담해 점조직 형태로 작업에 나서며, 온라인을 통해 의뢰를 수주하는 방식이 마치 아르바이트 같아 '어둠의 알바'로 불리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생활고에 시달리는 젊은 청년들이 '어둠의 알바'로 이끌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카다씨 또한 평소에는 일반 20대 청년과 다를 바 없었으나, 생활비 부족에 허덕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1월 도쿄에서 발생한 강도살인 사건이 일명 '루피 사건'도 유사한 사례다. 당시 도쿄에 거주하는 한 여성이 시계, 반지 등 귀금속을 도난당한 채 시신으로 발견됐는데, 경찰은 현장 조사 중 가해자들이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 휴대전화를 입수했다.
해당 휴대전화 대화 기록을 보니 가해자들은 '루피', '키무' 등 별칭을 쓴 인물들로부터 범행 지시 메시지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의 집중 수사 결과 루피 사건 가담자는 무려 최대 100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고, 이로써 어둠의 알바라는 조직범죄가 처음으로 수면 위로 드러났다.
강도 살인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루피 사건 피의자는 공판에서 "나 스스로 판단한 일이므로 모든 책임은 나에게 있다"며 "나처럼 다른 사람과 함께 모여 최악의 범죄를 꾸미는 젊은이들을 다 같이 제거하고 싶다"고 자신에 대한 사형 구형을 촉구하기도 했다.
아사히 신문은 일본의 한 시민단체가 13~25세 청년층 42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전체 응답자 중 3분의 1은 '빚을 진 경험이 있다'는 답변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빚 독촉에 시달리는 청년들이 얼마나 생활고에 시달리는지 상세히 설명하기도 했다. 한 24세 청년은 한 달 식비를 2만7000엔(약 24만5000원)으로 억제하는 등 궁핍한 삶을 살면서도, 카드빚을 23만엔(약 208만원)이나 지고 있었다. 또 다른 18세 청년은 오토바이, 운동복 등을 구매하느라 거액의 빚을 졌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임주형 기자 skeppe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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