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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밸류업 논란' 경고 무시한 거래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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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 들어가고 KB금융 빠지고
외국계 증권사 혹평…밸류업 자문단은 이미 지적
'원칙·콘셉트' 앞세워…공무원 마인드 버려야

[기자수첩]'밸류업 논란' 경고 무시한 거래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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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밸류업 정책의 꽃' 코리아 밸류업 지수가 공개된 지 이틀만인 지난 26일 한국거래소가 긴급 브리핑을 열었다. 국내외 시장에서 쏟아진 혹평에 해명을 내놨지만, 뒷맛은 씁쓸하다.


지난 5월 밸류업 계획이 확정, 발표된 후 밸류업 지수는 시장의 최대 관심사였다. 기대가 무색하게 공개된 밸류업 지수에선 '지배구조 개편 논란'의 두산밥캣과 작년 대규모 영업손실을 기록한 SK하이닉스가 포함되고, '기업가치 제고 모범생'으로 손꼽힌 KB금융과 하나금융이 제외됐다. 스위스계 UBS, 홍콩계 크레디리요네(CLSA) 등 국내 정부 눈치를 볼 필요 없는 외국 기관투자가들부터 투자자 노트와 영문 보고서 등을 통해 '밸류다운?'이라며 작심 비판했다.


문제는 밸류업 지수 구성에 관한 시장의 우려가 처음 제기된 게 아니라는 점이다. 거래소의 밸류업 지수는 9월2일 '기업 밸류업 자문단 회의'에서도 비슷한 우려를 받았다. 연속적인 배당 횟수와 획일적인 자기자본이익률(ROE) 등 '원칙'과 '콘셉트'만 앞세우다 보니 정작 시장에서 예상했던 바와 전혀 다른 결과가 나왔다는 게 참가자들의 지적이었다. 기존 대표지수와의 유사성이 90%가 넘는다는 얘기도 있었다. 유사성이 높을 경우 차별점이 없기 때문에 신규 지수 개발 자체가 무의미해진다.


거래소 역시 지수 지향점을 두고 자문단에서 지적이 있던 점을 인정했다. 이부연 거래소 경영지원본부 상무는 브리핑에서 "자문단 회의를 할 때 시장에서는 앞으로 주가 상승이 기대되는 종목으로 구성된 지수와 투자자 유인을 할 수 있는 지수를 요구했었는데, 거래소 콘셉트에서는 투자 수익이 높지 않아서, 니즈를 충족시키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다"고 말했다. 거래소는 분명 경고 신호를 받았다.


이쯤 되면 밸류업 자문단의 존재 필요성까지 의문스러울 정도다. 애당초 밸류업 자문단은 민간 전문가들을 회의에 참여시켜 정책 진행 과정에서 시장의 의도를 긴밀히 전달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지난 3월 출범한 자문단은 위원장을 포함한 학계 3인, 투자자 4인, 기업·유관기관 4인, 한국거래소 1인 등 총 12인으로 구성됐다. 투자자 자격으로는 국민연금공단과 삼성자산운용, JP모건 등이 참여한다.


일각에선 단기 성과에 연연할 필요가 없는 공무원 마인드가 거래소에 남아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거래소는 9년 전인 2015년 법적으로 대체거래소(ATS) 설립이 가능해지면서 공공기관에서 벗어났다. 이제는 외부에서 ATS 출범을 준비 중인 만큼 공공기관으로 다시 지정될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한 업계 관계자는 "민간 지수사업자라면 사업 성과를 위해 고려하지 않았을 '정책적 의미' 등에 더 주목했기에 이 같은 결과가 나온 것"이라고 일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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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소가 최종 책임자인 정은보 이사장이 출장으로 부재한 상태서 긴급 브리핑을 연 것은 그만큼 다급했다는 방증으로 읽힌다. 그나마 시장의 의견을 이제라도 귀담아듣고 연내 종목 변경을 검토하겠다는 방침은 반갑다. 융통성 있는 '지수 사업자'로서 거래소가 앞으로라도 운용의 묘를 발휘할 수 있길 기대해본다.




차민영 기자 blooming@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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