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마지막 주, 5대 금융지주 회장과 마지막 간담회 열듯
은행·금투·보험·여신전문·상호금융 등 7차례 진행
본연의 역할과 신뢰 회복' 강조…근본적 체질개선도 주문
우리금융 부당대출 의혹…내부통제·지배구조 개선 핵심
김병환 금융위원장이 금융지주를 마지막으로 지난달부터 금융권 릴레이 간담회를 마무리한다. 추석 연휴 이후로 미뤄진 금융지주 회장단 간 간담회는 이달 말께 열릴 전망이다.
김 위원장은 일곱 차례 간담회를 통해 취임 이후 우선 과제로 언급해 온 가계대출 관리,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연착륙, 소상공인·자영업자 지원, 제2금융권 건전성 등 업권별 핵심 사안을 간담회 테이블에 올려놓고 적극적인 협조와 근본적인 체질 개선을 주문했다.
마지막 일정인 금융지주 회장단 간 간담회에서는 우리금융지주 손태승 전 회장 친인척의 부당대출 사태가 핵심 이슈로 떠오른 가운데 적극적인 내부통제 시스템과 지배구조 개선 노력을 당부할 것으로 보인다.
17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9월 마지막 주 중 양종희 KB금융지주 회장, 진옥동 신한금융지주 회장,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회장,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 이석준 NH농협지주 회장 등 5대 금융지주 회장을 불러 간담회를 개최한다.
김 위원장은 지난달 20일 은행업권을 시작으로 22일 여신전문업권, 28일 보험업권, 29일 금융투자업권을 최고경영자(CEO)를 만났고 이달 들어 지난 2일 저축은행업권, 5일 자산운용업권, 9일 상호금융권 CEO들을 만나 상견례 겸 정책 방향을 설명하는 자리를 가졌다. 마지막이자 8번째인 금융지주 회장단과 간담회만 남겨두고 있다.
그는 일곱 차례 간담회 내내 각 업권에 쓴소리를 이어갔다. 은행 CEO와 간담회에서는 "은행 수익이 높아질수록 사회적으로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왜 이런 비판이 이어지는지 진지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특히 가계부채 관리와 관련해 "자율적으로 상환능력 즉,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에 기반한 체계를 갖춰달라"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지속가능한 성장모델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예대마진과 내수시장에 의존하는 전통적인 영업모델에서 탈피해 시대적 요구에 능동적으로 대응하면서 지속가능한 성장모델을 만들어야 한다'면서 "혁신 노력은 금융소비자가 체감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제2금융권에 "본연의 역할로 신뢰 회복해야"…근본적 체질 개선 강조
연체율 상승과 부동산 PF 부실 등 건전성 우려가 큰 저축은행, 여신전문, 상호금융권에 대해서는 보다 강한 어조로 근본적인 체질 개선을 당부했다. 김 위원장은 저축은행 CEO와 간담회에서 "부동산 PF 부실 등 건전성 우려로 신뢰의 문제에 직면했다"면서 "자금의 선순환과 신뢰 회복에 앞장서 달라"고 요청했다.
그는 무엇보다 저축은행 본연의 역할이 지역과 서민금융 공급인 점을 강조하면서 "본연의 역할을 수행하기 위한 혁신보다 부동산 경기에 기댄 쉬운 선택을 해오지 않았는지 냉정하게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꼬집기도 했다. 신용평가 영업역량 강화, 디지털 전환 노력, 비대면 영업 채널 확대 등 경쟁력 강화도 주문했다.
신협·농협·수협·산림조합·새마을금고 등 상호금융에 대해서도 외형성장에만 치중한 나머지 본연의 역할에 소홀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김 위원장은 "충분한 역량과 계획 없이 비과세 혜택에 기반한 수신 경쟁에만 집중해왔다"면서 "상호금융권의 자산 규모가 관리 역량을 크게 넘어서는 수준까지 확대됐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무리한 투자와 특정 분야 쏠림 등 시장 왜곡을 발생시키고, 이는 반복적인 위기 상황에 놓이는 결과를 초래한다"면서 "부실 부동산 PF는 6개월 이내에 조속히 정리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금투업권에 "불법·불공정 문제에 무관용"…'단기수익 치중' 지적
금융투자업권에 대해서는 불완전판매와 불법 공매도 등 신뢰를 훼손하는 사건들이 잇따랐다면서 불법과 불공정에 대해서는 무관용 원칙으로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단기수익에 치중한 자금 운영으로 신뢰를 떨어뜨리고, 시스템 위험을 키웠다는 점도 덧붙였다.
김 위원장은 "레고랜드 사태 당시 단기수익에 치중해 증권업계에 대한 시장의 신뢰를 떨어뜨렸고, 금융시스템 위험이 확산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었다"면서 "기업과 함께 성장해나가는 금융사인 증권사가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기 위한 재정비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투자자 피해, 기관 내부의 사건·사고 등 예방을 위해 내부통제장치 재점검을 철저히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10개 자산운용사 CEO를 만나서는 타깃데이트펀드(TDF) 위주로 투자하는 해외 사적 연금시장을 볼 때 우리 시장의 발전도 운용사 역량에 달려있다면서 안정적인 장기투자형 연금 상품 개발에 힘써야 한다고 요청했다. 특히 선진국과 비교하면 여전히 투자자들의 간접투자 비중이 크게 낮고, 이는 자산운용업이 투자자 기대에 충분히 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방증한다고 지적했다.
마지막 단추 '금융지주' 간담회…내부통제·지배구조 개선 핵심
김 위원장의 금융권 릴레이 간담회 마지막 일정인 금융지주 회장단과 만남에서 우리금융 손태승 전 회장 친인척 부당대출 의혹 사건에 대한 언급이 뒤따를지 이목이 쏠린다. 그는 지난 12일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를 열고 "위원장으로서 매우 심각한 우려를 가지고 있다"면서 경영진의 책임을 처음으로 언급했다.
김 위원장이 은행장들과 간담회에서 은행이 항상 신뢰의 정점에 있어야 한다면서 환골탈태한다는 심정으로 내부통제시스템을 전면 재점검해달라고 당부한 만큼 금융지주 회장단에게도 보다 종합적인 주문을 할 가능성이 높다. 내년 1월부터 '책무구조도'도 시행되는 만큼 신속하고 적극적인 준비를 요청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금융지주 회장이 금융 그룹 내 최고책임자인 만큼, 앞서 일곱 차례 릴레이 간담회에서 언급됐던 가계부채, 부동산 PF, 소상공인·자영업자, 제2금융권 건전성 등 핵심 사안이 다뤄질 전망이다.
한편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은 금융감독원이 지난달 12일 수시검사 결과를 통해 손 전 회장의 친인척 부당대출 정황을 처음으로 공개한 이후 한 달 이상 외부 일정을 최소화하면서도 해당 의혹과 관련한 입장을 추가로 내놓지 않았다.
임철영 기자 cylim@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