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돌이 개 약 400만 마리 추산
안락사 허용 법 개정으로 살처분 위기
튀르키예에서 떠돌이 개를 안락사할 수 있도록 한 법 개정에 항의하는 대규모 시위가 열렸다.
2일(현지시간) AP통신 등 외신은 이날 수천 명의 시민과 동물권 운동가들이 튀르키예 이스탄불에 모여 시위를 벌였다고 보도했다. 시위에 참가한 이들은 떠돌이 개 안락사를 인정한 동물보호법 개정으로 수백만마리의 개가 살처분될 위기에 놓였다고 정부에 항의했다.
튀르키예 전역에는 약 400만마리의 떠돌이 개가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반면 떠돌이 개 보호시설은 약 10만5천마리 정도를 수용할 수 있는 규모다. 떠돌이 개들은 주로 거리와 시골 지역에서 살고 있다. 튀르키예에서 떠돌이 개나 길고양이가 유명 관광지나 식당이나 상점 안에 들어오는 일은 일상적이다. 시민들은 동물들에게 빵과 물 등을 주며 돌보기도 한다. 그동안 떠돌이 개들은 무해한 존재로 취급됐지만 지난해 12월 수도 앙카라에서 10세 어린이가 개떼에 물려 크게 다친 사건 이후 튀르키예 정부와 집권 정의개발당(AKP)은 동물보호법 개정을 추진해 왔다.
이에 지난 7월 의회에서 처리된 개정 동물보호법에는 유기견과 들개의 동물보호소 수용 규정이 강화됐고 안락사 근거도 추가됐다. 공중 보건에 위험을 초래하거나 통제가 어려울 정도로 공격적인 개, 입양이 불가능한 개 등에 대해 안락사가 허용됐다. 또 기존엔 지방정부가 들개를 포획해 중성화 수술과 예방접종 후 다시 거리에 방사할 수 있었으나, 개정법은 붙잡은 개의 정보를 정부 데이터베이스에 등록하고 개가 입양될 때까지 보호소에 수용하도록 하는 등 관리를 강화했다. 당초 개정 동물보호법 대상에는 고양이도 포함되었으나 시민들의 항의에 해당 조항의 내용은 바뀌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 법이 국가적인 문제로 떠오른 떠돌이 개 문제를 해결하는 데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달 23일 열린 AKP 당내 회의에서 "우리는 세계 문명국가나 현대도시 어디에도 없는 떠돌이 개 증가 현상을 목도하고 있다"며 "들개가 우리의 소중한 어린이들을 공격하고 있다. 갈수록 많은 국가가 들개 때문에 튀르키예 여행이 위험하다고 경고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개정법 입법 필요성을 강조했다. 하지만 시위대는 '보호소는 죽음의 수용소', '피비린내 나는 법률을 철회하라' 등 문구가 적힌 포스터를 흔들며 법 폐지를 촉구했다.
지금 뜨는 뉴스
시위에 참여한 하산 키질리아탁(64)은 AP 통신에 "법이 즉시 폐지되기를 바란다. 그들(길 잃은 개들)은 우리처럼 살아있는 존재다. 우리는 그들의 말살을 반대한다"고 말했다. 또 81개 광역단체장 중 35개를 차지하는 제1야당 공화인민당(CHP)이 "법안이 통과된다 해도 지방정부에서 안락사를 집행하지 않을 것"이라며 법안을 반대하고 있다. 반면 법 개정에 찬성하는 단체들은 2022년 이후 길거리 개 물림 등으로 지금까지 65명이 사망했다면서 거리에서 떠돌이 개를 모두 없애야 한다고 주장한다.
김현정 기자 khj27@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