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 가짜뉴스 유포 계정 차단 명령 불응
브라질 사법당국이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위성 인터넷망 '스타링크'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엑스(X·옛 트위터)에 철퇴를 내렸다고 주요 외신이 2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브라질 대법원 소식통에 따르면 알레샨드르 지모라이스 대법관은 이날 엑스에 부과한 벌금 납부 집행을 위해 브라질 스타링크의 금융계좌 동결을 명령했다. 벌금을 부과받은 것은 엑스지만, 스타링크 또한 머스크 CEO의 지시를 받는 사실상의 경제 그룹으로 봐야한다는 사법부의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현지 매체 G1은 설명했다.
현재 브라질 대법원과 머스크 CEO는 '가짜뉴스 단속'과 '언론의 자유'를 놓고 한 치의 양보 없는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앞서 브라질 대법원은 지난 4월 엑스에 이른바 '디지털 민병대' 관련 계정들을 차단하라고 명령했다.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 정부 시절 가짜뉴스와 증오 메시지를 유포한 혐의다. 오는 10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선거에 악영향을 끼칠 변수들을 사전에 제거하려는 의도도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엑스는 브라질 대법원이 현지에서 인기 있는 특정 계정을 차단하도록 강요했다고 반발하며, 명령에 불응할 경우 브라질 내 법률 대리인을 체포하고 하루 2만헤알(약 480만원)의 벌금을 물리겠다는 위협도 받았다고 밝혔다. 이에 사측은 서비스는 유지하지만, 브라질 내 모든 직원을 즉시 해고하고 사업장을 폐쇄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머스크 CEO는 이날 엑스에 "스페이스X(스타링크 모회사)와 엑스는 서로 다른 주주를 둔 완전히 별개의 회사"라며 스타링크 금융 계좌 동결은 명백한 불법 행위임을 강조했다. 지모라이스 대법관에 대해선 "판사 행세를 하는 사악한 폭군(evil dictator)이자 범죄자"라고 비난하며 브라질의 무고한 엑스 이용자들이 애꿎은 피해를 보고 있다고 꼬집었다. 스타링크 측도 "브라질 헌법이 보장하는 적법 절차를 우리에게 제공하지 않은 채 비밀리에 (계좌 동결) 결정이 내려졌다"며 법적 대응을 예고한 상태다.
엑스는 브라질에서 널리 쓰이는 온라인 소통 도구 중 하나다. AP통신이 인용한 시장조사업체 이마케터에 따르면 브라질에선 약 4000만명의 국민이 최소 한 달에 한번 엑스를 이용한다. 이는 브라질 인구(약 2억명)의 약 5분의 1 수준이다. 머스크 CEO 입장에서도 브라질은 놓칠 수 없는 시장인 셈이다. 머스크 CEO는 "사태가 해결될 때까지 브라질 스타링크 이용자에게 무료로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며 "돈을 받지 못하더라도 그 누구와도 연결을 끊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김진영 기자 camp@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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