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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이야기]동해안, 우리가 빈틈없이 지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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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년 9월 18일 새벽 1시 35분.

강원도 강릉시 강동면 안인진리 대포동 마을 해안에 정체불명의 선박이 몸체 절반을 드러낸 채 좌초됐다.

장병들은 해안가 소초 대신 관제소 안에서 모니터를 보면서 해안을 감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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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군 23경비여단 첨단장비로 24시간 철통경계
정찰용 드론 띄워 해안절벽 등 사각지대 감시

1996년 9월 18일 새벽 1시 35분. 강원도 강릉시 강동면 안인진리 대포동 마을 해안에 정체불명의 선박이 몸체 절반을 드러낸 채 좌초됐다. 당시 택시 기사 이진규 씨(36)가 발견해 강릉경찰서에 신고했다. 좌초된 선박은 북한의 350t급 상어급 잠수함. 이 잠수함은 이미 사흘 전 우리 영토를 침투해 정찰 중이던 정찰조원을 데려가기 위해 해안 가까이 접근했다 좌초된 것으로 밝혀졌다. 소탕 작전에 나선 군은 침투공비 26명 가운데 24명을 사살하고, 1명을 생포했다. 1명은 행방불명 처리됐다. 우리 군도 피해를 보았다. 11명과 민간인 4명이 희생되면서 작전은 50여일 만에 막을 내렸다. 30여년이 흐른 지금 동해안의 경계 태세를 보기 위해 육군 23 경비여단을 찾았다.


[군사이야기]동해안, 우리가 빈틈없이 지킨다 등명소초는 강릉지역 10km 해안구역 경계를 담당했다. (사진제공=육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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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 앞 바닷바람은 매서웠다. 산언덕에 있는 국도를 따라 올라가니 등명소초가 자리 잡았다. 절벽 위에 부대가 있을 것이란 생각조차 못 했다. 군 관계자 안내에 따라 부대 안으로 들어가니 100평도 되지 않은 공간에 3층 건물이 자리 잡고 있었다. 등명소초는 강릉지역 10km 해안구역 경계를 담당한다. 담당구역은 무장 공비가 침투했던 1990년대만 하더라도 장병들의 두 눈에만 의존해야 했다. 지금은 달라졌다. 열영상장비(TOD), 폐쇄회로텔레비전(CCTV) 10여대가 역할을 대신했다. 장병들은 해안가 소초 대신 관제소 안에서 모니터를 보면서 해안을 감시한다. 관제소 정면에는 10여개의 모니터가 실시간으로 해안가를 비추고 있었다. 해양경찰에서 제공하는 10t 미만 선박의 위치는 물론, 해양수산부에서 제공하는 100t 이상 선박의 움직임을 한눈에 볼 수 있었다. ‘아이맵(Eye-map)’이다. 바로 옆 화면은 육군 해안정보공유체계(ACISS)도 있었다. ACISS는 강릉 앞바다에 떠 있는 모든 선박을 나타냈다. 선박 하나하나에 고유번호를 달았고 확인된 선박은 파란색, 미식별 선박은 노란색, 간첩선과 밀항선 같은 관심 선박은 빨간색으로 표시하는 식이다.


장병들은 전방 해안가를 TOD로 관찰했다. 40배가량 확대하니 움직이는 어선은 물론 어업인들의 행동 하나하나를 모두 볼 수 있었다. 이날 장병들은 오전 10시 5분을 기준으로 확인 선박 3척과 추적 선박 1척은 물론 해안가 사람들 움직임까지도 면밀히 살폈다. 인근에는 공군 강릉비행단이 있다. 기지로 적이 침투할 수 있는 확률이 높은 만큼 24시간 감시를 쉴 수 없었다. 장병들은 적의 잠수함이나 잠수정이 침투할 수 있는 예상 경로를 미리 파악해 놓고 그 지역의 해상 변화도 예의주시했다. 장병들은 모니터를 장시간 쳐다보기 때문에 30분 간격으로 교대근무를 한다. 30분이 지나면 집중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군사이야기]동해안, 우리가 빈틈없이 지킨다 장병들은 매일 해안철책을 따라 철책에 이상이 없는지 확인한다. (사진제공=육군)


정상민 중대장(대위)은 “섬이 많은 남해와 달리, 동해는 관광객들이 많다”며 “적의 침투를 먼저 발견하는 목적도 있지만, 취객 등 관광객의 안전까지 책임져야 한다”고 말했다. 지도를 보니 작전구역 내에는 염전·안인·등명 해안이 있었다. 일주일 전에도 방파제에서 취객을 발견해 해양경찰서에 알려 목숨을 구한 적이 있다고 귀띔했다.


TOD와 CCTV가 있다고 해서 안심할 수 없었다. 장병들은 매일 해안 철책을 따라 철책에 이상이 없는지 확인한다. 장병들이 가지 못하는 곳은 정찰용 드론이 대신한다. 건물 옆 소초에서는 가로세로 90cm 크기의 드론이 대기하고 있었다.


[군사이야기]동해안, 우리가 빈틈없이 지킨다 몇초 만에 회전을 시작한 프로펠러는 드론을 상공 50m까지 올렸다.(사진제공=육군)


홍명원 작전담당부사관(상사)은 풍향을 체크했다. 정찰용 드론을 띄우기 위해서는 공중의 풍속이 35km/h(10m/s) 이상이 되면 안 된다. 잠잠해진 풍속을 틈타 카메라 등 점검을 마친 드론에 시동이 걸렸다. 몇초 만에 회전을 시작한 프로펠러는 드론을 상공 50m까지 올렸다. 드론은 암벽 아래로 날아갔다. 성인 주먹만 한 크기의 카메라 성능은 대단했다. 장병들의 발길이 닿지 않는 선재굴 가까이에 접근해 주변에 수상한 물건 하나하나를 모두 확인했다. 드론은 주 3회 이상 비행하며 강릉지역 해안가를 점검한다. 돌아오는 드론은 마치 한명의 늠름한 장병을 보는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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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은 23 경비여단이 지상종합훈련을 하는 날이었다. 경비여단은 민간 페러글라이딩 동우회의 도움을 받아 가상의 침투 방어훈련을 실시했다. 훈련장소는 국방과학연구소(ADD) 삼척해양연구센터. 민간 페러글라이딩을 국가시설 인근에 비행하도록 한 것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다. 실제 하마스 대원들은 이번 이스라엘 침공 당시 패러글라이딩 타고 철책을 넘어갔다. 합동참모본부는 북한이 우리 전방 지역 과학화경계시스템을 뚫기 위해 이 전술을 따라 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패러글라이딩을 비행한 동호회 회원들은 군 레이더가 포착하지 못할 수도 있다고 관측했다. 새 떼로 오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오판이었다. 군은 TOD로 10km 밖에서 패러글라이딩을 선명하게 포착했다. 군 관계자는 “적의 침투 방식이 다양해진 만큼 다양한 훈련을 통해 경계를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군사이야기]동해안, 우리가 빈틈없이 지킨다



양낙규 군사전문기자 if@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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