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생활이란 인간관계에 있어서 본인이 할 수 있는 능력이 된다면 주고, 주고 또 주고, 그리고 잊어버리란 것이다. 그 말을 처음 들었을 땐 그게 무슨 얼토당토않은 말인가 하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날 그 미팅 이후 그 말이 계속 머리에 맴돌았다. 계속 주기만 하고 잊어버려라…. 그럼 왜 줘야 하는 거지? 이런 일반 범인들의 생각들로 궁금증이 계속되던 중, 갑자기 떠오른 것이 위의 바로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묘비명이었다. 그랬다. 사람들이 인간관계에서 무언가를 남에게 주었다고 한다면 응당 그것에 대한 반대급부의 기대를 하게 된다. 내가 이만큼 해줬으니 너도 이만큼은 최소한 나에게 해주겠지라는 바람이다.
하지만 회사 안에서의 인간관계는 계약서를 쓰고 하는 거래가 아니다. 그냥 그 상황이 되어서 또는 그 시점에 내가 그런 권한을 가지고 있어서 결정하고 집행하는 일들이 대부분이다. 특히 리더와 구성원들 사이에선 더 명확하다. 리더로서 후배 직원을 평가하고, 승진시키고, 좋은 교육 과정에 파견하고, 심지어 법카로 회식을 시켜주고 하는 것들은, 회사로부터 권리를 위임받아 집행하는 리더의 당연한 회사업무이다.
그런데 종종 리더 중에는 그런 일들을 후배에게 베푼 거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내가 '저 친구 승진을 시켜줬으니', '저 친구 평가를 잘 줬으니' 등등 그런 생각을 하게 되면 저절로 그 후배에게 뭔가를 기대하게 된다. 자신에 대한 더한 충성이든 아니면 듣기 좋은 아첨이든 뭐가 되든 기대한다.
하지만 후배들의 마음은 그렇지 않다. 노자의 도덕경에서도 얘기했듯 조직 속에서의 개인은 일이 잘되면 모두 그것이 자기가 잘해서 된 것이라 여기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자신을 밀어준 리더에게 고마운 마음을 가지고는 있으나 그것을 갚아야 할 빚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자신이 조직의 리더라서 후배에게 베풀어 준 것을 가지고 그 후배로부터 무언가를 기대하는 것은 마치 채무자는 없는데 채권자가 생기는 것 같은 상황이 되기 쉽다. 따라서 이런 잘못된 생각에 대해 그 사외이사님은 리더로서 후배들에게 가져야 할 마음가짐을 그렇게 표현해 준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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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인경 기자 ikj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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