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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비비]아름다운 사람, 뒷것 김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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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비비]아름다운 사람, 뒷것 김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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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1년생 극단 학전 대표 김민기. 그가 세상을 떠났다. 대표작인 뮤지컬 지하철 1호선에 몸을 맡기듯, 홀연히 떠나갔다. 그의 죽음은 우리 사회에 침울한 기운으로 다가왔다. 특별한 인연이 없는 이들마저 가슴을 먹먹하게 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는 우리를 모르지만 우리는 그를 안다. 아침이슬 노래 한 번 불러보지 않은 이가 얼마나 될까. 대학로에서 그이가 제작한 공연을 보고 삶의 위안을 얻은 이는 또 얼마나 많은가. 그가 떠났다는 사실이 허전함으로 다가와 서로에게 전염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24일 발인식이 열린 지 이제 하루가 지났건만 벌써 그리움이 쌓이는 이유다.


사회의 어른이 부족한 시대이기에 그의 빈자리는 더 아쉽다. 평범한 회색 점퍼와 낡은 청바지가 어울리는 사람. 어눌한 언어가 더 매력적이었던 인물. 그의 삶을 관통하는 단어는 진솔함이다. 1970~1980년대, 땀내 배인 우리 사회의 거리 곳곳을 적신 노래 아침이슬이 더 절절하게 다가오는 것도 그 때문 아닐까.


매캐한 최루 연기와 격한 구호의 일렁임, 깃발의 홍수 속에서 아침이슬이 메아리로 울려 퍼질 때 그곳은 정적의 공간이 돼서 서로를 연결했다. 더 나은 세상을 향해 손을 맞잡을 용기를 샘솟게 했다. 1980년대 혼돈의 그 시대, 그 거리에 그도 함께 있었다. 수많은 시민의 열광적인 환호를 받는 연단이 아니라 또 한 명의 시민으로 우리들 곁에 있었다. 바로 옆에 앉은 이조차 그가 아침이슬의 그 사람인지 모를 정도로 평범하게 자리를 지켰다.


그를 상징하는 또 하나의 단어는 뒷것이다. 화려한 무대의 뒤를 받치는 역할, 어떤 이가 빛나도록 조력하는 역할을 말하는 것일까. "나는 뒷것이야, 너네는 앞것이고." 평소 입버릇처럼 전하는 말에 이유가 담겼다. 그는 자기를 돋보이게 하는 일, 앞에 나서는 일을 꺼렸다. 가수로 살았지만, 대중 앞에서 공연하는 걸 원치 않았던 인물이다. 불가피하게 노래해야 할 상황이 생겨도 무대 뒤편, 가려진 곳에서 노래를 부르는 게 더 편했던 사람이다.


그는 뒷것의 삶을 지향했지만 그와 인연이 남다른 이들은 시대를 대표하는 앞것이었다. 가수 양희은·김광석 그리고 배우 설경구·황정민·조승우…. 그와의 인연을 바탕으로 최고의 자리까지 올랐던 스타는 하나둘이 아니다. 문화예술을 대하(大河)에 비유한다면 발원지와 같은 사람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이유다.


[시시비비]아름다운 사람, 뒷것 김민기 22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 장례식장에 가수 고(故) 김민기(극단 학전 대표)의 빈소가 마련돼 있다.

문화예술계의 그 탄탄한 인맥을 성공의 배경으로 활용하고 싶은 게 인간의 보편적인 욕망인데 그러한 삶을 살아오지 않았다. 세상을 이용할 줄 알았다면 영혼과도 같은 학전이 재정난으로 폐관하는 일은 없지 않았을까. 약게 살아야 살아남는 세상에서 그는 이방인이었다. 작은 이익을 얻고자 자기 원칙을 손쉽게 뒤집는 시대와 역행했던 삶. 우리는 김민기라는 소중한 어른 한 명을 잃었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그가 남긴 노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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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운 비 내려오면 처마 밑에 한 아이 울고 서 있네. 그 맑은 두 눈에 빗물 고이면, 음 아름다운 그이는 사람이어라."

노래 ‘아름다운 사람’은 김민기가 우리에게 전하는 작별 인사이자 당부인지도 모른다.




류정민 사회부장 jmryu@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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