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시시비비]아름다운 사람, 뒷것 김민기

시계아이콘01분 26초 소요
언어변환 뉴스듣기
[시시비비]아름다운 사람, 뒷것 김민기
AD

1951년생 극단 학전 대표 김민기. 그가 세상을 떠났다. 대표작인 뮤지컬 지하철 1호선에 몸을 맡기듯, 홀연히 떠나갔다. 그의 죽음은 우리 사회에 침울한 기운으로 다가왔다. 특별한 인연이 없는 이들마저 가슴을 먹먹하게 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는 우리를 모르지만 우리는 그를 안다. 아침이슬 노래 한 번 불러보지 않은 이가 얼마나 될까. 대학로에서 그이가 제작한 공연을 보고 삶의 위안을 얻은 이는 또 얼마나 많은가. 그가 떠났다는 사실이 허전함으로 다가와 서로에게 전염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24일 발인식이 열린 지 이제 하루가 지났건만 벌써 그리움이 쌓이는 이유다.


사회의 어른이 부족한 시대이기에 그의 빈자리는 더 아쉽다. 평범한 회색 점퍼와 낡은 청바지가 어울리는 사람. 어눌한 언어가 더 매력적이었던 인물. 그의 삶을 관통하는 단어는 진솔함이다. 1970~1980년대, 땀내 배인 우리 사회의 거리 곳곳을 적신 노래 아침이슬이 더 절절하게 다가오는 것도 그 때문 아닐까.


매캐한 최루 연기와 격한 구호의 일렁임, 깃발의 홍수 속에서 아침이슬이 메아리로 울려 퍼질 때 그곳은 정적의 공간이 돼서 서로를 연결했다. 더 나은 세상을 향해 손을 맞잡을 용기를 샘솟게 했다. 1980년대 혼돈의 그 시대, 그 거리에 그도 함께 있었다. 수많은 시민의 열광적인 환호를 받는 연단이 아니라 또 한 명의 시민으로 우리들 곁에 있었다. 바로 옆에 앉은 이조차 그가 아침이슬의 그 사람인지 모를 정도로 평범하게 자리를 지켰다.


그를 상징하는 또 하나의 단어는 뒷것이다. 화려한 무대의 뒤를 받치는 역할, 어떤 이가 빛나도록 조력하는 역할을 말하는 것일까. "나는 뒷것이야, 너네는 앞것이고." 평소 입버릇처럼 전하는 말에 이유가 담겼다. 그는 자기를 돋보이게 하는 일, 앞에 나서는 일을 꺼렸다. 가수로 살았지만, 대중 앞에서 공연하는 걸 원치 않았던 인물이다. 불가피하게 노래해야 할 상황이 생겨도 무대 뒤편, 가려진 곳에서 노래를 부르는 게 더 편했던 사람이다.


그는 뒷것의 삶을 지향했지만 그와 인연이 남다른 이들은 시대를 대표하는 앞것이었다. 가수 양희은·김광석 그리고 배우 설경구·황정민·조승우…. 그와의 인연을 바탕으로 최고의 자리까지 올랐던 스타는 하나둘이 아니다. 문화예술을 대하(大河)에 비유한다면 발원지와 같은 사람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이유다.


[시시비비]아름다운 사람, 뒷것 김민기 22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 장례식장에 가수 고(故) 김민기(극단 학전 대표)의 빈소가 마련돼 있다.

문화예술계의 그 탄탄한 인맥을 성공의 배경으로 활용하고 싶은 게 인간의 보편적인 욕망인데 그러한 삶을 살아오지 않았다. 세상을 이용할 줄 알았다면 영혼과도 같은 학전이 재정난으로 폐관하는 일은 없지 않았을까. 약게 살아야 살아남는 세상에서 그는 이방인이었다. 작은 이익을 얻고자 자기 원칙을 손쉽게 뒤집는 시대와 역행했던 삶. 우리는 김민기라는 소중한 어른 한 명을 잃었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그가 남긴 노래가 있다.


AD

"어두운 비 내려오면 처마 밑에 한 아이 울고 서 있네. 그 맑은 두 눈에 빗물 고이면, 음 아름다운 그이는 사람이어라."

노래 ‘아름다운 사람’은 김민기가 우리에게 전하는 작별 인사이자 당부인지도 모른다.




류정민 사회부장 jmryu@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놓칠 수 없는 이슈 픽

  • 25.12.0209:29
    자식 먹이고자 시도한 부업이 사기…보호망은 전혀 없었다
    자식 먹이고자 시도한 부업이 사기…보호망은 전혀 없었다

    "병원 다니는 아빠 때문에 아이들이 맛있는 걸 못 먹어서…." 지난달 14일 한 사기 피해자 커뮤니티에 올라 온 글이다. 글 게시자는 4000만원 넘는 돈을 부업 사기로 잃었다고 하소연했다. 숨어 있던 부업 사기 피해자들도 나타나 함께 울분을 토했다. "집을 부동산에 내놨어요." "삶의 여유를 위해 시도한 건데." 지난달부터 만난 부업 사기 피해자들도 비슷한 상황에 놓여 있었다. 아이 학원비에 보태고자, 부족한 월급을 메우고

  • 25.12.0206:30
    "부끄러워서 가족들한테 말도 못 해"…전문가들이 말하는 부업사기 대처법 ⑤
    "부끄러워서 가족들한테 말도 못 해"…전문가들이 말하는 부업사기 대처법 ⑤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를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 보려고 한다. 전문가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확산하는 부업 사기를 두고 플랫폼들이 사회적 책임을 갖고 게시물에 사기 위험을 경고하는 문구를 추가

  • 25.12.0112:44
    부업도 보이스피싱 아냐? "대가성 있으면 포함 안돼"
    부업도 보이스피싱 아냐? "대가성 있으면 포함 안돼"

    법 허점 악용한 범죄 점점 늘어"팀 미션 사기 등 부업 사기는 투자·일반 사기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구제 대상에서 제외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부업 사기도 명확히 전기통신금융사기(보이스피싱)의 한 유형이고 피해자는 구제 대상에 포함되도록 제도가 개선돼야 합니다."(올해 11월6일 오OO씨의 국민동의 청원 내용) 보이스피싱 방지 및 피해 복구를 위해 마련된 법이 정작 부업 사기 등 온라인 사기에는 속수무책인 상황이 반복되

  • 25.12.0112:44
    의지할 곳 없는 부업 피해자들…결국 회복 포기
    의지할 곳 없는 부업 피해자들…결국 회복 포기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보려고 한다. 나날이 진화하는 범죄, 미진한 경찰 수사에 피해자들 선택권 사라져 조모씨(33·여)는 지난 5월6일 여행사 부업 사기로 2100만원을 잃었다. 사기를 신

  • 25.12.0111:55
    SNS 속 '100% 수익 보장'은 '100% 잃는 도박'
    SNS 속 '100% 수익 보장'은 '100% 잃는 도박'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보려고 한다. 기자가 직접 문의해보니"안녕하세요, 부업에 관심 있나요?" 지난달 28일 본지 기자의 카카오톡으로 한 연락이 왔다.기자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스

  • 25.12.0513:09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박수민 PD■ 출연 : 김용태 국민의힘 의원(12월 4일) "계엄 1년, 거대 두 정당 적대적 공생하고 있어""장동혁 변화 임계점은 1월 중순. 출마자들 가만있지 않을 것""당원 게시판 논란 조사, 장동혁 대표가 철회해야""100% 국민경선으로 지방선거 후보 뽑자" 소종섭 : 김 의원님, 바쁘신데 나와주셔서 고맙습니다. 김용태 :

  • 25.12.0415:35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2월 3일) 소종섭 : 국민의힘에서 계엄 1년 맞이해서 메시지들이 나왔는데 국민이 보기에는 좀 헷갈릴 것 같아요. 장동혁 대표는 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것이었다고 계엄을 옹호하는 듯한 메시지를 냈습니다. 반면 송원석 원내대표는 진심으로

  • 25.11.2709:34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11월 24일)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에 출연한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은 "장동혁 대표의 메시지는 호소력에 한계가 분명해 변화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또한 "이대로라면 연말 연초에 내부에서 장 대표에 대한 문제제기가 불거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동훈 전

  • 25.11.1809:52
    홍장원 "거의 마무리 국면…안타깝기도"
    홍장원 "거의 마무리 국면…안타깝기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마예나 PD 지난 7월 내란특검팀에 의해 재구속된 윤석열 전 대통령은 한동안 법정에 출석하지 않았다. 특검의 구인 시도에도 강하게 버티며 16차례 정도 출석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윤 전 대통령의 태도가 변한 것은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이 증인으로 나온 지난달 30일 이후이다. 윤 전 대통령은 법정에 나와 직접

  • 25.11.0614:16
    김준일 "윤, 여론·재판에서 모두 망했다" VS 강전애 "윤, 피고인으로서 계산된 발언"
    김준일 "윤, 여론·재판에서 모두 망했다" VS 강전애 "윤, 피고인으로서 계산된 발언"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미리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1월 5일) 소종섭 : 이 얘기부터 좀 해볼까요? 윤석열 전 대통령 얘기, 최근 계속해서 보도가 좀 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국군의 날 행사 마치고 나서 장군들과 관저에서 폭탄주를 돌렸다, 그 과정에서 또 여러 가지 얘기를 했다는 증언이 나왔습니다. 강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