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애 초기에 아이들이 내는 소리는 부모들에게 특별한 울림으로 다가온다. 신경질을 부리는 소리에서 부아가 나 내지르는 소리까지 다양한 울음소리가 있고, 또 만족감에 흘러나오는 부드러운 소리도 있다. 아기는 완고한 격변론자와 순한 새끼 고양이 사이를 변덕스럽게 오간다. 하지만 부모가 아기 곁에서 대화를 나누는 한 아기는 곧 다른 소리를 내기 시작할 것이다. 아기 입 밖으로 흘러나오는 흥얼대는 소리, 칭얼거리는 소리, 훌쩍이는 소리 등은 모두 아기 머리 위를 둥둥 떠다니는 언어를 (또는 언어들을) 구성하는 소리들이다. 아기의 어린 두뇌는 윙윙대는 소리, 쿵쾅거리는 소리, 으르렁거리는 소리를 비롯한 세계의 모든 비언어적 소리들로부터 부모의 언어를 마법처럼 구별한다.
세상에 태어나고 첫 5년 동안 아이들은 깨어 있는 두 시간마다 단어 하나를 배운다고 한다. 대단하지 않은가? 이미 그 뛰어난 능력을 잃어버린 어른으로서 그저 부러울 따름이다. 우리 대부분은 오늘 아침 신문에서 처음 본 별난 단어를 기억해내려면 용을 써야 하는데 말이다. 그런데 나는 내 뇌가 아기의 뇌처럼 단어를 스펀지같이 흡수하기를 꿈꾸면서도 아이들의 발달에 두려움을 느낀다. 아이들은 매시간 언어 없이 그리고 언어에 담겨 있는 문화적 지식 없이 사고할 능력을 조금씩 잃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 내가 아이들에게서 가장 부러운 것은 언어의 부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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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양식으로 도시를 알아볼 수 있듯이 널리 사용되는 글꼴 종류로도 도시를 알아볼 수 있다. 비슷비슷한 핸드폰 가게와 식당들이 내건, 컴퓨터 폰트로 찍어낸 새 간판들을 제외하면 건물에 남아 있는 레터링은 도시가 언제 건설되었고, 어떻게 진화하였으며, 진화 과정에서 파괴나 복원이 있었는지를 알 수 있는 단서가 된다. 뉴욕시는 전체적으로 뒤죽박죽 섞인 모양새를 띠고 있지만 20세기 초반의 흔적만은 또렷이 남아 있다. 아르데코 내지는 아르모던 형식의 레터링이 주기적으로 나타나는 것을 보면 1920년대부터 1930년대까지 건설이 활발하게 이뤄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알렉산드라 호로비츠, <이토록 지적인 산책>, 박다솜 옮김, 라이온북스, 1만8800원
조인경 기자 ikj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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