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OC 금 함량 규정 준수 6g 사용
메달 주얼리브랜드 쇼메 디자인 주목
에펠탑 철조각(18g) 포함 금메달 529g
올림픽에서 1위에 오른 선수는 금메달을 받는다. 시상대에 올라 금메달을 목에 걸면 번쩍번쩍한다. 1896년 1회 올림픽 때는 금메달이 없었다. 우승자한테 은메달과 올리브 화환을 줬다. 그렇다면 파리올림픽 금메달엔 금이 얼마나 들어있을까. 정답은 6g이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공식 금메달 제작 가이드라인엔 금 함량 최소 기준을 6g으로 규정하고 있다. 금 한 돈은 3.75g이다. 파리올림픽 금메달에는 두 돈이 채 안 되는 금이 들어가 있다. 참고로 현재 금 1돈 가격은 사상 최고 수준인 40만9500원 선이다.
파리올림픽조직위원회는 아주 특별한 메달을 제작했다. 프랑스 LVMH그룹의 주얼리브랜드 쇼메(CHAUMET)가 디자인했다. 메달 앞면에는 IOC 규정에 따라 승리의 여신 니케 상이 양각으로 새겨졌다. 니케 여신이 그리스 파나티나이코 경기장에서 날아오르는 모습이다. 니케의 머리 위로는 오륜기가 있다, 여기에 이번 대회의 공식 명칭(JEUX DE LA XXXIII OLYMPIADE·PARIS 2024)을 더했다.
파리올림픽조직위는 IOC 규정을 지키면서도 메달 오른쪽에 파리의 상징인 에펠탑을 새겨넣었다. 여기에 메달 뒷면 중앙에 프랑스를 상징하는 에펠탑 철조각을 육각형 모양으로 부착했다. 에펠탑은 1889년 건설된 이후 많은 보수 작업이 있었다. 철조각은 에펠탑운영협회가 에펠탑 개·보수 과정에서 철거해 보관하던 것이다. 이번 메달 제작을 위해 조직위는 에펠탑 철조각 약 91㎏을 제공받았다. 메달을 받은 선수들이 프랑스 파리의 상징을 간직하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에펠탑에서 나온 철은 육각형이다. 지도를 보면 프랑스는 육각형으로 보인다. 그래서 육각형(L'Hexagone)이란 단어를 프랑스의 별칭으로 쓰기도 한다. 말하자면 파리를 상징하는 에펠탑에서 나온 철을 프랑스를 상징하는 육각형으로 만들어 메달에 집어넣었다. 에펠탑의 갈색 페인트를 벗겨내고 원래 금속색으로 메달에 박았다. 파리올림픽 메달의 무게는 에펠탑 철조각(18g)을 포함해 금메달 529g(금 6g), 은메달 525g, 동메달은 455g이다. 메달의 지름은 8.5cm, 두께는 9.2㎜이다. 파리 올림픽에서는 올림픽과 패럴림픽을 합쳐 총 5084개의 메달이 만들어졌다. 토니 에스탕게 파리올림픽조직위원장은 "이번 메달은 올림픽에서 가장 탐나는 물건과 프랑스의 상징적인 에펠탑과의 만남"이라고 평했다.
메달을 받으면 깨물어 보는 선수들이 많다. 올해도 메달을 획득한 뒤 깨무는 장면이 연출될 전망이다. 이 세리머니가 생긴 설은 다양하다. 미국 CNN은 "가짜 동전이 많아서 진짜인지 가짜인지 깨물어본 것에서 유래됐다"고 해석했다. 신체에서 가장 단단한 부위인 치아로 금의 질을 검사하던 고대의 관습을 따르고 있다는 주장도 있다. 2012년 런던올림픽 사격에서 금메달을 차지한 진종오는 "금이라는 것을 확인시켜주기 위한 포즈"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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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기자들의 욕심 때문에 나온 장면이라는 분석도 있다. 런던올림픽 유도 금메달리스트 김재범은 "사진기자들이 그렇게 하라고 해서 깨물었다"고 털어놨다. 메달 깨물기는 품위 없는 행동이고, 메달의 가치를 떨어뜨린다는 의견도 있다. 메달을 깨물다가 사고가 난 적도 있다. 2010년 밴쿠버동계올림픽에서 루지 은메달리스트 다비트 묄러(독일)는 사진기자들의 요청으로 메달을 깨물다가 앞니가 부러져 병원으로 옮겨졌다. 메달을 물고 있는 선수들을 보면 메달 맛이 궁금하다는 사람들이 많다. 이번 메달은 무슨 맛일까. 파리 올림픽 메달은 에펠탑 맛이 난다.
노우래 기자 golfm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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