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수원 두코바니 원전 2기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내년 3월께 최종계약 예정
정부 "2050 로드맵…원전 전략 고도화"
한국이 '24조원+α' 규모의 체코 신규 원전사업을 따냈다. 2009년 아랍에미리트(UAE) 원전 수주 이후 15년 만의 쾌거다. 정해진 예산으로 적기에 시공하는 '온타임 위드인 버짓'을 무기로 원전 강국인 프랑스를 유럽 안방에서 꺾은 것이다. 한국 원전의 경쟁력을 알리는 것은 물론 향후 유럽 진출의 단단한 교두보를 마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1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17일 밤 9시께(한국시간) 체코 정부는 신규원전 건설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로 한국수력원자력을 선정한다고 발표했다"며 "원자력 산업에 필수적인 기술력과 국제적인 신뢰, 그리고 산업경쟁력이 '팀 코리아'의 최대 강점"이라고 밝혔다.
체코 역사상 최대 규모 투자 프로젝트로 알려진 이번 프로젝트는 체코 두코바니와 테믈린 부지에 대형원전 최대 4기를 건설하는 사업이다. 한수원은 이번에 두코바니 신규 원전 2기 건설을 위한 우선협상대상자로 공식 선정된 것으로, 두코바니 5·6호기 건설을 위해 발주사(EDU II)와 단독으로 협상할 수 있는 지위를 확보했다. 체코가 예상한 두코바니 5·6호기 총사업비는 1기당 약 2000억코루나(약 12조원)씩 총 24조원 규모다. 계약금액은 향후 협상을 거쳐 최종 결정될 예정이다. 한수원 관계자는 "체코 정부가 향후 테믈린에 추가 원전 2기 건설을 결정할 경우 한수원은 두코바니 2기에 이어 테믈린 3·4호기에 대해서도 발주사와 협상을 거친 후 추가로 계약을 체결할 수 있게 된다"고 기대했다.
한수원(주계약)은 한전기술(설계)과 두산에너빌리티(주기기·시공), 대우건설(시공), 한전연료(핵연료), 한전KPS(시운전·정비) 등과 팀 코리아를 구성해 1000㎿급 대형원전(APR1000)의 설계와 구매, 건설, 시운전 및 핵연료 공급 등 원전건설 역무 전체를 일괄 공급하게 된다. APR1000 1기는 프라하 연간 소비전력량(5.8TWh)의 약 1.2배(이용률 80% 기준)의 전기를 생산할 수 있다.
◆"우리가 남이가" 외친 프랑스 누른 韓 강점은 '기술력·안전성'
체코 원전 수주전은 2022년 3월 체코전력공사의 두코바니 5호기 건설사업 국제 공개경쟁 입찰 공고로 시작했다. 당초 수주전에는 한국과 중국, 러시아, 미국, 프랑스 등 5국이 참여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2021년 체코 정부는 중국·러시아를 안보 문제로 입찰에서 배제했다.
올해 1월 체코전력공사는 에너지 안보와 국익 극대화를 위해 입찰 규모를 당초 1기에서 최대 4기로 확대하고, 미국의 웨스팅하우스가 법적 구속력이 있는 제안서를 내지 못해 탈락하면서 최종적으로 한국과 프랑스의 2파전이 됐다. 정부 관계자는 "당시 양자 대결에서도 유럽 원자력동맹을 주도하고 있는 프랑스의 강력한 영향력 아래 유럽 원전사업 경험이 많은 EDF가 유리하다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며 "그러나 체코 측은 지난 50여년간 축적된 한국 원전의 경쟁력과 신뢰성을 높이 평가해 한수원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택하며 한국 원전산업의 국제적 위상을 세계에 다시 한번 확인시켜줬다"고 말했다.
한국은 내륙 국가인 지리적 조건과 전력 인프라 등을 고려해 체코 환경에 최적화된 1000㎿급 노형을 제안했고, 지난해 3월 유럽사업자 요건을 취득해 기술력과 안전성을 입증받았다. 또 지난 50여년간 축적한 세계 최고 수준의 건설능력과 UAE 바라카 원전사업을 예산에 맞게 적기에 준공한 경험을 살려 '가격과 품질, 납기' 3박자 경쟁력을 모두 갖춘 사업계획을 제안했다. 한국은 UAE 바라카 원전 4기를 적기에 지었지만, 프랑스 EDF가 참여하는 영국 힝클리 1호기 준공계획은 당초 제안한 2027년에서 최소 2029년으로 미뤄진 상태다.
◆'팀 코리아' 역량 빛난 수주전…유럽 원전 수출 교두보 마련
해외 원전사업은 국가대항전이자 국가 총력전으로 이번 낭보는 지난 2년여간 한수원과 협력업체, 원자력 학계와 연구기관, 정부 부처 및 지원기관들이 합심해 만든 결과물이다. 한수원은 지난 2년여 동안 한전기술과 한전KPS, 한전원자력연료, 두산에너빌리티, 대우건설 등과 협력하며 고품질의 입찰서 작성에 온 힘을 기울였다.
체코에 진출한 한국기업들도 힘을 보탰다. 현대자동차, 넥센타이어 등 100여개 진출기업은 체코 경제발전에 크게 기여해 왔다. 올해 5월엔 두산과 대우건설이 150여개 현지업체와 함께하는 파트너십 행사를 개최해 체코 원전은 한국 기업과 체코 기업이 함께 짓는다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1990년 수교 이후 34년간 쌓아온 한국과 체코 간의 신뢰관계와 국내 진출기업들이 구축해 온 우호적 협력 환경이 이번 선정의 밑거름이 된 셈이다.
이번 수주는 2030년까지 원전 10기 수출 목표 달성의 강력한 모멘텀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국가 총력전으로 치러진 수주 경쟁에서 세계적 수준의 경쟁력을 입증하며 향후 제3·4의 원전 수출로 이어갈 가능성을 높인 셈이다. 이번 체코 수주를 교두보로 폴란드와 네덜란드, 루마니아 등 유럽시장 원전 수출 경쟁에서 우위를 선점할 수 있게 됐다.
정부는 이번 성과를 계기로 원전 생태계 복원이 더욱 가속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와 원전 10기 계속운전 절차 진행 등에 이어 체코 원전수출 계약이 최종 성사될 경우 양질의 수출 일감이 대량으로 공급되며 국내 원전 업계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보인다.
◆내년 3월 최종 계약…정부, 수출 결실 맺도록 민관 총력
이번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으로 원전수출의 9부 능선을 넘었지만 한수원과 발주사 간 계약협상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돼야 내년 3월께 최종계약에 이를 수 있다.
우선 한수원을 중심으로 '협상전담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계약 협상에 만전을 기하는 동시에 정부도 민간과 보조를 맞춰 지원을 한층 강화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산업부 장관 주재 '원전수출전략추진위원회'를 조속히 개최해 후속조치 추진방안을 점검할 계획이다.
정부는 이번 성과가 제3·4의 원전 수출로 이어져 우리 원전산업이 글로벌 선도산업으로 발돋움할 수 있도록 원전수출 전략도 고도화하기로 했다. 수출 유망국과의 협력을 확대하고 국가별 맞춤형 수주 마케팅을 추진하는 한편 신규원전 수주와 더불어 원전설비 수출을 병행해 종합 원전수출 강국으로 도약을 꾀한다. '2050 원전산업 로드맵'을 수립하고 '원전산업 지원 특별법' 제정을 추진해 원전수출 장기비전을 제시하고 관련 지원체계도 강화한다.
안 장관은 "한국과 체코 모두에게 호혜적인 결과가 나올 수 있도록 계약협상이 마무리될 때까지 최선을 다하겠다"며 "이번 성과가 제3·4의 원전수출로 이어져 한국 원전산업이 글로벌 선도 산업으로 발돋움할 수 있도록 국민 여러분 모두의 계속된 관심과 응원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세종=주상돈 기자 don@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