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로 등 1차 계통 핵심 주기기 공급 맡아
증기터빈 등 2차 계통 주기기는 체코 자회사
팀코리아가 24조원 규모 체코 신규 원전 2기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가운데 수주가 내년 최종 확정되면 국내 원전 기업인 두산에너빌리티가 핵심 기자재 공급을 맡게 된다. 원자로와 증기발생기 등 1차 계통 핵심 주기기를 공급하고 증기터빈 등 2차 계통 핵심 주기기는 두산에너빌리티 체코 자회사인 두산스코다파워가 공급한다.
두산에너빌리티는 프랑스와 달리 체코 에너지 산업을 지원하겠다는 의지를 강력하게 어필한 것으로 전해졌다. 18일 회사 측에 따르면 두산에너빌리티는 체코 원전사업 수주를 전제로 회사가 보유한 수소·가스터빈 등 무탄소 발전기술을 두산스코다파워에 제공키로 했다. 체코가 유럽 무탄소 발전 전초기지로 부상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로 한 게 큰 힘이 됐다.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은 직접 체코를 찾아 원전 수주 지원 행사를 주관하며 수주전에 힘을 싣기도 했다. 그는 지난 5월 체코 정부 측을 비롯한 현지 금융·원전업계 인사 등 300명을 초청한 이 자리에서 "두산은 에너지·기계산업 분야에서 오랜 기간 체코 정부를 비롯해 기업들과 긴밀한 협력을 이어왔다"면서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투자와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원전 설비 소재부터 최종 제품 제작까지 일괄 생산 시스템과 원전 대형 소재 기술과 자체 공급 능력을 갖춘 ‘원전 선두기업’이다. 40여년간 원자로, 증기발생기, 터빈, 발전기 등 원전 핵심 설비와 핵연료 취급 설비, 핵연료 운반 용기, 원자로 계통 보조기기를 제작해 왔다. 두산에너빌리티가 제작한 대형 원자로는 34기, 증기발생기는 124기에 달한다.
두산에너빌리티는 2009년 12월 400억달러(약 47조원) 규모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수출 때도 핵심 기자재 공급을 맡았다. 박 회장은 "두산은 수출 1호 UAE 바라카 원전에 성공적으로 주기기를 공급한 경험을 바탕으로 15년 만에 다시 도전하는 해외원전 수주에 최선을 다해 힘을 보태겠다"고 밝힌 바 있다.
원전 제조 기술경쟁력 강화를 위해 협력사 현장 기술자도 직접 챙긴다. "세계 최고 원전은 현장 기술자 손끝에서 시작된다"는 판단에서다. 사내 최고 기술전문가인 두산에너빌리티 기술 명장들이 축적된 경험을 협력사 기술인들에게 전달한다. 협력사 품질 컨설팅, 품질 실패 사례 교육 등 맞춤형으로 기술지원도 한다.
두산에너빌리티는 꾸준히 해외 원전 관련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다. ▲올해 5월 루마니아 체르나보다 원전 피더관 ▲2022년 1조6000억원 규모 이집트 엘다바 원전 2차측 건설공사 ▲2021년 중국 쉬다보 원전 3·4호기, 텐완 원전 7·8호기 계측제어 기자재 ▲가압중수로형 원전 4기(중국 진산 3단계 1·2호기, 캐나다 포인트 레프루, 브루스 6호기) 피더관 등이다.
차세대 소형모듈원자로(SMR) 핵심 주기기 원자로 모듈도 수주했다. 루마니아의 첫 SMR 발전소에 사용될 미국 뉴스케일파워의 77㎿급 SMR 6기에 두산에너빌리티가 만든 원자로 모듈이 들어간다. SMR은 대형 원전보다 건설 비용이 적고 위험성이 낮아 원전업계 게임체인저로 통한다. 또 뉴스케일파워가 짓는 370억달러(약 50조원) 규모의 SMR 건설 프로젝트에 원자로 등 설비 납품사로 선정될 가능성도 점쳐진다. 두산에너빌리티 공급 규모는 2조원이 넘을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K원전 르네상스(부흥기)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며 "빠르면 2~3년 이내에 협력사들에도 낙수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체코는 이날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에 이어 내년 최종 사업자와 계약을 마치고 2029년 착공, 2036년 준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체코 정부는 이번에 두코바니 2기(5·6호기) 원전 건설 계획을 먼저 확정하고 한국을 우선협상자로 선정했다. 체코 정부는 향후 테멜린 지역 2기(3·4호기) 원전을 추가 건설할 경우 우리 측에 우선 협상권을 주는 옵션도 제공한 것으로 전해졌다.
두산에너빌리티 관계자는 "내년 3월 최종 계약 시점까지 체코 발주처와 한수원이 협의해 나가는 과정에서 주기기 제작비나 시공비 규모가 구체화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체코 원전 최종 계약이 차질 없이 이뤄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최서윤 기자 sy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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