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일한 암 예방 백신인 사람유두종바이러스(HPV) 백신을 통한 실질적인 면역 형성을 위한 필수 조건으로 꼽히는 국가예방필수접종(NIP) 확대가 내년부터 이뤄질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10일 정치권과 의료계에 따르면 질병관리청은 내년도 예산안 편성 추진 과정에서 HPV 백신의 남아 지원 확대를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질병관리청 관계자는 "아직 확정된 사안은 아니다"라면서 "재정 당국과 백신 수급 가능성 등을 고려해 관계부처와 종합적으로 추진해나가겠다"며 "국정과제로도 포함돼있는 사안으로 이를 확대하기 위해 협의하고 있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현재 HPV 백신에 대한 국가예방접종은 2가 백신과 4가 백신에 대해 12~17세 여성 청소년과 18~26세 저소득층 여성에 대해서만 지원된다. 하지만 HPV는 여성 자궁경부암뿐만 아니라 남성에게도 생식기 사마귀, 항문암, 구인두암 등을 유발할 수 있다. 또한 성관계를 통한 전염 위험성도 높은 만큼 여성만을 대상으로 한 예방접종은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기준 국내 남성의 HPV 백신 접종률은 3% 수준에 불과한 상황이다.
윤석열 대통령도 후보 시절부터 이 같은 문제점을 인식하고 남녀 모두를 대상으로 한 HPV 9가 백신의 무상 접종을 약속한 바 있다. 취임 이후에는 국정과제로 포함되기도 했다. 질병관리청에서도 지난 1월 발표한 국가예방접종 확대 우선순위 연구 결과에서 12세 여아에 대한 HPV 9가 백신 접종 확대를 3순위로, 12세 남아까지 늘리는 방안에 대해서는 6순위로 평가하는 등 우선순위를 높게 보고 있다.
의료계에서도 HPV 백신 확대의 필요성에 대한 목소리는 지속해서 나오고 있다. 이세영 중앙대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HPV백신에 대한 국가예방접종 지원 확대에 대해 “HPV 백신 접종을 통해 HPV 관련 암과 질환을 보호할 수 있다는 것은 명확하다"며 "초저출산 시대에 미래세대의 건강을 위해 더는 미룰 수 없는 과제”라고 강조했다. 대한부인종양학회, 대한산부인과학회, 대한이비인후과학회 등 학계에서도 조만간 HPV 백신의 남녀동시접종을 위한 국가예방접종 지원 확대를 촉구하는 입장을 낼 예정으로 알려졌다.
이춘희 기자 spr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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