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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비비]한국의료 후진시킬 전공의 미봉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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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비비]한국의료 후진시킬 전공의 미봉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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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쯤 전 개원 초기 분당서울대병원은 진단만 받고 수술은 분당 너머 서울아산병원이나 삼성서울병원에 받으러 가는 환자들 때문에 고민이 많았다. 경영진은 수억 원의 컨설팅을 받아 뇌신경병원을 개설했고, 고난도 대수술도 내시경으로 하는 수술법을 연구하는 등 각고의 노력을 했다.


분당서울대병원은 이런 과정을 거쳐 47만 인구 분당 유일의 상급종합병원으로 안착했다. 이 병원이 없다면 중증질환 분당 주민은 여전히 서울로 원정진료 받으러 다닐 것이다. 몇년 전부터 수도권 뉴타운 11곳에 대학병원 분원(6600병상) 신설이 추진 중이다. 모두 초창기 분당처럼 인구가 폭증하는데 큰 종합병원은 없는 ‘수도권 의료사각지대’다. 신설 병원은 자기 지역에서 분당서울대병원처럼 자리 잡는 것이 목표다.


의대 증원 갈등 중 "한꺼번에 2000명을 증원한 진짜 이유는 지역의료 발전이 아니라 수도권 6600병상에 값싼 전공의를 공급하는 것"이라는 주장이 의료계에서 나왔다. 분원마다 수백 명의 의사가 새로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러자 보건복지부는 "의료법을 개정해 수도권 대학병원 분원 설립을 제한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대로라면 새로 생기는 수도권 뉴타운은 ‘분당서울대병원 없는 분당신도시’가 된다. 증원 명분을 지키려고 지역 주민에게 필요한 의료 공급을 막는 부작용 처방을 한 것이다.


이를 포함해 정부가 쏟아내는 의료개혁안 중 부작용이 예상되는 내용이 많다. 전공의 공백 관련 대책이 특히 걱정스럽다. 우수한 전문의 양성에 걸림돌이 될 ‘개악책’이 많다고 의료 전문가들이 지적한다.


복지부는 진료는 전문의 위주로 하고 전공의는 수련에 집중하는 대학병원 시스템을 도입하기로 했다. 정형외과 현직 교수는 "전공의는 ‘임상진료=수련’이어서 ‘진료 대신 수련에 집중한다’는 논리는 아예 성립하지 않는다"며 "전공의는 환자를 보는 만큼 실력이 는다"고 지적했다.


복지부는 진료지원(PA)간호사 합법화로 전공의 의존도를 줄이겠다고도 했다. PA간호사가 늘면 전공의 교육 기회가 줄어든다. 전공의 4명 중 1명은 이미 "PA간호사로 인해 교육 기회를 박탈당했다"고 여긴다(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 학술지·2021). 미국에서 처음 생긴 PA간호사의 목적은 고연봉 전문의 진료행위 일부 대체를 통한 인건비 절감이다. 전공의보다 비싼 PA간호사로 전공의를 대체하는 게 아니다.


정부는 의료개혁 실무에 착수할 단계에 왔다. 다들 알면서 덮어 두던 ‘저수가 대학병원’ 판도라의 상자가 증원 이슈에 휩쓸려 열렸고, 그냥 닫을 수 없게 됐다. 정부는 지금까지 발표한 대책의 현실성, 재정부담, 예상 부작용 등을 재검토하고 의료 수준을 높일 것만 추려야 한다. 전공의 교육이 부실해지면 의료 수준이 불가역적으로 낮아지므로 당장의 전공의 공백을 "전공의 의존도를 낮추겠다"는 미봉책으로 막으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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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최우수 대학병원의 진료 규모와 수준(=전공의 수련 환경)을 더 키우도록 지원하고, 여기서 최고급 의술을 가르쳐 내보내는 신규 전문의를 채용할 병원을 각 지역 의료 수요에 맞춰서 키워야 한다. 이것이 의료개혁의 골간이어야 한다.




이동혁 바이오중기벤처부장 dong@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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