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찍 찾아온 무더위에 '양산족' 증가
국지성 집중호우 전망에 우양산 인기도 ↑
올여름 일찍 찾아온 무더위에 양산을 찾는 청년들이 부쩍 늘고 있다. 당초 양산은 중장년 여성들의 전유물로 여겨졌으나, 최근 불볕더위가 이어지면서 남녀노소 누구나 쓰는 여름철 아이템으로 거듭나고 있다. 더욱이 최근 몇 년 사이 갑자기 강한 비가 쏟아지는 일명 '도깨비 장마'가 올해도 이어질 것으로 보이면서 우산과 양산 기능을 겸하는 우양산 수요도 높아지고 있다.
더위에 남녀 있나…남성에게도 양산 인기
21일 키워드 검색량 분석 사이트 블랙키위에 따르면 이달 들어 20일까지 네이버 내 '양산' 검색량은 28만여건으로, 전월 대비 162.51%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양산' 역시 같은 기간 검색량이 전월 대비 155.09% 증가했다. 양산은 햇빛을 막아 체감온도를 7~10도 낮춰주는 역할을 한다. 또 자외선 차단 효과도 높기 때문에 온열질환은 물론 피부질환과 탈모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 특히 자외선 차단제의 효과는 길어야 2시간이지만, 양산은 자외선을 99%까지 차단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양산에 대한 관심은 실제 구매로도 이어지고 있다. 전자상거래 플랫폼 G마켓에 따르면 최근(6월 11일~17일) 양산의 판매량은 전월 동기 대비 112% 급증했다.
당초 양산은 중장년층 여성의 전유물이라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과거 국립국어원의 '표준국어대사전'에서도 '양산'을 '주로, 여성들이 볕을 가리기 위하여 쓰는 우산 모양의 큰 물건'으로 정의했다. 그러나 2021년 뜻풀이에서 '주로, 여자들이'라는 부분이 삭제됐다. 이는 여성들만 양산을 사용한다는 사회적 고정관념이 사라져감을 보여주는 사례로 볼 수 있다.
패션 커뮤니티에서도 '남자 양산 추천해달라'는 글들이 이어지고 있다. 한 남성 누리꾼은 "최대한 심플한 양산으로 구매했다"며 "날도 더운데 남의 시선 신경 써서 뭐 하나. 사실 양산 쓰기 전에는 뭔가 부끄러웠는데 막상 쓰니까 시원하고 햇볕을 막아줘서 너무 좋다"고 했다.
日도 '남성 양산 쓰기 운동' 확산
일본에선 2018년부터 '남성 양산 쓰기 운동'이 확산하면서 남성이 양산을 쓰는 게 자연스러운 현상이 됐다. 일본 환경성은 '양산은 여성의 전유물'이라는 고정관념을 없애기 위해 매년 6월 16일 아버지의 날에 아버지에게 양산을 선물하라는 내용의 광고를 제작하는 한편, 전국 백화점에 차양 효과를 강조하는 자료 또한 비치하기도 했다.
국내 지방자치단체들도 주민센터 등을 통해 '양산 대여 서비스'를 제공하며 양산 쓰기 캠페인을 독려하고 있다. 지난해 서울시 강서구, 부산 동구, 대구 달성군 등은 양산 대여 사업을 시행했다. 특히 유독 무더운 날씨로 '대프리카'(대구+아프리카·날씨가 아프리카만큼 덥다는 뜻)로 불리는 대구는 2019년부터 시민들에게 양산을 빌려주며 사용을 독려하고 있다.
올해도 국지성 집중호우 예상…우양산 인기도 ↑
양산에 이어 우양산의 인기 역시 높아지고 있다. 우양산은 방수 기능과 자외선 차단 코팅이 같이 돼 있어 평소에는 양산처럼 쓰다가 비가 올 때 우산으로 활용할 수 있는 제품이다. 이번 달 초 우양산을 구매한 직장인 이모씨(28)는 "햇볕이 따가워서 양산을 구매하려고 했는데 작년에 비가 오락가락했던 기억이 나 우양산을 구매했다"며 "갑작스러운 폭우에도 따가운 햇볕에도 모두 대비할 수 있어서 요즘 항상 갖고 다니는 물건"이라고 소개했다.
실제로 올해 장마 또한 지난해처럼 좁은 지역, 짧은 시간에 엄청난 비가 내리는 국지성 집중호우 형태가 될 가능성이 높다. 국지성 집중호우란 시간당 최고 80mm 이상의 비가 직경 5km 이내의 좁은 지역에 퍼붓듯이 쏟아지는 현상을 말한다. 몇해전까지만 해도 넓은 지역에 광범위하게 장마가 내렸지만, 기후변화로 인해 국지성 집중호우가 빈번해진 것이다. 기상청은 올해 한반도 주변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1~3도가량 높아 비구름대가 지나갈 때 팝콘 터지듯 집중호우가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허미담 기자 damd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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