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지역 아파트서 현충일 욱일기 소동
지자체에 불만 품고 이 같은 범행 벌여
직업·병원명·얼굴 등 신상 공개돼
누리꾼 "의사 면허 박탈해야" 공분
부산의 한 아파트 주민이 순국선열을 기리는 현충일에 욱일기를 걸어 뭇매를 맞았다. 논란이 커지자 해당 주민은 욱일기를 슬그머니 내렸지만, 뿔난 누리꾼들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 이 주민의 신상을 공개했다.
지난 6일 부산의 한 아파트에는 일본 군국주의 상징인 욱일기와 함께 '민관합동 사기극'이라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이 걸렸다. 해당 아파트 입주민인 A씨는 수개월 전부터 주기적으로 일장기를 얼었다가 현충일 오전 욱일기로 바꾼 것으로 전해졌다.
A씨가 욱일기를 내건 사실은 각종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많은 비난을 받았다. 논란이 커지자 경찰과 지방자치단체(지자체)는 해당 집을 찾아가 욱일기를 내리라고 설득하려 했지만, 집 앞에는 '여행 가서 아무도 없다'는 내용의 종이만 붙어 있고 아무도 응답하지 않았다.
A씨는 부산 수영구청 측과 갈등을 빚고 있는 문제와 관련해 구청 측의 부당함을 공론화하려고 이 같은 일을 벌였다고 주장하고 있다.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제헌절과 광복절에도 욱일기를 내걸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황이다. 입주민 B씨는 "A씨는 과거 수영구청과 아파트 하수관로 관련 행정 소송을 벌였는데 패소했다"라며 "한때 관련 문제점들이 담긴 안내문을 각 세대 우편함에 넣을 정도로 적극적이었다"고 말했다. A씨가 내건 욱일기는 전날 오후 10시 30분쯤 슬그머니 철거됐다.
A씨의 신상이 공개되자 파장은 더욱 커졌다. 처음에는 A씨의 국적이 일본이라고 추측되었으나, A씨는 한국인이며 직업은 의사로 알려졌다. A씨로 추정되는 인물의 실명과 병원명 등 신상정보가 공개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동명이인인 의사로 처음에 소문이 잘못 퍼지면서 해당 의사가 근무하는 병원의 홈페이지가 다운되는 소동이 일기도 했다.
현재 경찰과 지자체는 옥외물광고법 위반 여부를 검토 중이다. 이같은 사건에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자신의 SNS를 통해 "이건 선을 제대로 넘었다"며 "이럴 때일수록 우리가 비난과 분노만 할 것이 아니라 이번 일을 계기 삼아 강력한 처벌법을 만들어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분노했다.
해당 사연을 접한 누리꾼들은 "친일파가 따로 없다", "의사 면허 박탈했으면", "현충일에 욱일기는 선 넘었다", "어떻게 처벌 안 되나", "조상님들이 하늘에서 보고 노하실 듯" 등의 반응을 보였다. 일부 누리꾼들은 A씨의 현관 앞까지 찾아가 음식물로 추정되는 오물과 '토착 왜구' 등의 비난 글을 붙이는 등 직접적으로 분노를 표하기도 했다.
고기정 인턴 rhrlwjd031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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