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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으며 서울을 생각하다]‘커피의 도시’ 서울, 그 역사와 이면

시계아이콘02분 46초 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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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 강점기 문인·지식인 찾는
다방, 새로운 도시문화의 상징
1960년대 도시화 다방커피 유행
90년대 다방 사라진 곳에 카페
2010년대 핫플레이스 이끌며
뉴트로 감성 등 상업적 활용
부동산 투자자들 대거 몰려
젠트리피케이션 선봉 되기도

[걸으며 서울을 생각하다]‘커피의 도시’ 서울, 그 역사와 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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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서울, 하면 뭐가 떠오르냐는 질문을 받았다. 잠깐 생각한 뒤 ‘커피’라고 답했다. 어디 가나 맛있는 커피가 있고 동네 카페부터 대기업체인점까지 인기가 있다. 카페들마다 맛의 차이가 있긴 하지만, 너무 맛이 없는 곳은 찾기 어렵다. 카페의 숫자, 커피 맛과 소비량으로 보면 서울은 어느덧 세계적인 ‘커피의 도시’다.


의문이 없지는 않다. 커피를 생산하지도 않고, 전통적으로 커피를 즐기는 문화가 없던 서울은 왜, 어떻게 ‘커피의 도시’가 된 걸까. 커피는 19세기 말 제국주의와 함께 한국에 들어왔다. 고종 황제는 커피를 좋아했고 덕수궁 정관헌에서 즐겨 마셨다. 서양 음식 문화는 호텔을 중심으로 유입되었지만, 당시 일본에서 유행하던 카페 문화는 다방이라는 이름으로 길거리 곳곳에 자리를 잡았다. 시인이자 소설가인 이상이 1930년대 운영했던 제비 다방은 유명세를 떨쳤다. 그 무렵 커피와 다방은 문인과 지식인들이 주로 찾는 곳으로, 새롭게 형성하는 도시 문화의 상징이었다.


해방 이후 한국전쟁을 겪는 동안에도 커피와 다방의 문화적 이미지는 유지되었다. 빠르게 경제가 성장하고 도시화가 급격히 진행되면서 커피는 대중화의 길을 걷기 시작한다. 도시가 커지면서 편하게 만날 수 있는 장소가 필요하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커피는 1960년대 한국 사회를 견인한 ‘잘살아 보세’라는 캐치프레이즈의 상징이기도 했다. 다방에 가서 커피 마시는 행위가 곧 성공을 드러내는 의미로 읽히기도 했다. 오늘날 ‘다방커피’라고 부르는, 인스턴트 커피가 선물 품목으로 유행한 것도 이때부터였다.


다방이 늘어나자 차별화가 이루어졌다. 잠깐 쉬기 위한 곳부터 길게 이야기할 수 있는 곳까지, 연인들의 데이트 장소, 문화적 감수성 짙은 클래식 음악다방까지 종류가 다양해졌다. 남자 손님 옆에 여성 종업원이 앉아서 접대하는 곳들도 생겼다. 급격하게 도시화가 진행되어 주택난이 심각했고, 한 집에 두 가구 이상 사는 이들도 많았다. 사람들은 차츰 집이 아닌 집 밖에서 만나기 시작했고, 다방은 도시 속 사교 장소로 더 사랑받았다. 도시 인구가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다방의 수요도 늘어났다.


다방의 급증은 한국의 경제 구조와도 관련이 있다. 소비인구가 도시에 밀집하면서 자영업자도 늘어났다. 한국 자영업자 비중은 23.5%로 OECD 38개 국가 중 8위를 차지한다. 지금도 높은 편이지만 예전에는 더 높았다. 다방의 증가는 커피의 이미지나 도시 생활의 방식에도 영향을 받은 것이지만, 한편으로는 식당이나 술집과 비교해 비교적 적은 투자비로 창업과 운영이 쉬워 당시 자영업자들에게 매력적인 사업 품목이어서이기도 했다.


[걸으며 서울을 생각하다]‘커피의 도시’ 서울, 그 역사와 이면 카페들이 있는 서울 서촌 거리. 사진=허영한 기자 younghan@

1990년대 접어들면서 다방은 사라지기 시작했다. 도시 인구가 정점을 찍으면서 성장에 한계가 왔다. 생활 수준이 올라가면서 사람들의 입맛이 고급화되기 시작했고, 다방은 ‘올드’하게 여겨졌다. 다방이 사라진 곳에는 ‘카페’가 들어섰다. 시장은 한정되어 있고,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졌다. 커피 맛만으로는 승부를 볼 수 없었다. 인테리어와 분위기에 따라 성패가 갈렸다. 휴대폰이 보편화하기 전, 이른바 ‘삐삐 시대’에는 테이블마다 전화기를 갖춘 곳들이 인기를 끌었다. 에스프레소를 사용하는 카푸치노나 라떼는 찾기 어려웠고, 연한 헤이즐넛 커피가 단연 최고였다. IMF 이후, 2000년대가 되면서 커피 체인점이 강세를 보였고, 경쟁은 더욱 치열해졌다. 이제 카페는 더 잘 되는 업종이 아니었다.


2000년대 말 카페는 새로운 전환기를 맞았다. 소위 ‘라이프스타일’을 즐기기 위해 지갑을 여는 손님들은 더 맛있고 특별한 커피를 원했다. 맛보다는 분위기를 중심으로 성공할 수 있던 예전과 달리 맛은 갈수록 더 중요해졌다. 2010년대 초부터는 SNS를 통해 핸드드립을 잘하는 작은 카페, 카푸치노의 거품 예술이 뛰어난 카페, 소문난 팝업 카페 등이 인기를 끌었다. 동시에 오래된 것을 새로운 눈으로 보는 ‘뉴트로’ 감수성이 생겨나면서 도시의 오래된 지역에 남아 있는 아늑한 한옥, 투박한 창고, 아기자기한 일식 가옥이나 양옥 등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없는 공간들이 유행하기 시작했다. 이런 유행이 빠르게 퍼져나가면서 카페는 다시 분위기를 고려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창업과 운영을 위한 투자 비용도 갈수록 늘어났다.


2010년대 유행한 이른바 ‘뉴트로 카페’는 SNS를 통해 낯선 공간을 찾으려는 대중의 욕망을 채우기도 했지만, 상업적 젠트리피케이션의 선봉이 되기도 했다. 런던이나 뉴욕 등에서는 20세기 말부터 나타난 이 현상이 서울에서도 나타나기 시작했다. 서울에서 카페로 유명해진 수많은 ‘핫플레이스’는 원래 주택가인 곳이 많았다.


뉴트로 감수성을 상업적으로 활용하려면 리모델링이 가능한, 오래된 건물이 모여 있는 곳이 있어야 한다. 서울 강북이 바로 이런 곳이었다. 창업 비용은 만만치 않지만, 여전히 식당이나 술집보다는 덜 든다. 이런 이유로 강북 오래된 지역에는 카페가 먼저 들어서는 경우가 많다. 뉴트로 느낌의 카페 몇 곳이 자리를 잡으면 그 지역은 SNS를 통해 관심을 받고, 사람들이 몰리면서 상업적 젠트리피케이션이 시작된다. 예전에는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던 것이 최근에는 한 지역에 집중적으로 이루어지는, ‘카페 투자’ 양상도 보이곤 한다. 부동산 가격 상승을 기대하고 특정 지역을 ‘핫플레이스’로 만들기 위해 여러 곳의 카페를 창업한 뒤 성공을 거둔 뒤에는 권리금이나 부동산 매매 차익을 통해 이익을 창출하는 방식이다. 부동산 가격에 가치를 부여한 카페는 그것으로 역할을 다하게 된다. 투자자들의 관심은 이미 다음 대상지로 쏠리기 때문에 카페의 생명은 갈수록 짧아진다.


오늘날 서울이 세계적인 ‘커피의 도시’로 부상한 것은 창업자의 창의성, 커피에 대한 애정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다. 부동산은 한국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는 투자 상품이고, 카페 역시 이를 위한 사업 종목인 곳들이 많다. 그래서 그런 걸까. 최근 이른바 핫플레이스로 꼽히는 카페에 가면 미묘한 불성실함이 느껴진다. 이곳에서 밀려난 사람들에 대한 생각, 이 카페가 오래 있지 않을 거라는 예감 역시 썩 유쾌한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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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 파우저 전 서울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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