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세계 최대 '100억달러' 부동산펀드, 환매제한 나선 이유[송승섭의 금융라이트]

시계아이콘02분 12초 소요
언어변환 숏뉴스
숏 뉴스 AI 요약 기술은 핵심만 전달합니다. 전체 내용의 이해를 위해 기사 본문을 확인해주세요.

불러오는 중...

닫기
뉴스듣기

투자자 회수한도 2%→0.33%로 하향
美 부동산 가격 폭락…현금도 부족해
주주들한테 직접 편지 쓴 캐피털 대표
"지금 부동산 시장 바닥, 팔면 안 좋다"

세계 최대 '100억달러' 부동산펀드, 환매제한 나선 이유[송승섭의 금융라이트]
AD

최근 미국 부동산 시장이 술렁이고 있습니다. 전 세계에서 가장 큰 부동산 펀드가 투자자들에게 환매를 제한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입니다. 이제 투자자들은 내 돈을 전부 돌려달라고 요청해도 펀드가 자체적으로 설정한 만큼만 받을 수 있습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진 걸까요?


투자자 회수 한도 2%→0.33%로 내렸다

환매제한을 결정한 펀드는 ‘SREIT(Starwood Real Estate Income Trust)’입니다. 전 세계에서 가장 큰 부동산 펀드죠. 한국 돈으로 약 13조6670원에 달하는 돈을 굴립니다. 2018년 시작된 펀드인데 다양한 자산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호주 최대의 호텔이자 카지노 회사인 크라운 그룹의 리조트부터 미국 주요 지역의 대형 아파트 단지, 덴마크와 노르웨이 물류창고 등을 가지고 있죠.


펀드를 운용하는 회사는 스타우드캐피털입니다. 배리 스턴릭트라는 사람이 창립자이자 경영자인데 업계에서는 신화적인 인물입니다. 그는 1991년에 캐피털 회사를 처음 세웠습니다. 그리고 아주 대담한 전략으로 큰 부자가 됐습니다. 금융위기로 가격이 폭락해서 모두가 외면하던 아파트와 부동산을 사들인 거죠. 이후 비싼 값에 부동산을 되팔면서 1150억달러에 이르는 거대기업을 만들었습니다.


세계 최대 '100억달러' 부동산펀드, 환매제한 나선 이유[송승섭의 금융라이트]

그런데 스타우드캐피털의 상황이 심상치 않습니다. SREIT는 투자자들의 자금회수를 제한했는데요. 원래 투자자들은 월별 순자산의 2%까지 자금을 회수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앞으로는 회수한도를 0.33%로 더 낮추겠다고 발표했습니다. 투자자들 입장에선 내 돈을 되찾기 위해 더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 하는 겁니다.


美 부동산 폭락에 돌려줄 현금도 부족해

왜 이런 조처를 했을까요? 쉽게 말하면 돌려주고 싶어도 돌려줄 현금이 없습니다.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SREIT는 지난해부터 13억달러라는 엄청난 돈을 투자자 상환금 지급에 썼습니다. 지난달 말 기준으로 펀드가 남긴 현금 등 유동성은 약 7억5200만달러인데요. 분기별로 상환해야 하는 돈만 5억달러 수준이었습니다. 지난 1일에는 이미 2억달러에 가까운 돈을 써 상환금을 지급했고요.


투자자들이 자금회수를 요청한데는 심상찮은 부동산 경기가 있습니다. 미국의 상업용 부동산 경기는 침체에 빠져있습니다. 국제통화기금(IMF)이 ‘반세기 만에 가장 심각한 수준’이라고 진단할 정도였습니다. IMF가 상업용 부동산을 분석했더니 금리 인상이 시작된 2022년 3월부터 지난해 3분기까지 가격이 11%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가격지수로 보면 지난달 2022년 4월 고점 대비 21.4%까지 추락했고요. 그만큼 부동산 시장이 안 좋으니 투자자들도 부동산 펀드에서 돈을 빼고 싶었던 거겠죠.


세계 최대 '100억달러' 부동산펀드, 환매제한 나선 이유[송승섭의 금융라이트]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 [이미지출처=연합뉴스]

부동산 시장이 위기에 직면한 이유는 ‘금리’와 관련이 깊습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코로나19로 급격하게 풀린 유동성으로 물가가 오르자 2022년 3월부터 기준금리를 인상하기 시작했습니다. 기준금리는 바닥이었던 0.25%에서 5.50%로 5.25%포인트 올랐죠. 이렇게 금리가 높으면 부동산 시장은 침체를 겪을 수밖에 없습니다. 빚을 내서 집을 사려는 사람이 줄고, 수요가 감소하면서 주택 가격이 하락하거든요.


미국에서 유행하기 시작한 ‘재택근무’가 영향을 줬다는 설명도 나옵니다. 코로나19 당시 미국 기업들은 감염 방지를 위해 대대적인 거리두기와 재택근무를 시행했죠. 그런데 코로나19가 종식됐음에도 많은 기업이 재택근무를 계속해서 시행했습니다. 사무실에 직원들이 출근하지 않으니 기업은 건물을 잘 임대하지 않게 됐죠. NH투자증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미국 오피스 공실률은 19.9%로 코로나19 이전보다 오히려 올랐습니다. 공실이 늘수록 부동산 가격은 더 내려가게 되고요.


전망 어려운데도 “팔지 말고 버티자”

앞으로의 상황도 녹록지 않아 보입니다. 지난해 많은 기업과 경제주체들은 늦어도 올해 하반기에는 미국이 금리를 내릴 수 있을 거라고 예측했습니다. 하지만 미국의 금리 인하 시점은 더 늦춰지는 분위기죠. 미국 내 물가가 여전히 높거든요. 최근 기준금리 동결을 결정한 뒤 나온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을 보면 많은 연준 의원들은 고금리가 장기화할 수 있다고 우려를 했죠. 제롬 파월 연준 이사회 의장도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너무 높다”면서 “인플레이션을 내리기 위한 추가적 진전이 확실치 않으며, 앞으로도 불확실해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세계 최대 '100억달러' 부동산펀드, 환매제한 나선 이유[송승섭의 금융라이트] 배리 스턴릭트 스타우드 캐피털 창립자 및 최고경영자

즉 부동산 가격이 빠르게 회복될 것 같지도 않고, 투자자들에게 돈을 돌려주기 여의찮으니 SREIT가 환매제한이라는 극약처방을 내린 겁니다. 과연 환매제한이 좋은 결정이었는지에 대해서는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당장의 유동성 부족을 넘기기에는 좋은 결정일 수 있지만, 투자자들의 공포감을 불러일으키거든요. 중장기적으로 회수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더 커지고, 해당 펀드에 대한 투자 욕구를 떨어뜨릴 수도 있고요.


AD

그런데도 배리 스턴릭트는 ‘팔지 말고 버텨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그는 최근 주주들에게 편지를 보냈는데요. 지금 부동산 시장은 바닥에 가깝고 개선될 거라는 믿음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지금 부동산 자산을 공격적으로 판매하는 것을 권고할 수 없다’고 잘라 말했습니다.


편집자주경제와 금융은 어렵습니다. 복잡한 용어와 뒷이야기 때문이죠. 금융라이트는 매주 알기 쉬운 경제·금융 이야기를 전달합니다. 사전지식이 전혀 없어도 술술 읽히는 이야기로 경제·금융에 '불'을 켜드립니다.



세종=송승섭 기자 tmdtjq8506@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놓칠 수 없는 이슈 픽

  • 25.12.1510:17
    "눈에 띄게 달라졌다" 36억 투입해 '자동화·자원화' 확 달라진 도축장⑤
    "눈에 띄게 달라졌다" 36억 투입해 '자동화·자원화' 확 달라진 도축장⑤

    정부가 추진해 온 자유무역협정(FTA) 국내보완대책이 도축·가공 현장의 체질 개선으로 이어지고 있다. 부산·경남권의 핵심 거점인 부경양돈협동조합 통합부경축산물공판장과 대전·충남권의 대전충남양돈농협 산하 포크빌축산물공판장은 시설 현대화를 통해 생산성과 위생, 환경 성과를 동시에 끌어올리며 국내 축산물 경쟁력 강화의 실증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수입 축산물과의 경쟁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공판장의 역할이 단순

  • 25.12.1209:58
    '똥값의 역전'…70억 투입하자 악취 나던 분뇨가 돈이 됐다 ④
    '똥값의 역전'…70억 투입하자 악취 나던 분뇨가 돈이 됐다 ④

    정부가 추진해 온 자유무역협정(FTA) 국내보완대책이 제주 축산 현장에서 실질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제주 한라산바이오는 그 대표적인 사례로, 가축분뇨를 재생에너지와 비료로 전환하며 지역 축산업의 환경 기반을 바꾼 시설로 꼽힌다. 제주에서는 약 55만~60만마리의 돼지가 사육되며 하루 2500t 가까운 분뇨가 발생하는데, 한라산바이오는 이를 안정적으로 처리하고 자원화하는 데 핵심 역할을 하고 있다. 현장에서는 "분뇨가

  • 25.12.1108:51
    멀쩡한 사과 보더니 "이건 썩은 거예요" 장담…진짜 잘라보니 '휘둥그레' 비결은?③
    멀쩡한 사과 보더니 "이건 썩은 거예요" 장담…진짜 잘라보니 '휘둥그레' 비결은?③

    "자유무역협정(FTA) 국내 보완대책을 통해 설립된 '충주 거점 산지유통센터(APC)'는 단양과 제천, 음성, 괴산 등 충북 북부권에 위치한 농가 650곳에서 생산한 사과를 세척·선별·포장·출하하는 과실 전문 APC입니다. 생산단계부터 관리하고 사과 브랜드화를 통해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또 저온저장고와 선별기 등을 통해 비용을 줄여 농가엔 더 큰 수익을, 소비자들에겐 품질 좋은 사과를 안정적으로 공급하고 있습니다.

  • 25.12.1010:18
    고품질 韓 조사료 키워 사료비·수입의존도↓ ②
    고품질 韓 조사료 키워 사료비·수입의존도↓ ②

    59개 국가와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이후 축산농가의 부담을 줄이고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정부의 국내보완대책 가운데 하나가 '조사료생산기반확충 사업'이다. 조사료는 볏짚이나 목초 등 거친 섬유질 위주의 사료로, 이 사업을 통해 국산 조사료의 생산·유통·가공 기반을 갖춘 지역 단위 가공·유통센터가 확충되면서 국산 조사료 품질과 시장 신뢰도가 눈에 띄게 개선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북 김제에 위치한 전주김제

  • 25.12.0909:11
    "1인당 3500만원까지 받는다"…'직접 지원'한다는 FTA국내보완책①
    "1인당 3500만원까지 받는다"…'직접 지원'한다는 FTA국내보완책①

    올해 3분기 기준 한국은 22개의 자유무역협정(FTA) 발효를 통해 59개 국가와 FTA를 활용한 무역에 나서고 있다. 한국의 첫 FTA인 한-칠레 FTA가 발효된 2004년 4월 이후 약 21년 5개월 만의 성과다. 정부는 현재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 85% 수준인 FTA 네트워크를 글로벌 1위인 90%까지 더 넓고 촘촘하게 확충할 방침이다. FTA 네트워크 확대에 따라 한국의 수출 시장이 넓어진 만큼 수출액도 2004년 2538억달러에서 2024년 6836

  • 25.12.0607:30
    한국인 참전자 사망 확인된 '국제의용군'…어떤 조직일까
    한국인 참전자 사망 확인된 '국제의용군'…어떤 조직일까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연출 : 이미리 PD■ 출연 : 이현우 기자 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전했다가 사망한 한국인의 장례식이 최근 우크라이나 키이우에서 열린 가운데, 우리 정부도 해당 사실을 공식 확인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매체 등에서 우크라이나 측 국제의용군에 참여한 한국인이 존재하고 사망자도 발생했다는 보도가 그간 이어져 왔지만, 정부가 이를 공식적으로 확

  • 25.12.0513:09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박수민 PD■ 출연 : 김용태 국민의힘 의원(12월 4일) "계엄 1년, 거대 두 정당 적대적 공생하고 있어""장동혁 변화 임계점은 1월 중순. 출마자들 가만있지 않을 것""당원 게시판 논란 조사, 장동혁 대표가 철회해야""100% 국민경선으로 지방선거 후보 뽑자" 소종섭 : 김 의원님, 바쁘신데 나와주셔서 고맙습니다. 김용태 :

  • 25.12.0415:35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2월 3일) 소종섭 : 국민의힘에서 계엄 1년 맞이해서 메시지들이 나왔는데 국민이 보기에는 좀 헷갈릴 것 같아요. 장동혁 대표는 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것이었다고 계엄을 옹호하는 듯한 메시지를 냈습니다. 반면 송원석 원내대표는 진심으로

  • 25.12.0309:48
    조응천 "국힘 이해 안 가, 민주당 분화 중"
    조응천 "국힘 이해 안 가, 민주당 분화 중"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미리 PD■ 출연 : 조응천 전 국회의원(12월 1일) 소종섭 : 오늘은 조응천 전 국회의원 모시고 여러 가지 이슈에 대해서 솔직 토크 진행하겠습니다. 조 의원님, 바쁘신데 나와주셔서 고맙습니다. 요즘 어떻게 지내시나요? 조응천 : 지금 기득권 양당들이 매일매일 벌이는 저 기행들을 보면 무척 힘들어요. 지켜보는 것

  • 25.11.2709:34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11월 24일)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에 출연한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은 "장동혁 대표의 메시지는 호소력에 한계가 분명해 변화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또한 "이대로라면 연말 연초에 내부에서 장 대표에 대한 문제제기가 불거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동훈 전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