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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호벽 실종·정책 오락가락…망망대해 K-해상풍력[국산 해상풍력 위기]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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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산 보호 LCR 폐지
1년4개월 만에 안전망 사라져

지난해 입찰 때 중국산 저가 수주 휩쓸어

국산화규정(LCR)이 폐지되면서 국내 풍력발전은 저가 수주에 노출됐다. 입찰 평가항목에서 가격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보니 국산 메이커를 보호하기 위해 마련한 점수로는 역부족인 것이다. 저가를 무기로 국내 시장을 파고드는 중국 기업들이 이젠 풍력발전 시공 분야까지 사업영역을 확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국산화규정 대신 '풍력 고정가격 경쟁입찰' 제도를 통해 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 외부 조달 방식으로 발전사업자를 선정하고 있다. 입찰배점은 크게 가격 60점, 비(非)가격 40점으로 구성돼 있다. 비가격요소에는 정성평가 항목인 산업경제효과(16점), 주민수용성(8점)과 정량평가 항목인 계통수용성(8점), 사업진도(4점), 국내사업실적(4점)으로 나뉜다.


당초 풍력발전은 대부분 발전공기업 중심의 수의계약 형태로 사업이 개발되고 정부가 개별 사업별 비용을 평가해 계약가격을 확정했다. 하지만 민간의 풍력개발 활성화로 경쟁 여건이 조성되면서 지난 2022년 9월 경쟁입찰제도로 전환했다.

보호벽 실종·정책 오락가락…망망대해 K-해상풍력[국산 해상풍력 위기]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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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의계약에서 경쟁입찰로 전환된 이후 국산 보호 조치는 제대로 유지되지 못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다음 해인 2023년 2월 '공급인증서 발급 및 거래시장운영에 관한 규칙' 개정을 공고했다. 해상풍력에 사용되는 부품의 LCR이 50%를 넘으면 REC 가중치를 추가로 받을 수 있게 하는 조항을 폐지하는 내용이 담겼다. 해상풍력발전은 해안선과 해안선에서 가장 근접한 발전기 간 거리(내부망)를 기준으로 REC 가중치를 받아왔는데, 국산 부품 비율이 50%를 넘으면 REC를 더 받을 수 있게 한 제도를 없애는 것이다. 2021년 12월 LCR을 도입한 지 1년4개월여 만인 2023년 4월 REC 가중치는 사라졌다.


LCR은 부품 국산비율 50% 이상 시 50% 인정됐으며, 국가 기술개발(R&D) 성과물 활용여부에 따라 10~50%까지 추가 인정됐다. 부품 국산비율은 ▲터빈(36.4%) ▲블레이드(14.3%) ▲타워(12.7%) ▲하부구조물(30%) ▲내부망케이블(6.6%) 등 풍력발전 구성품의 국내부품 사용비율 합으로 결정됐다. 터빈은 나셀조립(12.2%), 기어박스(8.2%), 컨버터(3.2%), 발전기(2.4%), 변압기(2.2%) 등 13개로 세부부품 기준을 나눴다. R&D는 50~100억원 미만 R&D는 20%, 30~50억원 미만은 10%를 인정됐다.


풍력업계는 정부의 결정이 추진이 정책 신뢰성을 떨어뜨려 국내외 개발사들의 투자를 위축시킬 뿐만 아니라 현지화를 통한 공급망 활성화에도 역행하는 결정이라고 우려했다. 제대로 운영도 해보지 않고 없던 일로 하면 앞으로 어떤 사업자가 정부 정책을 믿고 대규모 자금이 들어가는 해상풍력 개발에 뛰어들지 의문이라는 지적이었다.


업계 관계자는 "해상풍력 내부망 적용기준을 마련한다고 업계와 간담회를 할 당시부터 통상 마찰 우려가 있다고 의견을 제시했지만 저촉되지 않는 범위에서 기준을 마련할 거라 문제가 없다고 했다"며 "이후에 갑자기 통상법을 거론하면서 정책 신뢰성을 떨어뜨렸다"고 했다.


지난해 하반기 에너지공단이 실시한 해상풍력 장기고정가격계약에서 이런 우려는 현실화가 됐다. 전년보다 낮게 설정한 상한가격 아래로 입찰가격을 제시한 사업자들이 대부분 선정됐다. 국내 산업기여도 등 정성평가 항목이 결과에 영향을 미치지 못한 것이다.


해상풍력프로젝트를 관장하는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해 입찰 당시 상한가격을 비공개해 사업자들간 자유로운 가격 경쟁을 유도했다고 강조했다. 기존에는 미리 공개된 상한가격과 유사한 금액대에 대부분의 입찰이 몰렸다면 이번에는 낮은 금액순으로 낙찰했다는 의미다.


일부 사업자는 중국산 저가 수주라는 비판을 피하기 위해 유럽산을 낙찰했다고 강조하기도 한다. 태국 비그림파워가 컨소시엄으로 참여한 명운사업개발은 낙월해상풍력사업을 따냈는데, 풍력발전기에 들어가는 핵심부품인 터빈을 독일 벤시스에서 만든 제품을 넣기로 했다. 하지만 이 회사는 지난 2008년 중국 골드윈드에 인수돼 사실상 중국계로 분류된다. 벤시스는 낙월 현장을 발판으로 우리나라에 제조 공장을 짓는 등 적극적인 시장 공략 계획도 검토 중이다. 또 해상풍력 단지와 육상을 연결하는 외부망은 중국 형통광전 제품 적용을 검토 중이다. 사업시행법인인 낙월블루하트에 따르면 낙월해상풍력 사업 규모는 약 2조2000억원에 달한다.


동촌풍력이 개발하는 고창해상풍력 주기기 납품도 중국 밍양스마트에너지가 절반 이상의 지분을 가진 한중 합작사가 공급하기로 돼 있다. 아직 케이블 등 공급망 업체를 선정하지 않았지만 중국 기업들의 적극적인 구애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 합작사는 경남 사천에 해상풍력 터빈 생산공장도 건설할 예정이다.


현재 국내에서 상업 운전 중인 해상풍력발전단지는 제주 탐라(30㎿), 서남해(60㎿), 영광(34.5㎿) 3곳뿐이다. 개별 단지의 규모도 작아 세 곳을 모두 합친 누적 설비용량은 124.5㎿(0.1245GW, 기가와트)에 그친다.


지금과 같은 입찰 구조로는 앞으로 본격 개화하는 국내 해상풍력 시장을 모두 외국산에 내줄 수밖에 없다. 최근 산업통상자원부가 내놓은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실무안에 따르면 2022년 1.9GW 규모의 풍력발전규모를 2030년 18.3GW로 올리고 2038년 40.7GW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풍력발전단지는 급격히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올해 3월 기준 전국적으로 84개 단지, 27.8기가와트 규모의 해상풍력 발전사업이 발전사업허가를 취득하고 사업을 추진 중이다.


중국 등 외국기업에 기자재 시장이 열리면서 시공분야까지 사업영역을 넓힐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우회투자를 통한 운영권 확보까지 넘보는 상황이 만들어지고 있다는 평가다. 낙월해상풍력은 중국 기업이 일부 설계·조달·시공(EPC)을 수행하는 국내 첫 해상풍력사업이 될 것으로 보인다. 사업자로 참여중인 태국 비그림파워는 중국에너지엔지니어링공사(CEEC)로부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보증을 받아 자금을 조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풍력산업에 정통한 관계자는 "입찰 평가 과정에서 국내 산업경제효과 비중을 반영하고 있지만 경제적인 부분을 더 고려하게끔 만들었다"며 "전 세계적으로 자국의 신·재생에너지 산업을 육성하고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지원을 강화하고 있는데, 국내 시장은 경제 지원을 축소하며 반대의 흐름을 보여 아쉽다"고 말했다.




한예주 기자 dpwngks@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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