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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고법, '의대증원' 집행정지 신청 항고 각하·기각…정부정책 탄력(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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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 교수·전공의·수험생 신청 '각하'
의대생 집행정지 신청은 '기각'
의료계 “대법원에 재항고할 것”

의대 교수와 전공의, 의대생 등이 ‘의대 정원 2000명 증원·배분 결정’의 효력을 멈춰달라며 정부를 상대로 낸 집행정지 신청이 다시 법원에서 각하 내지 기각됐다. 이로써 정부의 의대 증원 정책은 탄력을 받게 됐다.


서울고법, '의대증원' 집행정지 신청 항고 각하·기각…정부정책 탄력(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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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서울고등법원 행정7부(부장판사 구회근 배상원 최다은)는 수험생, 의대생, 전공의, 의대 교수 등 18명이 의대 정원 2000명 증원·배분 정책 효력을 멈춰달라며 정부를 상대로 낸 집행정지 신청 항고심에서 의과대학 교수, 전공의, 의과대학 준비생들의 신청에 대해 제1심과 같이 이 사건 처분의 직접 상대방이 아니라 제3자에 불과하다고 판단, 신청을 각하했다.


반면 의과대학 재학생의 신청에 대해서는 의대 재학생들의 신청인 적격과 손해를 예방하기 위한 긴급한 필요성을 인정했지만, 의대증원을 통한 의료개혁이라는 공공복리가 보다 중요하다는 이유로 신청을 기각했다.


재판부는 “의대생 신청인들의 경우에는 헌법, 교육기본법, 고등교육법, 고등교육법 시행령, 대학 설립·운영 규정 등 관련 법령에 따르면 의대생들의 학습권을 보장하고 있다고 볼 수 있는데, 이 사건 처분으로 인해 '기존 교육시설에 대한 참여 기회가 실질적으로 봉쇄돼 동등하게 교육시설에 참여할 기회를 제한받는 정도에 이르렀다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이 인정될 여지가 있다”며 신청인 적격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의대 재학생인 신청인들에 대해서만 행정소송법 제23조가 정한 집행정지의 실체적인 요건을 따져봤다. 행정소송법 제23조는 2항에서 집행정지의 요건에 대해 '처분등이나 그 집행 또는 절차의 속행으로 인하여 생길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예방하기 위하여 긴급한 필요가 있다고 인정할 때에는 본안이 계속되고 있는 법원은 당사자의 신청 또는 직권에 의하여 처분 등의 효력이나 그 집행 또는 절차의 속행의 전부 또는 일부의 정지를 결정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3항에서는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을 때는 허용되지 아니한다'고 공공의 이익을 위해 집행정지가 불허될 수 있다고 정했다.


이날 재판부는 “의대생인 신청인들에게는 손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고, 이는 회복하기 어려운 성질의 것이라 할 것이며, 이를 예방하기 위해 긴급한 필요가 있다고 보인다”고 밝혔다.


하지만 재판부는 공익과의 비교형량과 관련, “의대생 신청인들의 학습권 침해 등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예방하기 위한 긴급한 필요성은 인정할 수 있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처분의 집행을 정지하는 것은 의대증원을 통한 의료개혁이라는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고, 전자를 일부 희생하더라도 후자를 옹호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되므로, 결국 이 사건 신청은 집행정지의 실체적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고 할 것”이라고 결론 내렸다.


이 사건은 의과대학 교수, 대학병원 전공의, 의대 재학생 등이 보건복지부·교육부 장관을 상대로 2025학년도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을 취소해 달라는 행정소송을 제기하면서 함께 신청한 것이다. 집행정지란 행정처분 취소소송이 제기됐을 때 법원이 처분의 집행이나 절차의 속행을 잠정적으로 정지하라는 결정을 내리는 것을 말한다.


앞서 1심을 맡은 서울행정법원 재판부는 원고의 '당사자 적격'을 문제 삼으며 집행정지 신청 자체를 각하했다. 각하란 소송이 요건을 갖추지 못하거나 청구 내용이 판단 대상이 아닐 경우 본안을 심리하지 않고 재판을 끝내는 결정이다. 같은 이유로 전국 33개 의대 교수협의회(전의교협), 의대 교수·전공의·의대생·수험생 등이 각각 서울행정법원에 제기한 집행정지 신청 8건 중 7건이 줄줄이 각하됐다.


그러나 항고심 재판부가 지난달 30일 심문에서 “모두에게 적격이 인정되지 않는다면 국가가 의대 정원을 증원하는 경우에는 다툴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뜻으로, 그런 국가의 결정은 사법적으로 심사·통제할 수 없다는 것인지 의문이 있다”고 지적하면서 기존 법원과 다른 결론이 나올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했다.


재판부는 정부에 의대정원 증원과 관련된 추가 자료를 제출토록 했다. 정부 측에서는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보정심) 심의안건과 회의록, 산하 의사인력 전문위원회 결과 등 총 49건을 냈다. 정부의 자료 제출 후에는 이들 자료를 증원 논의의 근거로 볼 수 있는지에 대한 공방이 정부와 의료계 사이에 이어지기도 했다.


다만 이날 재판부는 “당초 계획에 따라 의대정원을 2025년도부터 매년 2000명씩 증원할 경우 헌법, 교육기본법, 고등교육법 등 관련 법령에 따라 보호되는 의대생들의 학습권이 심각하게 침해받을 여지가 있다”며 “매년 대학측의 의견을 존중해 대학측이 의대생들의 학습권 침해가 최소화되도록 자체적으로 산정한 숫자를 넘지 않도록 조치할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법원의 결정이 나온 직후 의대 교수 측 대리인인 이병철 변호사는 “대법원 재항고 절차를 최선을 다해 준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하지만 재항고를 하더라도 물리적으로 이달 말까지 대법원 판단이 나오기 어려워 사실상 이번 결정에 따라 올해 의대 증원 여부가 결정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각 대학은 이달 말까지 2025학년도 대입 수시모집 요강에 의대 모집인원을 반영해 정원을 확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다만 이 변호사는 “대법원은 기본권 보호를 책무로 하는 최고법원이고, 정부의 행정처분에 대해 최종적인 심사권을 가지므로 재항고 사건을 5월 31일 이전에 심리, 확정해주실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사안의 중대성과 긴급성이 크고, 쟁점이 잘 알려진 만큼 대법원이 신속하게 심리해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의미다.




곽민재 기자 mjkwa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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