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 회장이 이끄는 버크셔 해서웨이가 비밀리에 매수해온 주식의 정체가 드디어 공개됐다. 스위스 취리히에 본사를 둔 대형 보험사 처브(Chubb)다.
버크셔 해서웨이는 15일(현지시간)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13-F서류에서 3월31일 기준으로 처브 주식을 2590만주 이상을 보유하고 있다고 확인했다. 이는 약 67억달러에 달하는 규모다. 버크셔의 포트폴리오에서 처브가 차지하는 비중은 9번째로 확인된다.
지난해 하반기 버크셔는 SEC에 1건 이상의 거래 내역을 기밀로 요청했다. 이러한 기밀 처리 요청은 2020년 이후 처음이었다. 특히 버크셔는 버핏 회장을 비롯한 경영진의 공개 문답이 이뤄지는 5월 연례 주주총회에서도 이와 관련해 질문을 받지 않으면서 월가의 궁금증을 키웠었다. 월가 안팎에서는 버크셔의 '은행, 보험, 금융' 주식 매입 금액이 증가한 점을 들어 기밀 주식이 은행주일 수 있다는 추정이 잇따랐다.
투자전문매체 배런스는 "버크셔의 투자 사실이 시장에 알려질 경우 해당 종목의 주가가 급등할 수 있는 만큼 가격이 오르지 않은 상태에서 처브의 주식을 매수하고자 한 것"이라고 기밀 요청 배경을 분석했다. 처브의 주가는 이날 버크셔의 투자 사실이 공개된 이후 시간외거래에서 9% 이상 급등했다. 고급 마스터피스 주택보험 등으로 잘 알려진 처브는 보험업계 전설로 불리는 모리스 그린버그 전 아메리칸인터내셔널그룹(AIG) 최고경영자(CEO)의 아들, 에반 그린버그가 이끌고 있다. 현재 54개국에서 사업을 운영 중이다.
특히 보험 사업은 버핏 회장이 1950년대부터 투자해온 전문 분야로 꼽힌다. 버크셔는 자동차보험사인 가이코를 비롯해 세계 최대 규모의 손해보험 사업을 운영 중이다. 2022년에는 약 116억달러에 보험사 앨러게니를 인수하기도 했다. 올해 1분기 버크셔의 호실적 역시 보험사업이 견인한 것으로 분석된다. 블룸버그통신은 버핏 회장이 그간 버크셔의 손해보험 사업을 그룹 "핵심"으로 언급해왔다고 주목했다.
한편 1분기 말을 기준으로 한 버크셔의 애플 보유 주식은 1354억달러 규모로 확인됐다. 다만 버핏 회장은 앞서 주총에서 애플 비중이 축소된 사실을 확인하면서도 여전히 버크셔의 최대 투자처로 남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1분기 말 버크셔의 현금 규모는 1890억달러로 파악됐다.
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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