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8개 아파트 월패드 해킹…사생활 영상 판매 시도
재판부 "예민한 사생활 무차별 촬영"
지난 2021년 전국 638개 아파트단지 40여만 세대의 월패드'(wallpad·통합 주택 제어판)를 해킹해 얻은 사생활 영상을 유포해 전국을 떠들썩하게 한 보안전문가가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이 남성은 내 정보기술(IT) 보안 분야 전문가로 방송에도 출연했던 것으로 드러나 많은 이들에게 충격을 줬다.
연합뉴스는 9일 의정부지법 남양주지원 형사1부(안복열 부장판사)가 정보통신망법 위반과 성폭력 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 등으로 기소 된 피고인 이모(41)씨에게 징역 4년과 자격정지 4년을 선고했다고 보도했다. 재판부는 이씨에게 성범죄예방교육 40시간 이수와 아동·청소년·장애인 관련 기관 5년간 취업 제한도 명령했다.
이씨는 지난 2021년 8월부터 11월까지 보안이 취약한 숙박업소와 식당 등의 공용와이파이용 공유기를 해킹해 우회하는 수법으로 638개 아파트 단지, 40만4847가구의 중앙관리서버에 침입했다. 이후 서버와 연결된 각 세대의 월패드를 통해 입주자들의 사생활을 촬영하고 성적인 영상물로 판매하려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경찰은 범행 1년 만인 2022년 말 A씨를 검거하면서 A씨가 월패드의 카메라를 통해 세대 내를 불법 촬영한 동영상 213개와 사진 40만장을 발견해 증거 목록에 올리기도 했다. 당시 경찰은 이씨가 수사기관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식당이나 숙박업소 등 다중 이용시설에 설치된 무선공유기를 먼저 해킹해 경유지로 활용한 뒤 아파트 단지 서버에 침입하는 치밀함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재판과정에서 이씨는 "월패드의 보안 취약성을 공론화하려 했고 영리 목적도 없었다"는 취지로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정보기술(IT) 보안전문가인 이씨는 지난 2019년 한 방송에 출연해 월패드의 보안 취약성을 경고했는데, 2년 후에 자신이 월패드의 보안취약성을 이용한 범죄를 저지른 셈이다.
이를 두고 재판부는 "피고인의 범행은 국민에게 예민한 사생활이 무차별적으로 촬영되고 유포될 수 있다는 불안감을 주는 등 사회에 끼친 해악이 매우 크다"며 "범행 수법이 치밀하고 대담해 죄질이 좋지 않다"고 밝혔다. 이어 "이 범행으로 얻은 이익이 없어 보이는 점, 벌금형을 초과한 형사처벌 전력이 없는 점, 피해자들에게 용서받지 못한 점 등을 고려해 양형했다"고 덧붙였다.
김현정 기자 kimhj202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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